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45권 신문화 운동Ⅰ
  • Ⅲ. 근대 문학과 예술
  • 1. 근대 문학의 발전
  • 3) 개화기의 서사 장르
  • (2) 역사·전기 소설

(2) 역사·전기 소설

 당면한 시대가 어려울수록 선인들은 그 시대의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 나갔던가 하는 점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역사를 가리켜 현재의 거울이나 교훈이라고 하는 것은 과거의 현재성 또는 현재의 과거성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말일 것이다. 거기에다 을사늑약 이후의 정세처럼 언론, 출판의 자유가 직접, 간접으로 위협을 받았던 때이었고 보면, 동서 고금의 각 민족이 처했던 국난기의 위인의 전기들을 번역·편술·출판하는 일은 그 자체가 우리 민족이 처한 현실을 적시하고, 비판하는 것을 대신하는 작업에 해당한다. 또한 그 작업은 우리 민중에게 동서 고금의 위인들이 어떤 지혜, 결의, 행동으로 국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가를 들려 줌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국난 극복의 대열에 참여하도록 격려, 고무하는 작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기의 역사·전기 소설을 가리켜 동물 우의소설에 가까운 역사의 우의법을 활용한 것이란 견해는 경청할 만한 것이다.421)이재선, 앞의 책, 175쪽.

 역사·전기 소설의 경우, 지은이가 제대로 소설의 골격을 갖추었다고 내세운 작품 편수도 많지 못하며 또 그런 평가를 받는 작품들도 많지 못하다. 지은이가 소설이라고 내세운 역사·전기 작품들로는 1907년에 박은식이 정치소설이라고 내어 놓은 ‘瑞士建國誌’와 역시 같은 해에 장지연이 신소설이란 이름으로 간행한 ‘애국부인전’이 있을 뿐이다. 앞의 작품은 스위스 건국의 영웅인 維霖剔露(Wilhelm Tell)의 투쟁을 다룬 것으로, 쉴러(Schiller)의 희곡을 저본으로 한 중국어본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민중의 계몽을 의도하여 만들어진 책이면서 난삽한 국한문을 사용했다는 점이 큰 한계이다. 뒤의 책은 프랑스 백년 전쟁의 영웅인 잔다르끄(Jeanne d‘Arc)의 구국 항쟁을 엮은 것으로, 장지연은 구소설 형태의 ‘여장군전’422)조동일, 앞의 책, 313쪽.이라 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 낼 의도를 가졌던 듯하나, 소설적 구성의 필연성을 살려 내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어느 정도 소설로서의 골격을 갖춘 역사·전기물은 아니었다 할지라도 이 시기에는 다수의 역사물, 전기물이 활발하게 간행되었다. 그것들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들로는 현채와 주시경이 각각 번역한≪월남망국사≫와 신채호가 저술한≪을지문덕전≫·≪이순신전≫등이 있다.≪월남망국사≫는 월남 패망의 자초지종을 전하는 책으로 나라의 운명이 심히 위태로왔던 을사늑약 이후의 우리 독자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을사늑약 이후의 신채호는 애국계몽운동에 가장 열정적으로 헌신했던 인물이다. 그는 역사·전기물의 경우에 외국의 영웅적 인물들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역사의 영웅들을 널리 알리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 위의 두 책은 그의 그러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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