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47권 일제의 무단통치와 3·1운동
  • Ⅲ. 3·1운동
  • 1. 3·1운동의 배경
  • 4) 국내 상황
  • (1) 식민지 지배의 압박과 고통

(1) 식민지 지배의 압박과 고통

 “모든 혁명은 썩은 문짝 차 넘어뜨리는 것이다”라는 갈브레이드의 말에 비추어 본다면 3·1운동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체제는 이 운동이 일어나던 1919년 당시 결코 ‘썩은 문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1910년 8월 29일 우리 주권을 빼앗은 일본은 조선총독부를 설치하고, 일본 육군대장출신의 무관총독과 헌병경찰제를 기초로 입법·사법·행정 및 군사의 전권을 행사하며 강고한 식민지 지배정책을 강행하였다.

 조선의 지방사회는 일제하에서 커다란 변화를 강요받고 있었다. 16세기 이래의 士族 중심의 향촌 지배체제는 17세에 들어오면서 농업기술상의 발전과 상업과 수공업, 상품경제가 발전하면서 새롭게 지주 또는 부농으로 성장하는 층과 경제적으로 몰락해 가는 사족층이 교차되면서 농민층에 대한 사족의 통제가 약화되고, 대신 관권의 통제력이 강화되었다. 민간에서는 각종 契와 두레, 樵軍組織 등 새로운 농민조직이 자라나고 있었다. 1906년 개화파는 향회설치와 농민층의 정치참여를 통하여 지방사회를 안정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 계획은 일제 통감부의 간섭으로 실행되지 못하였다. 1910년 조선의 국권을 병탄한 일본은 1914년을 기해 전면적인 지방행정구역 개편을 단행하여, 전통적인 향촌사회의 ‘동리본위주의’를 面을 중심으로 하는 관 일방의 지방통제체제를 구축하였다. 이를 위하여 1910년 68,819개 동·리를 1918년까지 28,277개로 58.9%를 철폐하고 통합하였으며, 군은 317개에서 99개 줄여 218개로(-31.2%), 면은 4,351개에서 2,509개로 42.3%를 철폐하였다. 이와 더불어 종래의 면장을 친일적 인사로 전면적으로 교체하여 식민지 지배의 동반자로 삼고, 종래 군과 동리간의 전달사무만 담당하던 面을 식민지 말단 행정기구로 강화하였다.598) 이정은,<일제의 지방통치체제 수립과 그 성격>(≪한국독립운동사연구≫6, 1992). 이런 법적·행정적 장치를 마련해 놓은 상태에서 각종 식민지 악법과 규칙, 온갖 종류의 세금을 통해 민중을 고통스럽게 몰아갔다. 그리하여 “일상의 생활은 巨細 모두 법규에 규율되고, 願屆를 필요로 하는 것이 많아 煩累에 견딜 수 없다”599)<조선소요사건상황>(≪독립운동사자료집≫6, 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 784쪽.고 하는 상황이 되었다. 수많은 밀정을 풀어 국민을 감시하며, 소위 ‘법과 규칙’ 위반자에 대해서는 형벌로 강제하였다. 3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00원 이하의 벌금, 과료의 형에 대해서는 재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경찰서장 또는 헌병대장이 즉결처분으로 태형을 가할 수 있게 규정한<범죄즉결례>는 한국 민중들에게 악명이 높았다. 이러한 즉결처분이 악용되어 1911년에 18,100여 건이던 즉결처분이 1918년에는 82,100여 건으로 급격히 증가한 데서도 그것을 알 수 있다.600) 박경식,≪일본 제국주의의 조선지배≫(청아출판사, 1986), 52쪽. 원래 농민은 하늘을 이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인지라, 일제의 지배와 같은 사사건건 강압적·직접적 규제를 견디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1910년부터 1918년까지 토지조사사업을 시행하여 농민들의 경작권 등 제 권리를 박탈하고 소수 지주의 소작인으로 전락하게 하였으며, 일인들의 이주 증가와 토지수탈을 쉽게 하였고, 일본인들의 植民을 통하여 농업침탈과 함께 지역사회 향촌공동체의 결속력을 해체해 갔다.

 한국의 시장과 무역은 일인과 일본에 의해 독점되고, 한국은 쌀을 비롯한 일본의 원자재 공급지, 직물을 비롯한 일본 공업제품의 소비지로 전락하였다. 결사와 집회, 언론과 출판의 자유는 철저하게 억압되었으며, 식민지 노예교육을 시행하고, 일본의 통치에 저항할 경우 가혹한 탄압을 받았다. 한국인의 교육·산업활동은 제한·통제되었으며, 같은 노동에도 임금은 일본인의 절반 또는 2/3에 불과하였다. 우리 민족은 열등한 민족으로 간주되어 멸시되었다.

개요
팝업창 닫기
책목차 글자확대 글자축소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페이지상단이동 오류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