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50권 전시체제와 민족운동
  • Ⅱ. 1930년대 이후의 대중운동
  • 3. 여성운동
  • 1) 1930년대 여성운동사 기술의 관점

1) 1930년대 여성운동사 기술의 관점

역사연구는 과거와 현재의 관계맺기이다. 역사연구는 곧 과거는 아니므로 늘 알게 모르게 재해석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여성사·여성운동사 만큼 현재의 시각이 많이 반영되는 것도 없다. 연구자에 의한 이 관계맺기는 현재 상황에서 비롯된 요구(시각)에 중심을 둘 것인가 아니면 당시 상황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재해석할 것인가의 사이에서 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이 시대가 낳은 새로운 관점, 새로운 역사 쓰기를 주창하는 여성사·양성사(젠더사)의 시각을 수용하면서도 당시 우리 민족, 여성들이 처한 상황이란 것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여성운동을 기술하고자 한다.

여성운동은 여성들이 여성해방이념을 갖고 여성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적 활동을 일컫는다. 여성운동은 자본주의 출현과 거의 시기를 같이 하며, 자본주의하 여성운동은 자본주의 사회구조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여성문제의 해결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한국의 여성운동은 일제 강점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은 여성운동의 주체 형성이나 여성해방이념이 제대로 정립되기 전에 전민족적 과제가 덮어씌워진 것이어서 처음부터 지난한 과제를 안고 출발하였다. 특히 1930년대 이후는 전시체제로의 진행 속에서 일상의 삶 자체가 일제의 통제와 폭압 속에 있었고 이 속에서 자유롭고 자율적인 공개적 활동이란 애초부터 봉쇄되어 있다시피 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성운동이 크게 진전된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여성 독자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 여성 독자적 조직체계를 갖는다. 그러나 여성운동은 꼭 독자적인 여성단체가 전제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운동이 미숙한 국가나 또 전쟁과 같은 특수 상황에서는 여성 고유의 문제해결을 위한 여성운동은 후퇴침체하고 활동가들은 아예 권력의 요구에 복종해 버리기조차 한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 속에서 볼 때 여성해방의 전망과 이념을 갖고 있는 민족운동이나 사회운동의 각 부분운동, 즉 노동운동·농민운동·청년운동 등에서의 여성조직 활동도 여성운동의 범주 속에 포함된다.

1930년대 여성운동의 주된 흐름이 독자적인 단일 여성단체를 갖지 않고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1920년대나 이후 시기의 여성운동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짧은 여성운동 역사의 미숙성과 일제 전시체제란 두가지 난관을 해쳐 나가야 했던 조건 속에서 여성노동자·여성농민이 운동의 최전선에 서서 그들의 주체적 요구를 제기하였던 점과 여성지식인들이 여성노동자·여성농민 속으로 들어가 결합해 나간 점은 1930년대 여성운동에서 주목할 사실이다.

또 서술상의 문제로 지적할 점은 제한적이나마 다양한 언론물이 허용되던 1920년대와 1930년대 이후는 다르다는 것이다. 1930년대 이후는 광범한 대중투쟁으로 드러나 기사화되거나, 비합법적 혁명운동의 경우는 역설적으로 운동가들이 검거되어야 검거기사나 재판과정의 기록을 통해서 운동의 내용이나 규모의 일단을 볼 수 있다. 분단된 현실은 더욱 당시 상황 파악을 하기 어렵게 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기의 여성운동의 전체적 모습이 상대적으로 소략하고 파편적이며 여성 주체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한계를 지적해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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