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당시 한국 사회주의운동계의 움직임은 형평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형평사내에는 한국 사회주의운동계의 신경향에 대응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게 되었으니, “백정에 대한 인권 유린이나 사회적 차별은 자본주의의 소산이므로 노동자·농민의 계급투쟁과 제휴하여 자본주의 타도의 정치투쟁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즉 정치적 투쟁으로의 방향전환을 주장하는 일단의 그룹이 대두하였다. 그리고 “형평운동은 백정의 인권옹호와 차별철폐의 본래 목적에 충실해야 하며 외부의 정치·사상단체와 제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측과 분파투쟁을 전개하였다. 대개 전자는 진보적이며 급진적인 변혁을 지향하는 입장이었으므로 급진파로, 후자는 보수적이며 점진적 개혁을 주장하므로 온건파라 불렸다. 이후 계급투쟁의 측면을 중시하여 타 사회운동과 제휴하여 정치투쟁으로 나아갈 것을 주장하는 급진파와 백정의 신분해방운동에 중점을 두는 온건파와의 갈등은 점점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