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52권 대한민국의 성립
  • Ⅲ. 미군정기의 사회·경제·문화
  • 2. 미군정기의 경제
  • 1) 해방의 경제적 의미

1) 해방의 경제적 의미

 1945년 8·15해방은 일제치하 조선의 낡은 경제질서가 붕괴되고 대내외적으로 새로운 경제질서가 수립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해방에 연이은 미군정기 동안에 생산이 위축되고 물가가 폭등하고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등 사회·경제적 혼란이 지속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여러 경제 주체들이 외압의 압도적 규정성 속에서 경제질서의 재정립 방향을 둘러싸고 치열한 각축전을 전개했던 것이다.

 이러한 각축과정을 통한 해방 이후 한국경제의 변화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미군정기를 거쳐 대외경제관계가 재편되었다. 일제하에서 조선은 식량을 비롯한 물적·인적 자원의 공급기지, 일본상품의 판매시장, 일본자본의 초과이윤 수탈대상이었으나, 해방을 계기로 조선경제는 일제의 독점적 지배로부터 벗어나고 일본·조선·만주를 포괄하는 재생산 경제권으로부터도 떨어져 나왔다. 그 대신 남한은 미군의 점령하에 놓이고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 자본주의권 속에 종속적으로 편입되어 새로운 국제분업구조의 일익을 담당해 나갔다.

 둘째로, 일제의 패전으로 식민지 지배가 무너지고 한국의 국민국가가 성립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해방에 곧이어 미군이 남한을 점령·통치하였으며 그 결과 한국경제가 일제 대신 미국의 종속하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직접적인 통치는 1948년 8월 한국정부가 수립될 때까지의 과도적인 것이었다.

 또한 해방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경제가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식민지적인 지배와는 달리 기본적으로 한국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민국가가 수립되었다는 사실의 의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셋째로, 조선민중의 주체적인 힘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일본이 패전한 결과물로서 주어졌기 때문에 8·15해방은 동시에 남북 분단을 초래하였다. 미·소 양군의 한반도 분할점령은 남북 경제관계를 단절시키고 남북이 각각 상이한 체제를 만들도록 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식민지시기에 형성된 경제구조의 파행성은 더욱 심화되고, 남북간의 정치·군사적 대립으로 인한 비생산적 지출은 남북한 모두에게 경제발전의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하였다.

 넷째로, 미군정기는 남한경제가 내부적으로 급격하게 변모한 시기였다. 산업구조가 바뀌고 지주세력이 쇠퇴하고 일본인 자본가가 철수했으며, 그 대신 한국인 자본가층이 부상하면서 점차 신흥 지배계급으로 부상해 갔다. 이러한 내부적 재편과정에서 결정적 의의를 가졌던 것이 토지문제와 귀속재산500)歸屬財産(vested property)은 흔히 敵産이라고도 불렸는데, 일본인 재산이 정식으로 귀속재산이 된 것은 1945년 12월 6일의 미군정 법령 제33호에 의해서였다. 귀속이란 말은 일본인 재산의 소유권 이전을 의미하는데 미군정 당시에는 미군정에, 한국정부 수립 이후엔 한국정부에 귀속되었다. 처리문제였다.

 일제하에서 유지되어 온 반봉건적 토지소유와 그에 따른 지주들의 가혹한 소작료 수취는 해방 후 곧바로 토지개혁 문제를 제기하였다. 여기에다 북한이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무상몰수·무상분배’의 토지개혁을 실시함에 따라, 지주세력의 이해를 침해함에도 불구하고 ‘유상매수·유상분배’의 농지개혁에 착수하지 없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 일본인 소유재산 특히 사업체의 처리를 둘러싸고는 노동자자주관리운동도 전개되는 등 복잡한 양상을 띠었지만, 결국 일단 국가 소유로 전환된 다음에 민간에게 불하됨으로써 자본주의 질서가 재정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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