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정치기에 가냘프게나마 민족언론의 명맥을 이어 내려온 것은 잡지였다. 이 기간의 대표적인 잡지는 최남선이 창립한 新文館에서 발행한≪소년≫(1908. 11∼1911. 5, 통권 23호 발행)에서 비롯하여 어린이 신문≪붉은 져고리≫(1911. 1∼1911. 6, 월 2회 발간, 12호 발행),≪새별≫(1913. 4∼1915. 1, 15호 발행),≪아이들 보이≫(1913. 9∼1914. 9, 13호 발행)를 거쳐≪청춘≫(1914. 6∼1917. 9, 15호 발행)에 이르는 여러 잡지들이었다. 이들 잡지도 정치와 시사문제를 다룰 수는 없었지만 민중의 계몽과 근대화, 문학의 발전, 그리고 민족의식의 고취 등을 편집의 주된 방향으로 삼아 발행되었다.⁰⁶⁵⁾金根洙,≪한국잡지사≫(청록출판사, 1980), 68∼72쪽.

　일반 종합잡지의 발행이 어려웠기 때문에 종교잡지와 일본에서 유학생들이 발행한 잡지가 이 시기 잡지의 주류를 이루었다. 이 기간에 발행된 잡지는 50여 종 가까이 되는데⁰⁶⁶⁾白淳在는 49종, 金根洙는 46종을 열거하고 있다.
白淳在,＜한국잡지발달사＞(≪한국잡지총람≫, 한국잡지협회, 1973), 63쪽.
金根洙, 위의 책, 60∼62쪽. 종교계통 잡지가 24종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그 가운데는 천도교 기관지≪天道敎會月報≫가 대표적인데 1910년 8월 15일에 창간되어 1937년 5월까지 295호가 발간되는 동안 종교잡지였지만 교리연구와 선교의 목적 외에 민중계몽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이 밖에 侍天敎의≪侍天敎月報≫(1911. 2∼1913. 4), 불교의≪朝鮮佛敎月報≫(1912. 2∼1913. 8),≪海東佛敎≫(1913. 11∼1914. 6) 등이 있었다.

　일본 유학생들의 잡지도 계속 발간되어≪學界報≫(1912. 4),≪學之光≫(1914. 3),≪女子界≫(1915. 8),≪基督靑年≫(1917. 11),≪學友≫(1919. 1),≪三光≫(1719. 2),≪緣星≫(1919. 11) 등이 있었으나 오래 발행되지는 못했다.

　특이한 현상으로는 일인들이 한국어로 발행하는 잡지도 나타났는데 세 가지 부류가 있었다. 첫째는 관청 또는 단체가 발행하는 것으로서 한국인들에게 선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1923년에 창간된≪朝鮮地方行政≫, 1929년에 창간된≪朝鮮消防≫같은 것이 이에 속한다. 두 번째는 실제로는 한국인이 발행하면서 원고의 사전검열을 피하기 위해서 일인 명의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일인 명의를 빌려 잡지를 발행하는 경우에는＜신문지규칙＞또는＜출판규칙＞의 적용을 받아 발행할 수 있었으며, 그런 경우 발행의 허가제가 아닌 계출에 의해 잡지를 발행할 수 있다는 이점과 함께 원고검열을 사전에 받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잡지 발행이 훨씬 용이했다. 세 번째는 일인이 한국의 대중을 상대로 출판사업을 벌이어 이를 판매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상업적 목적의 잡지가 있었다. 이 부류의 잡지로는 다케우치 로쿠노스케(竹內錄之助)가 중심이 되어 발행한≪新文世界≫(1913. 2),≪新文界≫(1913. 4),≪우리의 가뎡≫(1913. 12),≪半島時論≫(1917. 4) 등이 있다.

　이 기간에 새롭게 나타난 특징은 1910년대 후반에 이르러 본격적인 문학잡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서구문학을 주로 소개한≪泰西文藝新報≫와 순문예지≪創造≫가 이러한 예인데, 이들 잡지는 20년대 초반에 나타나는 여러 문학 동인지의 선구적인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다.≪태서문예신보≫는 1918넌 9월 26일에 창간된 타블로이드판 8면 신문 형태의 주간지로서 3·1운동 직전인 1919년 2월 17일까지 모두 16호가 발행되었다. 내용은 주로 서구문학작품을 소개하는 것으로 金億이 롱펠로(H. W. Longfellow), 투르게네프(I. S. Turgenev), 예이츠(W. B. Yeats) 등의 작품을 소개했다.≪창조≫는 3·1운동 한 달 전인 1919년 2월 1일 동경 유학생들이 창간했는데, 1921년 5월까지 서울에서 발행되었으므로 1920년대의 잡지로 분류할 수 있다.

＜鄭晉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