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45권 신문화 운동Ⅰ
  • Ⅲ. 근대 문학과 예술
  • 1. 근대 문학의 발전
  • 2) 개화기의 시가 장르
  • (5) 신체시

(5) 신체시

 ‘신체시’란 개화기에 새로운 형태와 율격을 의도하면서 만들어 낸 시의 유형을 일컫는 이름이다. 신체시의 첫작품은≪소년≫창간호(1908, 11.)에 실린 최남선의 ‘海에게서 少年에게’인데, 최남선은 이런 유형의 작품들을 그저 ‘시’라고만 분류했다.406)권오만,<육당시의 장르 인식의 문제>(≪논문집≫19-1, 서울시립대, 1985). 따라서 ‘신체시’란 명칭은 후대에 분류의 편의를 위하여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최남선은 이 작품에서 종전의 시가 형태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를 실험하면서도 다른 한편 여전히 정형적인 틀에 얽매인 기묘한 형태를 이루어 냈다. 이 작품의 1, 2연에서 그 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린다, 부슨다·문허바린다,

泰山갓흔 놉흔뫼, 딥턔갓흔 바위ㅅ돌이나,

요것이무어야, 요게무어야,

나의큰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디하면서,

린다, 부슨다, 문허바린다,

텨……ㄹ썩, 텨……ㄹ써, 텩, 튜르릉, 콱.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내게는, 아모것, 두려움업서,

陸上에서, 아모런, 힘과權을 부리던者라도,

내압헤와서는, 못하고,

아모리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디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압헤는.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이 작품은 첫편만을 놓고 보면 자유시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모두 6련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각 연 대응행을 보면 제2행이 3·3·5의 같은 음절수로, 제3행이 4·3·4·5(6)의 같은 음절수로 이루어져, 정형적인 틀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이와 같은 기묘한 형태로 말미암아 그 형태를 ‘變格的인 정형시 내지 준정형시’ 또는 ‘기형적인 자유시 내지 준자유시’에 해당한다고 헀다.407)김춘수,≪한국 현대시 형태론≫(해동문화사, 1958), 23쪽.

 이 작품은 온전한 의미의 자유시와는 준별되어야 할 작품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우리 시의 율격의 자연스러움을 적지 않게 손상시킨 작품이기도 하다.408)조동일, 앞의 책, 405쪽. 이 책에서 저자는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정형시와 자유시를 각각 극단화하고저 한 시도가 나타난 작품이라고 지적한 뒤, 이 작품은 앞뒤의 행이 정형적인 규칙에 따라 연결되면서 음절수는 달라질 수 있는 우리 시가의 기본 원리를 양면으로 파괴한 작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한 문제점으로 말미암아 최남선의 이 작품 이후 새로운 자유시의 형태는 지속적으로 모색되었다. 자유시의 형태 모색에 참여했던 이들은 李光洙·玄相允·崔承九·金與濟·金億·黃錫禹·주요한 등으로 자유시의 온전한 형태는 1920년경에 들어가서야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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