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제1차 학생전위동맹조직 후 사회주의 학생세력이 민족주의 학생세력을 압도하고 학생운동을 이끌어나가면서 1930년대에 접어들면서도 그 세력은 꺾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1929년 광주를 기점으로 전국학생들의 운동에 있어서 독서회 등 비밀결사를 통하여 전국적인 학생운동으로 확산시키는데 있어서 사회주의 세력의 작용이 컸으며⁴²⁶⁾朝鮮總督府 警務局,≪光州抗日學生事件資料≫極秘文書(風媒社, 1979), 248쪽. 1931년 신간회 해소에 있어서도 이들 세력은 “기존단체를 해소하여 신진용을 확립한다”는 기치 아래 신간회 해산 1개월 전인 같은해 4월에 신간회학생부를 해소시켰다.⁴²⁷⁾坪紅汕二, 앞의 책, 163쪽. 이후 학생운동은 좌·우세력으로 갈라져 각기 다른 사상에 입각하여 민족운동을 전개하였다. 좌파세력은 전술한 바와 같이 1928년 코민테른 제6회 대회에 있어서 동양부에 조선문제위원회가 조직되고 여기서 이른바 조선문제에 관한＜12월테제＞를 발표하였는데, 그것은 이후 국내 사회주의 세력이 성전과 같이 받들었던 것이다. 이 테제는 과거 운동이 민족적 소부르주아지(Bourgeoisie) 및 인텔리겐챠(Intelligentsia)를 중심으로 혁명적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인 노동자·농민을 기초로 하지 않은 오류를 지적하고 지금부터는 공장노동자를 제일로 다음은 빈농인 소작인, 자작겸 소작인을 획득하여 운동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족주의·사회주의 양파가 합동하여 민족유일당을 표방하였던 신간회를 비롯하여 각 사회단체의 해소론이 대두되었다. 드디어 1931년 5월 15일 사회주의파가 민족주의파를 압도하고 신간회의 해소를 결의하였고 다른 단체도 마찬가지 상태로 해산되었던 것이다.⁴²⁸⁾朝鮮總督府 警務局,≪高等警察報≫5, 51∼52쪽. 이에 따라 신간회학생부도 신간회와 같은 전철을 밟았다고 할 수 있다.

신간회학생부가 조직된 지 5년여에 그 모체인 신간회와 함께 해산된 것은 국내에 있어서 학생운동의 통일이 와해되었음을 의미하며 다시 민족주의·사회주의 양세력에 의한 학생운동으로 변모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학생세력은 양분되었지만 이 시기 학생운동의 목표인 독립운동을 전개하는 데에는 하등의 변화가 없었다. 단지 그 방법이 합법적이었느냐 비합법적이었느냐에 따라 온건과 강경으로 나타났다고 보아야 하겠다.⁴²⁹⁾金鎬逸,＜日帝下 學生團體의 組織과 活動＞(≪史學硏究≫22, 1973).

‘조선학생회’를 비롯한 민족주의 학생들은 학술계몽·문화운동 등에 경주하여 학술강습회·야학강습회를 개최하고 1930년대에 들어와서 조선일보사·동아일보사가 주최하는 문자계몽운동과 브나로드운동에 적극 가담하여 문맹퇴치와 민족의식의 고취, 농촌계몽운동에 앞장섰으며 교내에서는 비밀결사·독서회·동맹휴학을 통하여 황민화교육정책에 대항하였다.

‘조선학생과학연구회’를 비롯한 사회주의계 학생들은 노동운동·농민운동 등에서 전개한 노동쟁의·소작쟁의 등과 함께 강경한 방향의 비밀결사·동맹휴학 등을 이끌어나갔다. 즉 시위운동·학교습격·격문철시·단식맹휴·교실점령 등 과감한 투쟁을 전개하면서 표면적인 요구조건은 수업료철폐문제, 신교의 자유에 대한 문제, 교육제도에 관한 문제를 내걸었으나⁴³⁰⁾中川矩方,≪思想犯罪搜査提要≫(新光閣, 1934), 337∼338쪽. 궁극적으로는 한국독립을 성취시키는 데 있었다. 그러므로 1930년대 학생운동의 특징은 동맹휴학이 1931년을 고비로 그 수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대신 비밀결사는 오히려 증가되고 있는 현상이었다.⁴³¹⁾朝鮮總督府 警務局,≪高等警察報≫5, 52쪽.

한편 광주학생운동 후 서울을 중심한 부근지역의 학생운동은 크든 작든간에 조선학생과학연구회와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⁴³²⁾中川矩方, 앞의 책, 338쪽. 이로 말미암아 조선학생과학연구회에 대한 일제 당국의 엄중한 감시와 탄압은 가속화되었다. 1933년 회원 500여 명⁴³³⁾위와 같음. 朝鮮學生科學硏究會의 정확한 회원수는 다른 문헌에 나타나지 않고 이 책의 기록으로 보아 1933년에 가장 많은 회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을 포용하고 있던 동회는 회 자체로서의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기존 조선학생회로 합류하고 말았다.

신간회학생부의 해체, 조선학생과학연구회의 조선학생회로의 합류는 표면적으로 학생계가 다시 단일조직체로서 환원된 것 같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일제의 탄압에 의하여 공개적인 학생운동은 위축, 좌절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1930년대 학생운동은 조직적이고 합법적인 단체에 의한 활동은 당시 여건하에서는 어렵게 되고 학교단위의 동맹휴학이라던가 소수정예화된 학생들에 의한 지하조직인 비밀결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1930년대 비밀결사는 독서회·적색구원회·반제동맹 등의 명칭으로 조직되었는데, 그 수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일제경찰에 발각된 수에 의하면 1928년에 6건, 1929년에 5건, 1930년에 4건, 1931년에 6건이던 것이 1932년에는 22건, 1933년에는 24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비밀결사가 1930년대 학생운동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1931년 6건, 136명이던 학생사상범이 1932년에 22건, 414명으로 늘어난 것은 일제의 만주침략 전후 급격히 반전사상이 일어난 때문이었으며, 경성제국대학 한일학생들이 城內反帝部를 조직하여 반전격문을 빈번히 살포하여 반전기운을 일으켰고, 각 지방학생의 반전행동이 점차 성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이 같은 상황은＜표 5＞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1933년까지 지속되다가 그 후부터는 차츰 약화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학생비밀결사는 일제 당국에 적발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된 단체들이다. 그러므로 문자 그대로 지하에서 비밀리에 조직되어 활동하였던 관계로 발각되지 않은 단체가 더 많았다.

일제 당국에 발각되어 검거된 1930년대 대표적인 비밀단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31년 경성제국대학을 비롯한 5개 학교가 관계된 경성제국대학 반제부, 평양고등보통학교의 독서회, 함북 함흥고등보통학교를 비롯한 함흥 각급학교에 의한 학생공동위원회, 경남 동래고등보통학교의 반전운동, 1932년 황해 사리원농업학교의 독서회, 충남 예산농업학교의 독서회, 1933년 서울 중앙고등보통학교의 반제동맹의 활동을 들 수 있다.

경성제대 반제부는 1929년 경부터 성대 예과 한국인 학생들간에 비밀결사의 성격을 가진 독서회가 있었다. 이 회가 1931년 3월 경부터 성대학부 법과 중심의 반제부로 발전적 조직체가 되었다. 같은해 4월 법과생 愼弦重은 일본인학우 이치가와 아사히코(市川朝彦)·曺圭讚 등과 모임을 갖고 성대 1·2·3학년에 재학중인 독서회 소속 학생들을 포섭하여 반제부를 결성하기로 합의하였다. 그 뒤 이들은 신현중의 집에 모여 다시 확인하고 반제부의 하부조직으로 경성치과의전·제2고보·경신학교·법학전문·기독교청년학관의 학생들을 끌어들여 반제경성도시학생협의회를 구성하였다. 한편 신현중은 총독부 급사 李亨遠 등으로 하여금 적우회를 만들어 출판노동조합을 지도하면서≪성대독서회뉴스≫·≪반제학생신문≫, 기타 반전을 위한 격문을 인쇄하도록 하였다.⁴³⁴⁾朝鮮總督府 警務局,≪高等警察用語辭典≫(1933), 171쪽. 이 같은 활동 중 일제 당국에게 발각된 연루자 50명 중 19명이 1932년 7월 공판에 회부되었는데, 그 명단은 다음과 같다.⁴³⁵⁾≪東亞日報≫, 1932년 8월 16일·11월 25일.

평양고등보통학교의 독서회는 1931년 4월 25일 3년생 邊光植을 대표로 金在善·金斗七·金鳳燮·車榮錫·金相賢·金日權·車斗讚·張德燦·金鳳天 등이 조직하였다. 이들은 회합이 있을 때마다 각각 35전씩 갹출하여 선전활동비에 쓰고 같은해 8월 1일에도 반전격문을 인쇄·배포하였다. 이 일은 일경들에게 발각되어 구속되었다. 평양고보학생들은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전교생 600여 명이 같은해 11월 11일 항일동맹휴교를 감행하기도 하였다.⁴³⁶⁾≪東亞日報≫, 1931년 11월 12·13·22일.

함남 함흥에서는 함흥고등보통학교·농업학교·상업학교·영생고보·영생여고보 등의 학생대표들이 1931년에 학생공동위원회를 결성, 다음해 6월 15일 대대적인 학생반전운동을 전개하려고 계획하였으나 일경에게 발각되어 영생고보생 78명, 영생여고생 4명, 함흥고보생 6명, 농업학교생 2명 등이 구속되었다.⁴³⁷⁾朝鮮總督府 警務局,≪最近に於ける朝鮮治安狀況≫(昭和 8년), 103쪽.
≪東亞日報≫, 1932년 6월 15일.

동래고등보통학교의 반전운동은 1931년 7월 초부터 金命突·李致雨·權東洙·金應燦·盧尙道·金永哲·梁泰穆·梁德守 등이 비밀회합을 갖고 회의를 거듭한 끝에 같은달 중순 적기회를 조직, 임원에 이치우(出版)·김명돌(財政)·권동수(組織宣傳)를 선출하고 첫 사업으로≪적색뉴스≫를 발간하였다. 그 뒤 9월 초 희의 이름을 ‘반제전위동맹’으로 고쳤으며 김명돌은 별도로 가칭 ‘스포츠단’을 조직하였는바 이것이 동래고보 학생사회과학연구회였다. 이들은 같은해 12월 25일 반전격문 1,300매를 인쇄하여 1932년 1월 1일 부산지구헌병대와 주요공장지대에 이를 살포하였다. 이 활동으로 일경에 구속되어 주모자들은 2년 6개월의 언도를 받게 되었다.⁴³⁸⁾≪東亞日報≫, 1932년 5월 29일, 9월 11·15일.

1932년 황해도 사리원농업학교 독서회는 이 학교 1·2·3·4학년 20여 명이 연초부터 반전을 목표로 독서회를 조직하여 활동하던 중 같은해 6월 일경에게 발각되어 회원이 구속되어 주모자 張漢模 등 4명은 예심에 회부되고 나머지는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⁴³⁹⁾≪東亞日報≫, 1932년 5월 1·4일, 6월 14일, 7월 2일, 12월 4일, 1933년 2월 10일.

예산농업학교의 독서회는 이 학교 졸업생과 재학생이 반제반전을 목표로 조직하여 활동 중 1932년 12월 일경에게 발각되어 약 30여 명이 검거되었다.⁴⁴⁰⁾≪東亞日報≫, 1932년 12월 20·25·28일, 1933년 1월 7·22일, 3월 29일, 4월 23일. 이 독서회는 이 지역 농촌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으며 그만큼 지역사회에서 가장 큰 사건으로 인정되었다.

1933년 중앙고등보통학교 반제동맹은 중앙학교의 항일학생운동의 연결선상에서 이루어진 비밀결사였다.⁴⁴¹⁾≪東亞日報≫, 1930년 11월 18·23·29일, 1931년 2월 28일, 1933년 11월 8일, 1935년 2월 22일, 3월 26일, 5월 4·14일. 즉 1929년 광주학생운동의 영향으로 1930년 동맹휴교를 일으켰으며 1933년 10월에도 맹휴가 발생하였는데, 이 때 3년생 韓東正 등이 중앙반제동맹을 조직, 교내외에서 맹휴를 주도하였다. 1935년 2월 다시 동맹휴교가 일어나 102명의 학생이 검거되고 동시에 반제동맹도 발각, 30여 명의 학생이 별도로 취조를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한동정 등 8명이 주모자로 예심에 회부되었다.

이상과 같이 비밀결사는 각급 학교에 조직되어 교내에서는 동맹휴학 등을 주도하고 밖으로는 파쇼 군국주의 일본에 대항하는 다방면에 걸친 민족운동을 전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