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용도서검정제도는 결과적으로 학교에서의 교육내용을 통제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었다. 검정이 실시되는 1908년 이후 한국인학교에서 사용되는 교과용도서는 엄격한 통제를 받게 되었다. 통감부의 교과용도서에 대한 통제는 검정제도의 실시와 함께 내부대신의 이름으로 이른바 출판법을 제정하여 모든 출판물에 대한 검열을 실시하면서 이중으로 진행되었다.²⁸⁴⁾≪官報≫, 융희 3년 2월 26일, 법률 6호＜出版法＞.

　출판법의 내용은 관청의 문서·도서·연설문, 강의의 필기물·인쇄물, 사립학교와 회사 및 기타 단체에서 출판하는 문서·도서·서간·통신·보고·광고 등의 출판·발매 또는 반포를 목적으로 하는 모든 문서와 도서는 저작자 또는 발행자의 고본을 첨부하여 지방관을 경유해서 내부대신에게 허가를 신청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출판법 시행 전에 이미 출판한 저작물을 재판하고자 할 때에도 적용되었으며 내부대신은 출판법 시행 전에 출판된 저작물로써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풍속을 壞亂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 그 발매 또는 반포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版·印本을 압수하도록 되었다.

　출판법으로 그 동안 사립학교에서 자체 편찬하여 사용하던 교과서나 민간에서 제작하여 사용하던 모든 교과용도서와 함께 일반출판물도 검정에 앞서 내부대신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처럼 교과용도서에 대한 통제는 1907년부터 구체적으로 나타났으며, 통감부에서는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과서와 사용할 수 없는 교과서를 분류하여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서는 ‘學部編纂 敎科用圖書’·‘學部檢定 敎科用圖書’·‘學部認可 敎科用圖書’로 제한되었으며, ‘學部不認可 敎科用圖書’나 ‘檢定無效 및 檢定不許可 敎科用圖書’, 그리고 출판법에 의거한 ‘內部大臣 發賣頒布禁止圖書’는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하였다.

　검정제도 실시 이후 분류된 교과서의 실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학부편찬 교과용도서

　통감부가 설치된 후 학부에서 편찬한 교과서는 1907년 7월 보통학교용으로 국어독본(4권)·일어독본(4권)·한문독본(2권)·수신서(2권)·圖畵臨本(2권) 등 5종 14권이 편찬되었으며,²⁸⁵⁾≪官報≫, 광무 11년 7월 9일, 학부령 7호＜學部編纂普通學校敎科用圖書發수規程＞. 1909년 12월 보통학교용 교과서는 일단 편찬이 끝나고 고등학교용 교과서의 편찬이 진행되어²⁸⁶⁾≪皇城新聞≫, 1909년 12월 14일. 1910년 8월까지 완료되었다. 이들 교과서는 관공립학교는 물론 사립학교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으며 사립학교에서 사용할 경우 학부대신의 인가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

　1910년 7월 1일 현재 학부편찬 교과서는 다음과 같다.

수신서 (4권) 보통학교(학생용) 국어독본 (8권) 보통학교(학생용) 일어독본 (8권) 보통학교(학생용) 한문독본 (4권) 보통학교(학생용) 理科書(日文)(2권) 보통학교(학생용) 도화임본(4권) 보통학교(학생용) 습자첩 (4권) 보통학교(학생용) 산술서 (4권) 보통학교(교원용) 보통교육창가집1집 (1권) 보통학교 및 고등정도의 여러 학교(학생과 교원용) 보통교육학 (1권) 사범학교 및 여러 학교(학생과 교원 참고용) 학교체조교수서(1권) 보통학교 및 고등정도의 여러 학교(학생 참고용) 한국지리교과서(1권) 고등학교 및 같은 정도의 여러 학교(학생용)

나. 학부검정 교과용도서

　교과용도서의 검정이 진행됨에 따라 학부에서는 이에 필요한 인원을 충당하기 위하여 편집관 2명과 편집관보 3명을 신설하였다. 1908년 8월 사립고등학교용으로 兪鈺兼이 지은≪東洋史敎科書≫(1책)를 검정한 것을 시작으로≪萬國地誌大要≫(安鍾和)·≪國語語典≫(김희상)·≪算術敎科書≫(이교승)·≪小博物學≫(유성준)·≪東洋史敎科書≫(유성준) 등이 1908년 12월 말 검정이 끝났다.

　교과용도서검정규정이 제정된 후 1909년 3월까지 9종이 검정되는 등 검정의 진행이 더딘 편이었으나 1910년 5월까지는 33종, 1910년 8월까지는 모두 15개 교과에 걸쳐 41종의 교과서가 검정되었다. 이들 도서를 사립학교에서 사용할 경우에는 학부대신의 인가를 받을 필요가 없으며 다만 사립학교규칙 제10조 1항에 의거 신고하였다. 이들 검정교과서를 교과별로 분류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²⁸⁷⁾학부편집국,≪敎科用圖書一覽≫ 增補 5판(1910. 7).
조선총독부,≪敎科用圖書一覽≫ 改訂 6판(1912. 1).

　한편 교과용도서검정규정은 1910년 8월 29일 국권침탈 이후에도 적용되어 1년 후인 1911년까지 다음 5종의 교과서가 검정되어 간행되었다.²⁸⁸⁾조선총독부,≪敎科用圖書一覽≫改訂 6판(1912. 1).

다. 학부인가 교과용도서

　학부인가 교과용도서는 사립학교에서 사립학교령에 의거하여²⁸⁹⁾≪官報≫, 융희 2년 9월 1일, 칙령 62호＜私立學校令＞6조. 학부에 사용인가를 청원한 것 중 인가된 도서이다. 그러나 인가도서를 사용할 수 있는 효력은 인가를 받은 학교에만 있으므로 다른 사립학교가 이를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별도로 학부대신의 인가를 받아야 하였다. 인가도서의 총수는 1910년 7월 1일 304종에 달하고 있다.²⁹⁰⁾학부편집국,≪敎科用圖書一覽≫增補 5판(1910. 7). 이들 인가도서는 1911년 12월 28일 269종으로 줄어들었는데²⁹¹⁾조선총독부,＜敎科用圖書一覽＞改訂 6판(1912. 1). 이는 그 동안 인가도서 가운데 불인가도서로 분류된 것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는 1895년 이래로 학부편집국에서 발행한 교과서가 대부분 속해 있었으며, 일본의 문부성에서 발행한 것과 일본의 출판사에서 발행한 것도 있다. 또한 각종 종교서적이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기독교계통 학교에서 사용하는 종교계통의 교과서는 거의 외국인(서양인)의 저작이다. 1910년 7월 1일 교과목별 인가교과용도서의 종류를 보면 다음과 같다.

　한편 학부에서 편찬한 도서로서 인가도서로 분류된 교과서는 다음과 같다.

라. 학부불인가 교과용도서

　이들 도서들은 사립학교에서 학부에 청원한 도서들 가운데 허가하지 않은 것이다. 불인가도서들은 대부분 1906년 통감부가 설치된 이후부터 교과용도서검정제도가 실시되기 직전까지 개인이 저작하여 발행한 것으로서 많은 사립학교에서 사용하고 있었던 도서들이며 여기에는 일본인이 저작한 도서도 포함돠어 있다. 1908년 사립학교령이 발표되고 각급 학교의 교과서사용규정이 만들어 지자 이에 의거하여 그 동안 자유롭게 사용하던 교과서의 사용허가를 청원한 것인데 불허한 것이다. 불인가도서들은 수신·국어·역사·지리·한문·일어 등의 문학 또는 인문·사회 계통으로서 자연과학계통의 도서는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1910년 8월 이후에는 불인가도서가 늘어났는데 이는 과거 학부에서 편찬하여 어느 학교나 사용하던 교과서 가운데 내용상 문제가 있다고 하여 불인가도서로 분류된 것도 있으며, 학부대신 인가도서로 인정되었다가 사용이 금지된 도서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도서들은 어느 학교든지 절대로 사용하는 것이 허가되지 않았다.

　1910년 7월 1일 현재 학부불인가 교과용도서는 다음과 같다.

　1910년 7월 이후 인가도서 가운데서 불인가도서로 바뀌거나 또는 새로이 불인가도서로 분류되는 도서가 늘어나 1년 6개월이 지난 1911년 12월 28일 불인가도서의 숫자는 배 이상이 늘어났다. 이들 새로이 불인가도서로 분류된 도서들은 국어·한문·역사·지리 교과서가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역사와 지리교과서는 거의 모두 불인가로 분류되었는데 이는 통감부나 총독부가 실시한 교육정책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인가도서로서 ‘시세 변혁의 결과에 따라 불인가도서로 된 도서’²⁹²⁾조선총독부,≪敎科用圖書一覽≫改訂 6판(1912. 1).는 다음과 같다.

마. 검정무효 및 검정불허가 교과용도서

　이들 도서는 검정규정이 발표되기 이전 간행되었으나 검정규정 부칙 제15조에 의하여 검정이 무효로 되었거나 교과용으로 부적당하다고 하여 검정규정에 의하여 불허가된 것이다. 이들 도서도 교과서로 사용할 수 없는 도서로 분류하였다. 그렇지만 다수의 사립학교가 여전히 이를 사용하자 통감부에서는 학부불인가도서에도 포함시켜 사용을 금지하였으므로 대부분이 학부불인가도서와 중복되고 있다. 검정무효(6종) 및 검정불허가도서(7종)는 다음과 같다.

바. 내무대신 발매반포금지도서

　통감부에서는 교과용도서검정규정을 제정하여 학교의 교과서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한편 별도로 출판법을 앞세워 통제를 실시하였다. 1909년 5월 5일 내부대신은 출판법 제16조에 의거한 고시²⁹³⁾≪官報≫, 융희 3년 5월 7일, 내부고시 27호.를 발표하여 다음 도서의 발매·반포를 금지시켰다.

　출판법 제16조의 내용은 “내무대신은 본법 시행전에 이미 출판된 저작물로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또는 풍속을 괴란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도서의 발매 또는 반포를 금지하고 版本과 印本을 압수한다”로 되어 출판된 도서뿐만 아니라 그 판·인본까지 압수하여 철저히 탄압하였다. 1909년 5월 5일에 금지도서를 발표한 통감부는 교과용검정제도가 처리되면서 검정무효 및 검정불허가도서들을 이에 포함시켜 학교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읽지 못하게 하였다.

　이상의 발매 및 반포금지도서들은 그 초판 간행연도가 대부분 1908년 이전이며, 학부불인가도서 또는 검정무효 및 검정불허가된 도서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도서들은 그 내용으로 보아 역사교과서, 각국의 흥망사 및 독립사, 영웅·위인의 전기, 민족의식을 고취한 도서, 세계정세를 주제로 한 도서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공통적인 것은 애국정신을 강조하고 일제의 침략이 진행되는 현실을 비판 또는 풍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도서 가운데 청년들이 즐겨 읽던 책은 각국의 흥망사나 독립사 또는 영웅과 위인의 전기 등이었는데 일제는 이들 도서들을 발매 및 반포금지시키고 이를 압수하여 수십만 권을 불사르기도 하였다.²⁹⁴⁾李萬珪,≪朝鮮敎育史≫하(을유문화사, 1947), 1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