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라는 말이 우리 나라에서 많이 쓰이게 된 것은 1945년 8월 15일 이후의 일이다. 이 때는 온 겨레가 일본의 억압에서 풀려 나와 새로이 훌륭한 독립 국가를 세우려 하던 때인지라, 우리가 되찾은 자유를 즐기며 자손만대의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길은, 오직 민주주의로써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해방 직후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 분명하지 않았을 뿐더러, 공산주의자들까지도 자기네의 주장이 올바른 민주주의라고 떼를 쓰게 되어,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참뜻을 깨닫는 데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말은 특히 정치가들이 많이 써 왔기 때문에, 민주주의란 곧 정치에서만 쓰이는 말로 생각하기가 쉬웠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를 누리고 번영을 가져오는 새 나라 살림을 하려면, 민주주의는 정치 문제뿐 아니라 가정, 학교, 고장 생활은 물론, 경제 활동이나 문화 활동 등 모든 면에 있어서 그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