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47권 일제의 무단통치와 3·1운동
  • Ⅲ. 3·1운동
  • 2. 3·1운동의 전개
  • 1) 3·1운동의 초기 조직화
  • (2)<독립선언서>준비

(2)<독립선언서>준비

 2월 초순 최린이 최남선·현상윤 등과 운동계획을 협의할 때 운동의 취지를 선언문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제기되었다. 이때 육당 최남선은 자신이 그 기초를 맡겠다고 나섰다. 육당은 이 일을 맡아 낮에는 연락사무를 하고, 밤에 아무도 없는 때를 타서 3∼4일에 한 편씩 2월 22∼23일까지 이 일을 완성했다. 육당은 민족대표들에 의한<宣言書>, 일본정부, 귀족원·중의원 양원 및 조선총독부에 보내는<獨立通告書>, 미국 대통령 윌슨과 파리평화회의에 보내는<獨立請願書>를 각각 작성하게 되었다. 육당은 일경의 감시를 피하여 을지로 3가의 林圭의 일본인 부인 집에서 선언서와 그밖의 문건들을 기초하였다.

 이 중에서<宣言書>는 2월 10일 경에 초안을 완성하여 2월 15일 최린에게 건네 주었다. 최린이 받아 벽에 걸린 거문고 안에 감추어 두었다가 손병희·권동진·오세창에게 보여 동의를 얻은 후 기독교측의 함태영에게 주어 기독교측의 동의를 구하게 하였다. 최남선은 나머지 문서들을 그 후 완성하여 2월 25일 천도교측에 전달하였다.

 <독립선언서>는 천도교에서 경영하는 普成社 사장 이종일에게 인쇄를 맡겼다. 그러나 보성사 직공들의 기술이 부족하여 최남선이 자신이 경영하는 新文館 직공을 시켜 조판을 하여 최린의 집에 두었다가 2월 27일 밤중에 시작하여 11시까지 1차로 2만 5,000장, 2차로 1만 장을 찍어 총 3만 5,000장을 찍었다.620) 이종일,<묵암 이종일 비망록(4)>(≪한국사상≫19, 1982), 232쪽.
<독립선언서>가 최남선의 신문관 조판의 본(5호-10.5포인트 활자)과 보성사 조판본(4호-14포인트 활자)의 2종이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오수열,<독립선언서의 인쇄경위>,≪인쇄계≫, 1986. 3).
이렇게 인쇄된<독립선언서>는 장중한 문체와 고원한 사상을 담은 명문장으로 우리 민족의 독립선언과, 독립의 역사적·원리적 당위성을 당당하게 밝혔다.

<宣 言 書>

 吾等은 玆에 我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此로써 세계 만방에 고하여 인류평등의 大義를 克明하며, 차로써 자손만대에 誥하야 민족자존의 正權을 永有케 하노라.

 반만년 역사의 권위를 仗하여 차를 선언함이며, 이천만 민중의 誠忠을 합하여 차를 佈明함이며, 민족의 항구여일한 자유발전을 위하야 차를 주장함이며, 인류적 양심의 발로에 基因한 세계개조의 대기운에 순응병진하기 위하여 차를 제기함이니, 是ㅣ 天의 明命이며, 시대의 대세이며, 전인류 공존동생권의 정당한 발동이라, 천하 何物이던지 차를 저지 억제치 못할지니라.

 구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 강권주의의 희생을 작하야 유사 이래 누천년에 처음으로 異民族 箝制의 痛苦를 嘗한지 今에 십년을 過한 지라. 我 생존권의 剝喪됨이 무릇 幾何이며, 심령상 발전의 장애됨이 무릇 기하이며, 민족적 尊榮의 훼손됨이 무릇 기하이며, 新銳와 獨創으로써 세계문화에 寄與補裨할 機緣을 遺失함이 무릇 기하이뇨.

 噫라, 구래의 억울을 宣暢하려 하면, 時下의 고통을 擺脫하려 하면, 장래의 脅威를 芟除하려 하면, 민족적 양심과 국가적 廉義의 압축 銷殘을 흥분 신장하려 하면, 각개 인격의 정당한 발달을 遂하려 하면, 가련한 자제에게 苦恥的 재산을 遺與치 아니하려 하면, 자자손손의 영구 완전한 景福을 導迎하려 하면, 최대 급무가 민족적 독립을 확실케 함이니, 이천만 각개가 人마다 方寸의 刃을 懷하고, 인류 通性과 시대 양심이 정의 軍과 人道의 干戈로써 護援하는 금일, 吾人은 進하여 取하매 何强을 挫치 못하랴, 退하야 作하매 何志를 展치 못하랴.

 병자수호조규 이래 時時種種의 金石盟約을 食하얏다 하야 일본의 無信을 죄하려 아니하노라. 학자는 강단에서, 정치가는 실제에서, 我 祖宗世業을 植民地視하고, 아 문화민족을 土昧人遇하야, 한갓 정복자의 快를 貪할 뿐이요, 아의 구원한 사회기초와 卓犖한 민족심리를 무시한다 하야 일본의 少義함을 책하려 아니하노라. 자기를 策勵하기에 급한 오인은 他의 怨尤를 暇치 못하노라. 금일 오인의 소임은 다만 자기의 건설이 有할 뿐이요, 결코 他의 破壞에 在치 아니하도다. 엄숙한 양심의 명령으로써 自家의 신운명을 개척함이오, 결코 舊怨과 일시적 감정으로써 타를 嫉逐 배척함이 아니로다. 구사상, 구세력에 羈縻된 일본 위정가의 功名的 희생이 된 부자연, 又 불합리한 착오상태를 개선 匡正하야, 자연, 又 합리한 正經大原으로 귀환케 함이로다. 당초에 민족적 요구로써 出치 아니한 양국 병합의 결과가, 필경 고식적 위압과 차별적 不平과 통계 숫자상 허식의 하에서 이해 상반한 양 민족 간에 영원히 和同할 수 없는 怨溝를 去益深造하는 금래 실적을 觀하라. 勇明果敢으로써 舊誤를 廓正하고, 진정한 이해와동정에 기본한 우호적 신국면을 타개함이 피차간 遠禍召福하는 첩경임을 明知할 것 아닌가. 또 이천만 含憤蓄怨의 民을 위력으로써 구속함은 동양의 영구한 평화를 보장하는 소이가 아닐 뿐 아니라, 차로써 인하야 동양 안위의 주축인 사억만 支那人의 일본에 대한 危懼와 猜疑를 갈수록 농후케 하야, 그 결과로 동양 全局이 共倒同亡의 비운을 招致할 것이 明하니, 금일 吾人의 조선독립은 조선인으로 하야금 정당한 生榮을 遂하게 하는 동시에, 일본으로 하야금 邪路로서 出하야 동양 지지자인 중책을 全케 하는 것이며, 支那로 하야금 몽매에도 면치 못하는 불안, 공포에서 탈출케 하는 것이며, 또 동양평화로 중요한 일부를 삼는 세계평화, 인류행복에 필요한 계단이 되게 하는 것이라. 이 어찌 구구한 감정상의 문제이리오.

 아아, 신천지가 眼前에 전개되도다. 위력의 시대가 去하고 도의의 시대가 來하도다. 과거 前世紀에 연마 長養된 인도적 정신이 바야흐로 신문명의 서광을 인류의 역사에 투사하기 始하도다. 新春이 세계에 來하야 만물의 回蘇를 催促하는도다. 凍氷寒雪에 호흡을 閉蟄한 것이 彼一時의 勢라 하면 和風暖陽에 氣脈을 振舒함은 此一時의 勢이니, 천지의 復運에 際하고 세계의 變潮를 乘한 吾人은 아모 주저할 것 없으며, 아모 기탄할 것 없도다. 我의 고유한 자유권을 護全하야 生旺의 낙을 飽享할 것이며, 我의 자조한 독창력을 발휘하야 春滿한 大界에 민족적 精華를 結紐할지로다.

 오등은 자에 奮起하도다. 양심이 我와 同存하며 진리가 아와 幷進하는도다. 남녀노소 없이 음울한 古巢로서 활발히 起來하야 萬彙群象으로 더부러 흔쾌한 부활을 成遂하게 되도다. 千百歲 祖靈이 오등을 陰佑하며 전세계 기운이 오등을 外護하나니, 착수가 곧 성공이라. 다만 前頭의 광명으로 驀進할 따름인저.

  

<公約三章>

 一. 금일 吾人의 此擧는 정의, 인도, 생존, 尊榮을 위하는 민족적 요구이니, 오직 자유적 정신을 발휘할 것이오.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一走하지 말라.

 一. 최후의 一人까지 최후의 一刻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快히 발표하라.

 一. 일체의 행동은 가장 질서를 존중하라. 오인의 주장과 태도로 하야금 어디까지든지 光明正大하게 하라.

  

조선건국 4252년 3월 일 조선민족대표

 孫秉熙 吉善宙 李弼柱 白龍城 金完圭 金秉祚 金昌俊 權東鎭 權秉悳 羅龍煥 羅仁協 梁甸伯 梁漢黙 劉如大 李甲成 李明龍 李昇薰 李鍾勳 李鍾一 林禮煥 朴準承 朴熙道 朴東完 申洪植 申錫九 吳世昌 吳華英 鄭春洙 崔聖模 崔 麟 韓龍雲 洪秉箕 洪基兆

 위의<독립선언서>는 38자 46행으로서 6소절의 본문과 강령인 공약3장, 조선민족대표 33인의 명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소절 6행에서는 우리 나라의 국가적 독립과 우리 민족이 자주민임을 선언하였다. 이 독립선언의 당위성을 보편성(하늘의 명령)과 역사성(시대의 대세)으로 주장하며, 그 성격은 인류 공존동생권의 정당한 발동임을 밝혔다. 이것은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적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였던 사회진화론적 세계관을 극복하여 인류 共存同生의 새로운 사회개조·세계개조 사조를 반영함으로써 제국주의 침략논리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제2소절 4행은 일본 제국주의 식민치하에서의 피해를 열거하며, 일본 제국주의의 본질이 구시대적이며, 침략주의·강권주의로서 “신천지”로 대변되는 새시대, 즉 도의의 시대와 대비시켰다. 선언서에서는 일제 지배의 피해로서 역사적으로 누천년 이래 처음 이민족 지배이며, 생존권의 박탈, 문화적·정신적으로 심령상 발전의 장애, 정치적으로 민족적 존영의 훼손, 인류사적으로 세계문화에 기여할 기회의 상실을 들었다.

 제3소절 6행은 독립의 필요성과 그 방법에 관한 내용으로서, 시간적으로는 과거(구래의 억울 선창), 현재(현재의 고통 파탈), 미래(장래의 협위 삼제)를 통하여, 주체 단위별로 민족(민족적 양심 흥분 신장), 국가(염의의 신장), 개인(인격의 발달), 자제(고치적 재산 불유여), 자자손손(경복)을 위해 독립이 필요한 것임을 밝혔고, 그 방법으로서 개개인이 결의를 품고, 정의와 인도라는 정당성을 확신하며 나아감으로써 달성할 수 있음을 밝혔다.

 제4소절 19행은 조선독립문제의 성격과 의미를 밝혔다. 이것은 우리 민족 자신에게 있어서는 감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에 따른 자기건설이며, 한일관계에 있어서는 병합 이래의 착오상태의 개선 광정의 과정이며, 동양 전반에 있어 동양평화를 보장하는 일이며, 세계 전체와 관련하여 세계평화에 중요한 한 계단이 됨을 주장하였다.

 제5소절 7행은 독립의 역사적 당위성을 밝혔다. 조선의 독립은 시대의 대세로서 위력의 시대가 가고 도의의 시대가 오며, 신문명의 서광이 비치고, 신천지의 전망을 할 수 있는 시대적 변화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도 주저하거나 꺼릴 것이 없음을 밝혔다.

 제6소절 4행은 독립의 보편적 당위성에 대한 확신과 전망을 담았다. 양심과 진리가 동존병진하며, 천백세 조령이 음우하고, 전세계 기운이 외호하므로, 즉 우리 내면의 확신과 외부 환경 모두가 독립의 정당성을 굳게하고, 지원하므로 착수가 곧 성공이다. 그러므로 곧장 나아가는 일만 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약3장은 행동강령을 담고 있다. 첫째 고원한 자유의 이상으로 행동할 것이며, 배타적 감정으로 내달리지 말 것. 둘째 최후의 일인,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독립을 정당하게 주장할 것. 셋째 모든 행동은 질서를 존중하는 가운데 비폭력으로 할 것을 촉구하였다.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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