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43권 국권회복운동
  • Ⅲ. 애국계몽운동
  • 2. 애국계몽사상
  • 3) 국민국가건설의 논리
  • (2) 입헌군주정체론과 공화정체론

가. 입헌군주정체론

애국계몽가들은 국민국가건설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어떠한 정치체제를 구상하였던가. 그들은 전제정체에 대한 대안으로 입헌정체를 구상하였다.

대한자강회 부회장 윤효정은 입헌정치와 전제정치를 다음과 같이 비교하였다.

입헌정치의 정신은 君民同體이며 상하일치로 萬機를 公議에 의하여 결행하는 데 있으니, 그 운용하는 기초는 국민 다수가 선택한 公黨·公會에 있고, 전제정치의 특색은 君權無限이며 민권부진이며 上下睽離이며 전제억압으로, 그 운용하는 기관은 귀족 관료가 군주를 둘러싸는 私黨에 있다. … 대개 憲政은 그 근원을 자치정신에서 취하는 것이니, 헌정의 채용은 세계의 대세이며 문명의 정신이며 자연의 귀착이며 진리의 추향이라(尹孝定,<專制國民은 無愛國思想論>(≪月報≫제5호), 19∼21쪽).

이처럼 애국계몽가들은, 전제정치는 군주와 私黨에 의해 운용되어 민권이 不在하므로 군민상하가 일체감을 가질 수 없다 하여 전제정체를 비판 부정하고, 입헌정치는 국민 다수가 선택한 공당, 공회에 의해 운용되어 민권이 보장되므로 군민상하가 일체감을 가질 수 있다 하여 입헌정체의 채용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입헌정체의 근원은 自治精神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애국계몽가들은 ‘인민의 자치정신’은 ‘국가의 독립실력’에 직결된다고 보아, 국가에 자치제도를 구비하여 인민의 자치정신을 발휘케 하는 것이 국가독립의 기본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지방자치제는 국민으로 하여금 자기 지방과 국가에 일체감을 갖게 하여 건전한 독립국가를 조성케 하며, ‘君民一體와 上下一心을 이루게 함으로써 국권의 확장과 국력의 부강을 가능케 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그들은 먼저 지방자치제를 실시하여 인민의 참정사상과 참정능력을 기르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立憲代議之制’를 실시하여 국가 萬年의 기초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였다.0819)尹孝定,<地方自治制論>(≪月報≫제4호), 18∼19쪽. 곧 그들은 지방자치제에 기반을 둔 입헌대의정체의 실시가 국민의 자치정신과 자치능력에 의한 국가의 독립능력과 독립유지의 기초가 된다고 믿었던 것이다.0820)지방자치제 실시를 통한 민권의 신장과 국민참정권 및 자유권의 확대,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를 통한 국가독립의 기초 확립을 주장한 신문 논설로는≪皇城新聞≫, 1906년 11월 2일, 논설<地方自治制度>와 1907년 12월 22일, 논설<地方自治制>및≪大韓每日申報≫, 1906년 11월 14일, 논설<地方自治說>등이 있다.

한편 윤효정은 국민의 애국심이 상실되면 국가는 形骸化하며, 애국심의 강약이 국가의 강약에 직결된다고 강조하고,0821)尹孝定,<專制國民은 無愛國思想論>(≪月報≫제5호), 21쪽.

국민 전체로 하여금 이 一大精神(애국심)을 발휘케 하는 데는 그 방법이 달리 없고, 오직 法制를 확립하고 민권을 공고히 하여 (국민의) 생명·재산을 안전히 하며, 自治制를 실시하고 선거법을 채용하여 점차 國政參議權을 부여하면, 君民이 同治하고 거국이 일치하여 국민이 國事를 自家事처럼 보게 할 수 있다(尹孝定,<國家的 精神을 不可不發揮>(≪月報≫제8호), 7∼8쪽).

고 하여, 법제의 확립에 의한 민권의 신장과, 자치제의 실시에 의한 국민참정권의 허용을 통하여, 국민이 국가와 일체감을 갖게 함으로써 강건한 애국심을 발휘케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애국계몽가들은 강건한 애국심을 통한 강건한 국가의 형성은 지방자치제와 입헌대의정체에 기초한 국민참정권의 확립으로써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대한협회 회보편찬원 김성희는 논설<論國家>에서 입헌정체는 평민의 사회·경제적 위치의 향상에 의한 정치참여 사상에서 연유한 것으로, 본래 평민주의에서 나왔으므로 평등권의 특질이 있으며, 입헌정체는 ‘국회대의사’를 통하여 인민이 입법의 책임을 가지고 행정관으로 하여금 이를 시행케 하므로 대의기관의 특질이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입헌제도상의 군주제와 민주제는 국가원수의 선거제와 계속제에 차이가 있을 뿐, 그 정치적 작용은 동일한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리고 그는 대의기관의 작용을 ①모든 국민의 대표 ②君權·민권의 법전상 제한 ③입법권의 보유 ④행정관의 감독으로 대별하고, 입헌대의제를 통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국민이 국가의 책임자가 되는 국가를 곧 ‘국민적 국가’라고 규정하였다. 나아가 그는, 구미열강의 국민이 ‘세계상 일등 국민’이 된 것은 전제를 변하여 입헌을 하고 국민을 국가의 주인으로 삼아 국가의 일을 맡도록 한 때문이라 하고, 우리 나라도 헌법의 발포와 국회의 설립을 추진하여 ‘國民國家’를 構造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0822)金成喜,<政黨의 事業은 責任>(≪會報≫제1호), 28∼31쪽. 애국계몽가들은 헌법의 제정과 국회의 설립을 통하여 국민의 국정참여가 확립되어야 국민국가가 형성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김성희는, 국가 멸망의 원인은 정부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내치와 외교를 독단 처리하여, 국민의 불신을 사고 국가를 곤경에 빠뜨린 데 있기 때문에, 결국 전제정체의 罪라고 분석하고, 국가체제의 개조에 의한 국민적 내치와 국민적 외교를 제창하였다. 곧 그는 “지금의 세계는 입헌·전제 양정체의 新陳嬗代의 시대”라 하고, 입헌정체를 채용해서 국민 대다수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하여, 국회의 개설과 지방자치의 실현에 의한 국민적 內治를 강조하였다. 또한 “지금 20세기 신세계는 국민적 외교의 시대라”하고, 외교 문제를 먼저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의 동의를 구한 연후에 국민적 기반 위에서 실시하는 국민적 外交를 강조하였다.0823)金成喜,<國民的 內治 國民的 外交>(≪會報≫제4호), 25∼29쪽. 이처럼 애국계몽가들은 입헌대의정체를 채용, 의회를 통하여 내치와 외교 등 국정 전반에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 대다수의 정치와 국민의 동의에 의한 정치를 실현코자 하였다.

대한협회 회보편찬원 元泳義가 “장래 정치의 지극한 정도는 헌정과 민주의 완비 여부에 불과하다 하고, 헌정의 시조인 영국의 입헌정체는 오늘날 완전무결한 상태를 이루어 타국에 비해 우월하다”고 높이 평가했듯이,0824)元泳義,<政治의 進化>(≪會報≫제7호), 26쪽. 애국계몽가들은 대체로 英國憲政의 우월성을 인정하였다. 김성희가 서양의 헌정사를 개관하는 가운데 영국을 헌정의 母國이라 하고,

문명국가의 헌법은 전제 범위를 벗어나 민권을 보장하고, 人民參政之權을 허용하여 全社會를 유지하고, 민선의원을 설치하여 정무를 감독하고, 자치제를 실시하여 단체를 조직하고, 군주의 神聖之位를 존중하여 책임지는 바 없게 한다. 이러한 제도가 없으면 그 국가가 없을 것이 분명하니, 안으로 憲政機關이 완비되면 밖으로 國家主權이 스스로 무결해진다(金成喜,<國家意義>(≪月報≫제13호), 41쪽 축약).

고 했듯이, 애국계몽가들은 민권의 보장과 국민참정권의 허용, 민선의회와 지방자치제의 실시, 그리고 군주통치권의 유명무실화 등을 골자로 하는 입헌대의제의 완비가 국가 존립의 관건이라 하여, ‘영국형의 입헌대의제’가 당시 한국의 현실에서 추구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치체제라고 생각하였다.

요컨대 대한자강회·대한협회 등 합법단체에 속한 애국계몽가들이 국민국가·국민주권국가의 건설과 관련하여 현실적으로 구상한 정치체제는 민선의회와 지방자치에 기반을 둔 입헌대의제 곧 입헌군주제였다. 애국계몽가들은 당시로서 입헌대의제에 기초한 국민국가의 건설이 국민의 자유권리를 보장하고 국가의 자강독립을 확보할 수 있는 합당한 방도라고 믿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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