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49권 민족운동의 분화와 대중운동
  • Ⅲ. 1920년대의 대중운동
  • 2. 노동운동
  • 2) 노동조합의 조직
  • (2) 지방 노동조합의 조직

가. 지역 합동노동조합과 직업별 노동조합

 1920년대 초반 각 지방의 지배적인 노동조합 조직형태는 지역합동노동조합으로 조선노동공제회 지부, 조선노동대회 지부는 거의 대부분 이러한 조직형태였다. 노동공제회·노우회·노동친목회·노동계·노동회·노동조합 등의 명칭을 가진 지역합동노조는 동일한 지역을 중심으로 직업에 관계없이 각종 노동자를 혼합하여 조직한 것이었다.

 지역합동노조는 직업적 공통의 이해기반이 없기 때문에 전국적 수준의 조선노동공제회나 조선노동대회의 활동목적과 구성상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활동목적으로 노동자의 지식계발·품성향상·환난구제·직업소개·저축장려·위생보급·상여대여 등의 활동에 치중하는 상호부조 단체에 가까웠다. 구성원은 단지 무산자라는 동일한 처지가 결합의 기초가 되어 대부분 자유노동자·반프로·소작농민 등이었다.421) 김흥수, 앞의 글, 268∼269쪽.

 그러나 전국적 수준의 노동자 조직이 조선노동공제회 등에서 조선노동연맹회로 발전하는 것에 발맞추어 지역적 수준에서도 특히 1923년 무렵부터 지역적 합동노동조합을 직업별 노동조합으로 개편하기 위한 투쟁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422) 윤여덕, 앞의 책, 99쪽. 지역적 합동노조는 조직구성의 방식상 조직의 내부에 상이한 직업과 생산과정상의 지위가 다른 노동자들이 구별되지 않고 혼재해 있어 노동자들의 요구조건을 단일화하고 이를 다시 공동의 행동으로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직업별 노동조합은 기업과 산업의 범위를 넘어 동일작업의 노동자가 횡단적으로 조직된 노동자단체다. 이 조합의 일반적 특징은 ① 조합원 자격을 원칙적으로 徒弟制를 경과한 동일직업의 숙련노동자에 한정하고, ② 비교적 높은 입회금, 조합비를 징수하고, ③ 이렇게 모은 풍부한 조합기금을 자조적 공제활동에 지출하고, ④ 특히 실업수당과 遍歷手當을 지급하여 노동시장의 지역적 불균형을 평준화함과 동시에 실업으로 인한 표준임금률의 切下를 방지하고, ⑤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가 해당 직종에 취업하는 것을 거절하고 직장의 독점, 클로즈드 숍(closed shop)제를 요구하고, ⑥ 표준노동시간을 유지하기 위해 잔업을 가능한 한 거부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프레미엄을 요구하고 그 감소에 노력한다는 것 등이었다.423) 사회사상사,≪현대사회사상사전≫상(1980), 992∼993쪽.

 직업별 노동조합은 비교적 노동조건이 좋은 숙련노동자에 한정되어 대다수의 반숙련·미숙련노동자는 조합에 가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조직의 확대에는 곧바로 한계가 따르고 또한 투쟁의 중심이 노동자계급 전체의 관점보다도 기득권의 옹호와 자기의 특권적인 이익의 유지에 머무르기 쉬웠다.424) 김흥수, 앞의 글, 266쪽.

 1923∼1924년 간에 평양·남포·원산·북청·해주·재령·수안·서울·인천·대구·부산·마산·군산·광주·전주·장성·의령·진주·금천 등지에서 운수·부두·인쇄·고무·철공·정미·광산·양화·양말 등의 직업별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활동했다. 이러한 노동단체의 수는 일제의 축소된 자료에 의하더라도 1923∼1925년 간에 매년 평균 110개나 되었다.425) 朝鮮總督府,≪最近に於ける朝鮮治安狀況≫(1934), 573쪽.

 많은 직업별 노동조합은 활동목적으로 자본가계급의 착취와 억압에 반대하여 노동자계급의 해방과 자유를 위하여 투쟁할 것을 선언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당면한 요구조건들을 반영한 행동강령을 종합해 보면, 8시간 노동제의 실시, 임금인상, 임금인하 반대, 단체교섭권의 확립, 노동조건의 개선, 실업노동자의 구제, 각지 노조단체들과의 연계 강화, 각지 노동자 파업에 대한 지지와 성원 등이었다.

 직업별 노동조합들은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조직했다. 곳곳에 노동야학들을 설치했고, 군중강연회·간담회 등을 열었다. 그리고 이들 노동조합들은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직접 조직하고 지도하기도 했다. 1923년 8월에 일어난 평양 양말공장 노동자들 파업, 1924년 8월에 일어난 군산 정미공장 노동자들 파업, 인천 재등정미공장 노동자들의 파업 등은 직업별 노동조합의 지도하에 전개되었다.426) 김인걸·강현욱, 앞의 책, 48∼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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