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43권 국권회복운동
  • Ⅳ. 항일의병전쟁
  • 3. 정미의병
  • 1) 군대해산
  • (3) 남대문 전투

(3) 남대문 전투

한국군 강제해산에 반대하는 무장봉기는 서울 시위 1연대 1대대 대대장 육군 참령 朴昇煥이 자결함으로써 시작되었다. 박승환의 시위 1대대는 남대문 서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박참령은 8월 1일 신병을 핑계삼아 해산조칙 소집에 불응하고 중대장 김재흡을 대신 보냈다. 김재흡이 돌아와 해산조칙이 내렸다는 보고를 받은 박참령은 각 중대장을 집합시켜 모든 병기를 무기고에 반납토록 하고 자신은 대대장실에 들어가 유서를 쓰고 자결하였다. 유서에는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신하로서 충성을 다하지 못하면 만번 죽어도 애석할 것이 없다”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참으로 한국군인의 애국정신을 들어낸 표본이라 할 것이다. 이날 박참령 이외에도 제2연대 1대대 부위 吳義善과 정교, 사병 각각 한 명이 자결하여 그 뒤를 따랐다.

박참령이 죽음에 앞서 부르짖은 “대한제국만세” 소리와 한 방의 총성은 시위 1대대 영내를 뒤흔들어 놓았다. 흥분한 병사들은 방금 반납한 무기를 되찾기 위해 무기고로 몰려갔다. 무기고는 순식간에 부셔지고 병사들은 정의의 총을 들었다. 이때가 8월 1일 아침 8시 조금 지났을 때였다.1233)≪官報≫3864호, 융희 원년 9월 6일.

박승환의 시위 제1연대 제1대대 바로 옆에는 제2연대 제1대대가 있었는데 박승환의 자결 소식을 듣고 이에 호응하는 함성을 올렸다. 제2연대 병사들도 무기고를 부수고 총을 들었다. 제2연대 대대장 이기표 참령이 며칠전 면직당한 바로 그 부대였다. 두 시위대가 궐기하자 즉각 일본군이 공격해 왔다. 일본군은 시위 1연대와 2연대의 두 대대를 접수하기 위해 남대문 안에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총성을 듣자마자 돌격해 왔다. 그러나 南相悳 참위가 지휘하는 제2연대가 맹사격을 가해 격퇴하였다.1234)≪大韓每日申報≫, 1907년 8월 29일.
≪官報≫3877호, 융희 원년 9월 21일.

이에 일본군은 남대문 누상에 기관총 3문을 설치하고 돌격작전을 감행하였다. 일본군의 선두에 선 지휘관은 러일전쟁 당시 여순 전투에서 19명의 적병을 사살하여 도깨비 대장으로 이름난 가지하라(梶原)였다. 그러나 용감한 한국군의 항전 앞에 무릎을 꿇고 사살되고 말았다. 일본군은 한국군 병영에 폭탄을 투척하여 시위대 제2연대의 항전을 진압하였다. 무려 3시간에 걸친 혈전이었다.1235)≪大韓每日申報≫, 1907년 8월 29일.

한편 시위 제1연대의 항전은 11시 40분까지 4시간이나 계속되었으나 결국 탄환이 떨어져 한국군은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한국군이 갖고 있던 소총은 구식으로 그 위력이 약했고 일분군은 신식 소총에 기관총 그리고 수류탄까지 사용하여 화력에 있어 압도적으로 우세하였다.

그러나 이같은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은 ‘적군도 찬양해 마지않는’ 영웅적 혈전을 벌였고 이후 며칠 동안은 일본인들이 경의를 갖고 한국과 한국인에 관해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일본군은 이 전투에서 가지하라 대위와 특무조장 구마모토(熊本), 조장 하라노(平野) 등 4명의 전사자와 다수의 전상자를 냈으며 한국군은 장교 13명 사병 57명이 전사하였다.

그러나 이토록 한국군측에 전사자가 많았던 것은 전투상황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수색작전에서 빚어진 무자비한 학살행위로 인한 것이었다. 일본군은 민가로 숨은 한국군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천인공노할 잔혹성을 드러냈다.1236)≪大韓每日申報≫, 1907년 9월 5일.

본 기자의 목격에 거하건대 한성내 소요에도 일인의 잔혹과 만행이 多有한지라. 무죄한 양민이 포탄을 맞는가 하면 서소문 내 영내에 있던 한국군 1명은 총검에 20여 창을 맞았다고 하는데 3창이면 족히 일어날 수 없는 것을 그렇게 많이 찔렀으며 더욱이 그들 한국군은 모두 총을 가진 자가 아니었다고 한다(≪日本公使館記錄≫, 1907년 甲種文書, 8월 1일, 戰鬪報告 南大門附近戰鬪 詳鈑).

이처럼 서울 시위대의 항전은 단 하루에 끝났으나 그 소식이 지방진위대에 전해짐으로써 사태는 크게 확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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