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관현악단이 연주를 하려고 한다. 연주자는 모두 그 앞에 연주할 악보를 놓고, 악기를 가지고 있다. 지휘자가 지휘봉을 들고,이 악단을 지휘할 때에, 여러 가지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한데 뭉쳐서 아름다운 멜로디를 이루어 낸다. 그러나, 이 때에 어떤 연주자 한 사람이 속으로,

“나 하나 쯤은 연주를 하지 않아도 관계는 없을 터이지.”

하고, 생각했다고 하자. 그러자, 옆에 있던 또 한 사람도, 또 다른 한 사람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면, 마침내 이 관현악단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 소리를 내는데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운동 경기에도 자기가 맡은 일을 틀림없이 할 사람이 꼭 있어야 하는 것과 같이, 관현악단에도 하나하나의 악기가 다 필요한 것이다. 관현악단에서 누구든지 하나라도 연주를 그치면, 역시 부족한 점이 생기어, 관현악으로는 완전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모임에 있어서도, 각 개인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들이 맡은 바 임무를 다해 주기를 바라며, 다른 사람들도 역시 그 사람이 맡은 일을 다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은 학교에 있어서나, 가정에 있어서나, 똑같은 것으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다른 사람은, 또 우리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 직분을 완수하고, 다른 사람도 자기들의 맡은 바 일을 다할 때에, 모든 일이 순조로이 되어 가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꼭두각시라면, 우리는, 우리가 맡은 의무를 생각할 필요도 없고, 끈이 잡아당겨지는 대로 팔다리를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누구나 꼭두각시가 되기를 원하지 않고, 자기가 마음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즐거움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몇몇 사람을 뽑아서, 그들에게 우리의 일을 처리하게 하는 일은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들의 의사를 대신하는 사람으로서의 시장(市長)을 뽑는 것이요, 또는 대통령을 뽑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일정한 동안, 그들이 결정하는 바에 좇게 되나, 만일, 이러한 선거에 기권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자기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정부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다스리게 하는 것을 허락하는 셈이 된다.

이와 같이,

민주주의란, 의무를 다함을 의미한다.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다 어떤 운동 단체의 경기자와 같이, 그들의 정부를 훌륭하게 하기 위하여, 서로 자기의 의무를 다하고, 서로 의지하며, 도와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