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편 한국사
  • 근대
  • 52권 대한민국의 성립
  • Ⅲ. 미군정기의 사회·경제·문화
  • 3. 미군정기의 문화
  • 1) 문학
  • (3) 문학운동

가. 냉전적 분단구조의 해체의 관점에서 본 해방 직후 문학운동

 냉전적 분단구조의 해체를 가속화시켜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고려할 때 미군정기의 문화운동에서 다음 두 가지 사항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하나는 통일독립국가의 건설에 대한 현실주의적 방도의 문제이다. 해방직후 한반도의 주민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는 국민국가간의 체계 속에서 형성되고 있던 세계적 질서 속에서 통일독립국가라는 공동체를 건설하는 일이었다. 당시 좌우의 문화인들은 이러한 문제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자신들에게 익숙했던 이념적 지향을 추구하는 것에 매몰되어 그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도에 대한 고려가 결여되어 있었고 이는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분단을 초래하는 것에 알게 모르게 기여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오히려 좌우 어느 쪽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던 문학가들 가운데 일부 작가들이 그 현실주의적 성찰 위에서 그러한 과제를 이룩하려고 노력한 흔적을 읽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시점에서 해방 직후의 문학운동을 살필 때 이러한 점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좌우의 문학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와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과 더불어 이들과 달리 현실주의적 정신 위에서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했던 문학가들의 내부 목소리를 드러내 보여주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남북문학계 사이의 교섭을 고려하면서 남한의 문학운동을 살피는 일이다. 해방직후 남한의 문학운동은 일차적으로는 북한의 그것과는 관계 없이 독자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그것은 항상 북한의 그것과 직접·간접의 관계 속에서 움직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고 남한만의 문학운동을 고립적으로 볼 경우 그것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게 될 공산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의 문학운동을 서술해 나갈 때 항상 북한의 그것과의 관계를 살피면서 그 전체적 의미를 파악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특히 분단구조를 청산하고 남북의 통합을 꾀해야 하는 오늘날의 시점에서 볼 때 더욱 그러하다.

 미군정기 남한의 문학운동은 크게 다음 네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좌우의 대립이 일어나기 이전의 시기로 해방 직후부터 1945년 12월까지이다. 아직 좌우의 대립이 나타나지는 않은 상태로 좌파 내부에서 노선을 둘러싸고 일정한 대립이 존재했던 시기이다. 남북 문학계 사이에 상호 소통이 일정하게 이루어졌다. 두 번째는 찬탁·반탁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는 시점부터 10월 항쟁이 일어나기까지의 시기이다. 좌우의 대립이 본격화되고 이와 더불어 남북 사이의 문학계가 확연하게 나누어 졌다. 세 번째는 10월사건 이후부터 미·소공동위원회의 결렬 이후 남북이 각각 다른 길을 걷게 되어 분단이 가시화되는 시점까지이다. 좌쪽이 현저하게 약화된 상태에서 좌우의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되었다. 네 번째는 1947년 말부터 1948년까지의 시기이다. 분단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해 중도파 문학가들이 마지막으로 노력을 경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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