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40권 청일전쟁과 갑오개혁
  • Ⅲ. 갑오경장
  • 1. 제1차 개혁
  • 3) 제1차 개혁의 내용
  • (10) 교육제도의 개혁

(10) 교육제도의 개혁

군국기무처는 외교·교육·문화사업의 여러 부문을 맡아보던 종래의 禮曹와는 달리 교육행정사업을 전담하는 學務衙門을 독립시켜 전통적인 유교교육을 지양하고 그 대신 합리성과 실용 위주의 교육제도를 수립함으로써 ‘이국편민’과 ‘부국강병’에 이바지하려 하였다. 이러한 취지는 학무아문에 옛 성현들의 사당과 경적을 보관·관리하는 사무를 담당하는 成均館 및 庠校書院事務局 이외에 중학교·대학교·기예학교·외국어학교·전문학교를 관장하는 전문학무국, 소학교·사범학교를 맡아보는 보통학무국, 그리고 국문철자·각 국문 번역 및 교과서 편집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편집국 등을 설치한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학무아문은 근대적인 학교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 1894년 9월 2일 다음과 같은<學務衙門告示>를 발포하였다.

돌이켜 보건대 시국은 크게 바뀌었다. 모든 제도가 다 함께 새로와져야 하지만 영재의 교육은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그러므로 본 아문에서 소학교와 사범학교를 세워 먼저 서울에 행하려 하니, 위로 공경대부의 아들로부터 아래로 서민의 준수한 자제에 이르기까지 다 이 학교에 들어와 經書·子傳·六藝·百家의 학문을 배워 아침에 외고 저녁에 익히도록 하라. 그리하여 장차 일을 알아 시대를 구하고 內修와 외교에 각각 크게 쓰고자 하나니 진실로 좋은 기회이다. 앞으로 대학교와 전문학교도 차례로 세우려 한다. 무릇 사방의 학자들은 책을 가지고 달려와 전심으로 가르침을 받들어 聖世를 이루려는 뜻을 버리지 말라(≪朴定陽全集≫4, 268쪽).

이 告示는 시국의 변화에 따른 국민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신분상 귀천의 구별없이 소학교에 입학할 것을 권고함과 아울러 장차 각 지방에 소학교를 세울 것과 전문학교·대학교를 설립할 것이라는 정부당국의 포부를 담은 것이었다. 또한 학무아문대신 朴定陽은 1894년 10월 15일 漢城師範學校 및 附屬小學校가 개설된 후 수시로 이 학교들을 방문하여 수업상황을 점검하였고, 鑄洞의 日語學校(1891년 2월 개교)와 磚洞의 英語學校(1894년 2월 개교) 개학식에 참석하는 등 개인적으로 신교육에 큰 열의를 보여주었다.432)≪從宦日記≫, 갑오년 9월 17일∼11월 18일(≪朴定陽全集≫3, 178∼184쪽) 참조.

이러한 맥락에서 군국기무처는 科擧 지향, 즉 科文(虛學) 중심의 전통교육이 조선의 쇠퇴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라는 판단하에 과거제도를 과감히 혁파하는 대신 새로운 관리임용제도를 채택하였다. 과거제도의 폐지는 전통적 유학교육의 틀을 탈피하여 국문·本國 및 만국역사·본국 및 만국지리·수학·물리·외국어·체조 등 국학 및 실학을 가르치는 근대적 학교교육으로의 획기적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또한 군국기무처는 교과서를 우선적으로 편찬할 것을 촉구하는 의안을 채택하였다. 이 작업은 소학교 설립과 동시에 착수되었는데, 한글 교과서 편찬사업은 학무아문의 參議였던 李商在의 책임아래 추진되도록 예정되어 있었다.433)박득준,≪조선근대교육사≫(한마당, 1989), 39쪽 참조. 아울러 군졸을 대상으로 한글 교과서를 편찬·출판하여 군졸들에게 매일 몇 시간씩 가르치도록 하는 조치도 취해졌다.434)≪高宗實錄≫, 고종 31년 9월 28일. 뿐만 아니라 “국내외 공사문자 중 歐文으로 상용되는 외국국명·지명·인명이 있으면 모두 국문으로 번역하여 시행”할 것을 결의하였다. 마지막으로, 군국기무처는 “年少하고 총명한 자제를 선발하여 외국의 각 학교에 파송하자”는 의안을 채택함으로써 외국(특히 일본)의 선진문화와 학문을 신속히 받아들여 활용코자 하였다.

군국기무처가 채택한 이들 의안은 근대적 학교교육을 정착시키는 데 필요한 조치들로서 갑오경장과 그 이후에 단행된 교육제도개혁의 방향을 제시해주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435)韓哲昊,≪親美開化派硏究≫(國學資料院, 1998), 110∼119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국기무처에서 채택한 교육관련 의안이 4개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군국기무처 의원들이 교육개혁을 급선무로 여기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柳永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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