• 신편 한국사
  • 근대
  • 38권 개화와 수구의 갈등
  • Ⅴ. 갑신정변
  • 3. 갑신정변의 전개
  • 2) 갑신정변의 준비
  • (2) 정변 단행의 결정

(2) 정변 단행의 결정

김옥균 등 개화당은 정변의 방법을 예견하여 무력을 준비하고 개화당세력의 확장을 위해 진력하면서도 1883년 말까지는 정변 단행을 확정하지는 않고 평화적 방법에 의한 개혁을 집요하게 추진했었다. 김옥균 등 개화당이 ‘정변’을 단행하기로 확실하게 결정을 내린 것은 1884년 음력 7∼8월(양력 8∼9월)이었다. 국제정세가 ‘정변’ 단행에 유리하게 전개되었기 때문이었다.

청국과 프랑스 사이에 안남문제를 둘러싸고 ‘청·불전쟁’의 조짐이 보이자, 청국은 이에 대한 대비로 서울에 주둔시킨 3,000명의 청군병력 중에서 1884년 5월 23일 절반인 1,500명을 빼내어 안남전선에 이동시키고, 서울에는 이제 청군이 1,500명만 남게 되었다.825)≪尹致昊日記≫, 1884년 4월 23일 참조. 이것은 청군을 조선에서 몰아내어 청국의 속방화 적극 간섭정책에서 벗어나려고 노리는 김옥균 등 개화당에게 유리한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어서 1884년 8월에 마침내 청·불전쟁이 발발하여 프랑스함대가 청국의 福建함대를 격파하였다. 김옥균 등 개화당은 이 때가 정변을 일으킬 시기의 도래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국이 안남전선에서 프랑스와 전쟁을 하면서 또 조선에서 대규모 군사행동을 하여 두 개의 전선을 동시에 만들 여력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김옥균은 이 무렵인 1884년 8월 2일 미국공사 푸트(Lucius H. Foote)를 방문하여 ‘정변’을 단행하고자 한 결정과 배경적으로 연결된 듯한 말을 하고 돌아갔다.

저녁 때 古愚(김옥균의 호)가 미국공사를 방문하여 淸·佛戰爭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우리 나라의 獨立할 기회가 어찌 이 때에 있다 하지 않겠는가’라는 등의 말을 하고 갔다(≪尹致昊日記≫, 1884년 8월 3일).

김옥균 등은 이 무렵에 민비 수구파로부터 극도의 위협을 받고 더 물러서기 어려운 위기에 처하여 있었다. 윤치호는 이에 대해 “古愚 金玉均도 만났는데 들으니 여러 민씨들이 古愚를 집어 삼키려 하여 마지않는다고 한다. 한탄스럽고 한탄스럽다”826)≪尹致昊日記≫, 1884년 5월 25일 참조.고 기록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김옥균 등 개화당의 정변 단행의 결정이 ‘개화당의 독자적 결정’이며, 일본측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다. 개화당이 정변 단행을 결정한 것은 5월부터 시작하여 늦어도 7·8월에 확정된 것이었고, 일본공사 다케조에(竹添進一郎)가 일본에 휴가갔다가 서울에 귀임한 것은 1884년 음력 9월 12일이었다. 갑신정변의 거사 결정은 일본측과는 전혀 관계없이 조선 개화당이 주체적으로 단독 결정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김옥균 등 조선 개화당이 정변을 단행하려는 결정을 내릴 시기에는 일본공사관측은 민비 수구파에게 호의적이었고 개화당에 대해서는 적대적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 형편을 김옥균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지금 우리 나라의 사세로 볼지면 잠시를 弛緩할 수 없는 터이다. (日本)公使가 오기 전에 우리 당에서는 이미 결정한 바가 있었다. 그러므로 일본의 원조여부는 본래 생각지 못했을 뿐 아니라 公使가 다시 온다는 말을 듣고 우리들은 도리어 걱정을 했다(<甲申日錄>, 1884년 11월 25일).

밤에 朴泳孝·洪英植·徐光範 3君이 내회하였다. 작은 술자리를 베풀고 상의하여 말하되, 우리들의 一擧할 계획이 결정된 후에 竹添의 適來로 우려하였더니 돌아와서는 거동이 크게 변하여 도리어 우리의 세력에 찬성하는 기색을 보이니 전일의 疑憂에 비하여 그 변화가 어떠한가(<甲申日錄>, 1884년 11월 1일).

김옥균 등 개화당이 갑신정변에서 가장 중요한 ‘정변 단행의 결정’을 완전히 개화당 단독으로 주체적으로 결정했으며, 일본측과는 전혀 관계없이, 도리어 일본측의 방해를 우려하면서, 완전히 독자적으로 결정했다는 사실은 갑신정변의 주체성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것이며, 갑신정변에 대한 오해를 일부 해소시켜 주는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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