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3＞·＜표 4＞·＜표 5＞는 1876년부터 1894년까지의 청·일본·독일이 제공한 차관의 총액과 그 내용을 밝힌 것이고＜표 6＞은 1895년부터 을사조약이 체결되는 1905년 11월 이전까지 일본이 제공한 것이다. 물론 이 시기에 일본 이외의 다른 나라 차관은 없었다.

　원래 차관제공이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단계에서 실행되는 자본수출의 하나이다. 그러나 조선개항 이후 전개된 청과 일본의 차관은 선진자본주의 국가를 외형적으로 모방한 데 지나지 않았다. 이 두 나라의 외형적 모방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양국의 자본주의 성숙도에 따라 분명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청의 경우 1894년 청일전쟁에서 패배할 때까지 일본보다 3배에 가까운 절대적 우위의 차관공세를 감행하였다. 그 공세의 주도 세력은 민간기업가가 아닌 이홍장의 측근 막료들이었고 이들과 긴밀히 밀착된 이른바 官督商辦의 반관반민들이었다. 그러니까 합리적인 자본주의 경영방식을 체득한 민간기업가가 아니었고 동원된 자금 역시 국가의 지원을 받는 관독상판에서 염출되었고 극히 일부의 경우 상해자본가들로부터 수집되기도 했다. 이는 당시 중국의 자본축적이 극도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출혈차관’ 이것이 중국차관의 특징이었다. 자금부족과 경영방식의 미숙성은 조선경제침탈의 주도세력이었던 輪船招商局의 조선 着地 실패에서 극명하게 노출된다. 해운운송, 광산개발, 한강운항 등 모든 면에서 그 좋은 조건의 앞선 탈취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극히 적었다. 그러나 이 출혈차관은 경제적 침탈 성과에서 기대 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내외정을 간섭하는 데서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때문에 청 차관은 정치 차관으로 규정된다.

　일본의 차관제공은 청일전쟁의 승리 이후 유일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제일국립은행은 자본주의 경영의 조기도입에다 일본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에 힘입어 차관제공으로 조선에서 경제침탈을 착실히 증폭시켜 갔다. 특히 시기를 재면서 강행한 을사조약체결 직전의 대대적인 차관공세는 이른바 조선보호국화에 결정적인 기능을 수행하였다. 일본의 차관제공 역시 서양 열강과 비교할 때 자본축적의 취약성이 드러난다. 예컨대, 이 은행의 자금동원능력은 1900년대 초까지 일시에 100만 원을 모으기가 어려웠고 그 이상의 거액차관제공은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었다. 또한 그 취약성은 조선정부가 제일은행에 예금한 공금으로부터 차관이 제공된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결국 제일은행은 일본 초기의 취약한 자본축적을 조선에서 보강하는 조선경제침탈의 첨병이자 교두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