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시’란 개화기에 새로운 형태와 율격을 의도하면서 만들어 낸 시의 유형을 일컫는 이름이다. 신체시의 첫작품은≪소년≫창간호(1908, 11.)에 실린 최남선의 ‘海에게서 少年에게’인데, 최남선은 이런 유형의 작품들을 그저 ‘시’라고만 분류했다.406)권오만,<육당시의 장르 인식의 문제>(≪논문집≫19-1, 서울시립대, 1985). 따라서 ‘신체시’란 명칭은 후대에 분류의 편의를 위하여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최남선은 이 작품에서 종전의 시가 형태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를 실험하면서도 다른 한편 여전히 정형적인 틀에 얽매인 기묘한 형태를 이루어 냈다. 이 작품의 1, 2연에서 그 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린다, 부슨다·문허바린다,
泰山갓흔 놉흔뫼, 딥턔갓흔 바위ㅅ돌이나,
요것이무어야, 요게무어야,
나의큰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디하면서,
린다, 부슨다, 문허바린다,
텨……ㄹ썩, 텨……ㄹ써, 텩, 튜르릉, 콱.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내게는, 아모것, 두려움업서,
陸上에서, 아모런, 힘과權을 부리던者라도,
내압헤와서는, 못하고,
아모리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디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압헤는.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이 작품은 첫편만을 놓고 보면 자유시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모두 6련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각 연 대응행을 보면 제2행이 3·3·5의 같은 음절수로, 제3행이 4·3·4·5(6)의 같은 음절수로 이루어져, 정형적인 틀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이와 같은 기묘한 형태로 말미암아 그 형태를 ‘變格的인 정형시 내지 준정형시’ 또는 ‘기형적인 자유시 내지 준자유시’에 해당한다고 헀다.407)김춘수,≪한국 현대시 형태론≫(해동문화사, 1958), 23쪽.
이 작품은 온전한 의미의 자유시와는 준별되어야 할 작품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우리 시의 율격의 자연스러움을 적지 않게 손상시킨 작품이기도 하다.408)조동일, 앞의 책, 405쪽. 이 책에서 저자는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정형시와 자유시를 각각 극단화하고저 한 시도가 나타난 작품이라고 지적한 뒤, 이 작품은 앞뒤의 행이 정형적인 규칙에 따라 연결되면서 음절수는 달라질 수 있는 우리 시가의 기본 원리를 양면으로 파괴한 작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한 문제점으로 말미암아 최남선의 이 작품 이후 새로운 자유시의 형태는 지속적으로 모색되었다. 자유시의 형태 모색에 참여했던 이들은 李光洙·玄相允·崔承九·金與濟·金億·黃錫禹·주요한 등으로 자유시의 온전한 형태는 1920년경에 들어가서야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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