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44권 갑오개혁 이후의 사회·경제적 변동
  • Ⅱ. 민족경제의 동태
  • 2. 상회사 설립과 상권수호운동
  • 1) 상회사 설립
  • (2) 상회사의 설립

가. 갑오·광무개혁기의 상회사

 갑오개혁 이후 1905년까지의 회사 설립 상황을 개괄해 보면<표 1>과 같다.379)<표 1>에서는 해당 연도에 설립된 회사 뿐 아니라 최초로 기록에 나타나는 회사까지를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지만, 회사에 관한 일관된 통계를 확인할 수 없는 현재로서는 이로써 전체적인 추이를 살필 수밖에 없다.

 1894년에 신규 출현 회사가 적은 것은 동학농민전쟁과 청일전쟁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 생각되지만, 1898년까지 10개 안팎의 회사가 설립되는 정도에 머문 것에 비추어 볼 때 그것만이 회사 설립을 억제한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갑오개혁 직후 회사 설립의 부진은 기본적으로는 개화파 정권의 엄격한 회사정책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1899년 이후, 즉<大韓國制>의 발포로 상징되는 황권의 전제화에 발맞추어 회사 설립이 급증하는 것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무렵부터 내장원을 중심으로 하는 특권적 상업질서가 부활되면서 회사의 설립도 급증하였던 것이다.

연도 금융업 농림업 제조업 광업 상업 운수업 수산업 청부·토건업 기타
1894   1     3 1       5
1895     2   2   8     12
1896 2   3   6 3     2 16
1897 1 1 1   2 3     2 10
1898 2         3   1 7 13
1899 4 2 5 2 13 8   2 4 40
1900   3 2 3 15 3 1 3 4 32
1901 1 2 3   4 1 1 4 8 24
1902   3   1 16 2   3 6 31
1903 1 1 1 1 10 3 1   2 20
1904   4 3 2 3 1   1 5 19
11 17 20 9 72 28 11 14 40 222

<표 1>1894∼1904년간 회사 설립 상황

*1. 全遇容,≪19世紀末∼20世紀初 韓人會社硏究≫(서울대 박사학위논문, 1997)의 부록을 토대로 작성.
 2. 기타는 인쇄·출판업, 제약·매약업, 영리목적의 용역업 등이다.

 1895년까지 설립되었거나 활동하고 있던 회사들은 대개 製氷業이나 해산물 채취업 관련 회사들로서 갑오개혁 이전의 회사와 다를 바 없는 것들이었다. 근대적 기업이 본격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하는 것은 1896년경부터였다. 중앙은행을 목표로 한 大朝鮮銀行과 한미합작의 漢城電氣會社가 이 해에 설립된 대표적인 회사들이었다. 1897∼1898년에도 漢城銀行·特立第一大韓銀行·大韓帝國人工養蠶合資會社·大朝鮮苧麻製絲會社 등의 금융업, 제조업회사들이 출현하였다. 특히 이 무렵에는 운수회사의 설립이 활발하여 廣通社·韓國郵遞汽船會社·永興會社·艀船株式會社 등의 해운회사가 다수 설립되었는데, 이는 대한제국 정부가 일본 선박의 미개항장 항행을 엄격히 금지한 데에 힘입은 바 컸다. 또 경인·경부철도 부설공사가 본격화함에 따라 그 청부공사를 담당하는 회사들도 이 때부터 속출하기 시작하였다.380)鄭在貞,≪日帝의 韓國鐵道侵略과 韓國人의 對應≫(서울대 박사학위논문, 1992) 참조.

 그런데 1899년 이후에는 1896년부터의 근대 기업 설립 추세에 덧붙여 내장원 상납을 전제로 특정 물종에 대한 전매권을 주장하거나 상인들에게 株金 명목의 잡세를 징수하는 데에만 열중한 收稅都賈會社들이 특히 급속히 늘어났다. 이 기간 중에도 大韓協同汽船會社·元一輪船會社·濟益船社·漢上紡績股本會社·織造緞布株式會社·香烟合資會社·信錫煙草合名會社·鏡城煤礦會社 등 상당한 자본을 갖추고 근대적 경영기법을 채용한 회사가 계속 설립되었지만,381)이 글에 제시한 개별 회사에 대해서는 全遇容, 앞의 책 참조. 회사수의 급증을 추동한 것은 바로 도고회사들이었다.

 광무년간 가장 대규모로 설립된 근대적 기업은 은행들이었다. 조세금납화 조치로 인해 국고금 관리기구의 필요성이 절실해졌을 뿐 아니라 화폐유통도 급속히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1896년에는 大朝鮮銀行이, 다음해에는 大韓特立第一銀行(大韓銀行)과 漢城銀行이, 1899년에는 大韓天一銀行이 각각 설립되었다. 이들 은행은 모두가 황실 및 고위 관료가 중심이 되어 설립한 것으로 한성은행을 제외하면 처음부터 중앙은행을 목표로 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들 은행의 국고금 관리 시도는 탁지부고문 브라운(J. M. Brown, 柏卓安)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자금을 관리하는 등 정부와 밀접한 관련을 유지하면서도 사설 은행으로만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은행 다음으로 대규모의 근대적 회사가 출현한 부문은 해운업이었다. 민간 해운회사는 官督商辦型 회사였던 利運社가 소멸한 1896년부터 각지에서 설립되기 시작하여, 德利會社·泰運會社·廣通社·永昌會社 등 소규모 해운회사가 먼저 출현하였고, 뒤이어 郵遞汽船會社·大韓協同汽船會社·大韓協同郵船會社 등 정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국내외를 왕래하는 대규모 회사도 속속 설립되었다. 특히 대한협동우선회사는 관료자본을 주축으로 하여 정부의 각별한 지원하에 국제 항로를 개설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광무년간 해운회사의 설립이 활발하였던 데에는 정부가<管船司官制>와<國內船稅規則>을 제정하는 등 연안 해운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정부 소유선박을 불하하거나 임대하는 등의 지원을 베푼 것도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382)羅愛子,≪韓國近代海運業發展에 關한 硏究(1876∼1904)≫(이화여대 박사학위논문, 1994) 참조.

 광무년간에는 경부철도 공사가 본격화함에 따라 철도회사도 다수 출현하였다. 특히 경부철도 공사에 한인회사의 참여를 의무화한<京釜鐵道合同>계약은 공사청부회사가 속출하는 중요 계기가 되었다. 이 계약을 계기로 大韓國內鐵道會社·大韓京釜鐵道役夫會社 등 대소규모의 토건회사가 속출하였는데, 이들 중에는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일본 토건회사에 명의만을 대여하는 것도 많았지만,383)鄭在貞, 앞의 책, 243쪽. 일부는 실제로 공사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반면 근대 기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부문에서는 회사 설립이 상대적으로 부진하였다. 갑오개혁 이후 정부와 지식인 일반의 식산흥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國富의 근원을 제조업에서 찾아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하였지만,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건은 아직 취약한 상태였다. 공장제 제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금융지원과 관세장벽 등 정부의 지원과 보호가 절실하였지만, 백동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가치의 지속적 하락, 관세자주권의 침해로 인한 효율적 보호장치의 부재 등으로 인해 제조업 회사가 설 수 있는 기반은 대단히 취약했다. 광무년간 개명관료층을 중심으로 漢上紡績股本會社·織造緞布株式會社·香烟合資會社 등의 제조업 회사가 적지 않게 설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광무년간에는 官許農桑會社·牧養社·大韓帝國人工養蠶合資會社·開墾會社·養蠶會社·農業會社·農鑛會社·煤礦合資會社·鏡城煤礦會社·海産會社 등 농림업·광업·수산업회사도 다수 설립되어 회사조직이 경제 각 부문으로 확산되어 갔던 바,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회사가 설립된 부문은 상업부문이었다. 그런데 이 시기의 상업회사 증가는 상인층의 영업권 독점 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선 후기 이래의 상업발전과 개항으로 인한 상품유통의 확대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상인층은 특권적 상업질서에 편승하여 내장원과 밀착해 갔다. 麻浦米商會社·軍部用達會社·米豆會社·石油用達會社·炭商會社 등은 모두 내장원에 납세하는 대가로 특정 물종을 전담 취급하거나 특정 관부에 대한 물자조달을 독점한 회사들로서, 기본적으로는 도고의 연장이었다. 상업회사 일반이 도고적 행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회사 설립을 빙자하여 株金 명목의 잡세를 수탈하거나 영업독점권을 명목으로 영세상인을 수탈하는 회사도 속출하였다. 각지의 加沙里會社와 麴子會社, 仁川의 柴炭會社·漁商會社·米豆會社·菜果會社·翔物會社·南草會社, 沃溝의 魚鹽會社, 長淵의 魚物會社, 元山의 鹽商會, 利原의 五種會社, 全州의 八商會社 등은 모두 특정 물종의 전매권을 자임하면서 소상인·소생산자를 수탈한 도고회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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