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45권 신문화 운동Ⅰ
  • Ⅱ. 근대적 학문의 수용과 성장
  • 2. 한국어 연구
  • 4) 문법의 연구
  • (1) 서양인의 연구

(1) 서양인의 연구

 우리 나라에 독특하고도 完美한 알파벳 文字(한글)가 있음이 서구학계에 처음 알려진 것은 18세기 말의 일이었다. 이것은 하나의 경이였다. 그리하여 이 문자의 체계와 계통을 밝히려는 연구를 하게 되었다. 이 연구는 19세기의 20년대와 30년대에 아벨레뮈사(Jean Pierre Abel-Rémusat), 클라플로트(Heinrich Julius Klaproth)와 같은 유명한 학자들에 의하여 시작되어 서구 문자학계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이처럼 한글에 국한되었던 서구인들의 관심이 우리 국어에 미친 것은 19세기 후반에 들어서의 일이었다. 이 연구는 주로 선교사들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서양 선교사들은 새로운 언어에 접했을 때 그 문법서와 사전을 편찬하고 그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일을 무엇보다도 먼저 하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었다. 이것은 전도를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문법(grammar)이란, 서양에서 발달한 학문이다. 그리하여 국어 문법이 처음 서양인들에 의해서 씌어졌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처음으로 국어의 문법에 관한 저술을 한 사람은 영국 선교사 로스(John Ross)였다. 당시 우리 나라는 선교사의 입국을 금했으므로 그는 만주에 있으면서 국어를 공부하여 1877년에≪朝鮮語初步≫(Corean Primer)를 중국 上海에서 발행하였다. 이것은 국어 회화책인데 그 첫머리에 국어의 음운과 문법에 관한 설명이 보인다. 그 뒤 그는 이 책을 수정하여≪朝鮮語法≫(Korean Speech, with Grammar and Vocabulary, 1882)를 내었다. 국어의 음운과 문법에 관한 설명이 훨씬 자세해졌음이 주목된다. 로스와 함께 만주에 있었던 선교사 매긴타이어(John MacIntyre)도≪朝鮮語論≫(Notes on the Corean Language, 1879)를 내었다. 이들의 책은 주로 평안도 방언을 기록하고 있음이 특징이다. 아마도 만주에서 주로 평안도 사람들로부터 국어를 배운 듯하다. 이 책들은 그 내용이 잘되고 못되고는 고사하고,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의 평안도 방언을 전해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성경을 국어로 번역하였는데 이 역시 평안도 방언으로 되어 있어 좋은 자료가 된다.

 1881년 파리 外邦宣敎會 소속으로 우리 나라에 파견된 불란서 선교사들이 편찬한≪朝鮮語文典≫(Grammaire Coréenne par les Missionaires de Corée de la Société des Missions Etrangères de Paris)이 일본 요코하마(橫濱)에서 출판되었는데, 이것은 본격적인 문법연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책으로 그 뒤의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 책은 서양 문법의 틀에 국어를 맞춘 것이어서 국어의 특징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가령 이 책은 국어에 아홉 품사를 설정했는데 그 중에는 관사, 전치사까지 들어 있다. 이것은 서양의 문법 체계를 국어에 그대로 적용한 데서 온 것이다. 그리고 부록으로 계절, 十干, 十二支, 方位, 親族關係의 명칭 등을 들고 맨 끝에 각종 회화의 실례를 들고 자세한 설명을 한 것과 짧은 이야기 10여 편의 원문과 번역을 싣고 있다. 이것은 이 책이 순수한 학문적 필요보다는 실용적 목적을 위해서 씌어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영국 외교관으로 1884년에서 1892년까지 仁川 부영사를 지낸 스코트(James Scott)는 1887년에≪언문말책≫(En-moun mal Ch’aik·A Corean Manual or Phrase Book with Introductory Grammar)을 저술하였다. 제1편은 언문의 발음, 품사의 설명이요, 제2편은 회화 연습으로 되어 있다. 스코트는≪英韓辭典≫(English-Corean Dictionary, 1891)의 편자로도 알려져 있다.

 미국 선교사 언더우드(H. G. Underwood, 元杜尤)의≪韓英文法≫(An Introduction to the Corean Spoken Language)이 1889년에 일본 요코하마에서 간행되었다. 이 책은 제1편 문법, 제2편 영어와 국어의 對譯으로 되어 있다. 이 역시 실용을 위주로 한 책임은 위에서 말한 책들과 다름이 없다. 내용에 있어서 품사 분류에 관사, 전치사가 없어지고 그 대신 후치사(postposition)가 등장한 것은 위에서 말한 불란서 선교사들의 문법보다 한걸음 발전한 것이라고 하겠다. 후치사란 체언에 붙는 토를 가리킨 것이다.

 캐나다인 선교사로 국어로 성경을 번역했을 뿐 아니라 우리 나라 문화에 대해서도 몇 권의 저서를 남긴 게일(J. S. Gale, 奇一)이 1893년에 낸≪辭課指南≫(Korean Grammatical Forms)은 국어 용언의 활용어미를 실례로 들어 설명한 책이다. 이것은 서양인이 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운 것이 용언 어미라는 점에 착안하여 집필한 것으로, 국어의 용언 어미 264종의 경우를 들어서 설명한 것은 그 자료만으로도 훌륭한 업적이 되는 것이다.

 이상 19세기에 있어서의 서양인들의 한국어 연구, 특히 문법에 관한 저서들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하였다. 뒤에 말할 바와 같이 우리 나라 학자들의 문법 연구는 1880년대에 시작되었으나 문법책이 간행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서의 일이었다. 여기서 우리 나라 학자들의 연구가 이들 서양인들의 손에 간행된 문법책들의 영향을 얼마만큼 받았는가 하는 것이 문제된다. 앞으로 더욱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로는 이 영향은 매우 적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붙여 말하고 싶은 것은, 서양 선교사들의 국어문법에 관한 저술이 19세기에 매우 많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아주 적었다는 점이다. 위에 말한 책들의 개정판을 제외하면 1923년에 간행된 에카르트(P. A. Eckardt)의≪朝鮮語 交際文典≫(Koreanische Konversations Grammatik mit Lesestücken und Gesprächen)과 1939년에 간행된 핀랜드의 알타이어학자 람스테트(G. J. Ramstedt)의≪한국어 문법≫(A Korean Grammar)을 들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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