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의 항쟁

북중국의 전진은 전연을 멸하고 나서, 남쪽의 동진과 대항하기 위하여 고구려와 우호 관계를 맺었다. 이리하여, 고구려는 서쪽으로는 전진, 남쪽으로는 신라와 연맹하여 백제에 압력을 가하였다.

한편, 백제는 남중국의 동진이나 그 뒤에 일어난 송, 제, 그리고 신라의 배후를 위협하고 있던 바다 건너 왜와 연결하여 이에 대항하였다.

삼국 간의 항쟁은 이와 같은 국제 관계 속에서 복잡하게 전개되었는데, 이를 대개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제1기는 북중국과 우호 관계를 맺은 고구려가 소수림왕 때 국력을 정비하여 광개토왕, 장수왕, 문자명왕 때까지 삼국 항쟁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시기이고, 제2기는 가장 뒤떨어졌던 신라가 법흥왕, 진흥왕 때를 거치면서 급속히 팽창한 약 100년간의 시기이며, 제3기는 수나라가 중국을 통일한 뒤에 통일된 중국 세력이 고구려에 압력을 가하매 삼국 간의 항쟁이 더욱 치열해진 시기로서, 고구려가 망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고구려의 전성과 외민족과의 관계

고구려는 소수림왕 때, 고대 국가 체제를 강화하기 위하여 불교를 공인하였으며, 태학을 설립하고 율령을 반포하였다.

이러한 준비를 거치고 광개토왕 때에 이르러서는 크게 팽창하였다. 그리하여, 먼저 백제를 압박하여 한강선까지 진출하였으며, 신라와 가야에 침입한 왜구를 몰아냈고, 서쪽에서는 후연을 격파하여 요동 지역을 확보하였다.

다음의 장수왕 때에는 만주와 한반도에서 고구려가 우월한 위치를 확보하게 됨에 따라, 중국의 남북조와 각기 통교할 뿐만 아니라, 몽고 지역에 있던 유연 등의 새외(塞外) 민족과도 교통하는 등 확대된 외교 관계를 가졌다. 또, 수도를 평양성으로 옮기고 백제의 수도인 위례성을 공략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백제는 수도를 웅진성으로 옮기지 않을 수 없었고, 그 뒤에 다시 사비성으로 옮기게 되었다.

백제의 중흥

웅진성으로 서울을 옮긴 후, 백제 왕실은 신라 왕실과 혼인 정책을 가져 양국의 유대 관계를 굳게 하고, 왕족을 지방에 파견하여 지방 통제를 강화하였다.

백제는 새로운 발전을 다짐하여 성왕 때에는 다시금 서울을 사비성으로 옮겼다. 그리고, 행정 구역을 정비하고, 불교를 국가 종교로 장려하는 한편, 일본에 전하기도 하였으며, 중국의 남조와 문화 교류를 활발히 하였다.

이리하여 국력이 자랄 수 있었던 백제는 신라와 동맹하여 고구려에 빼앗겼던 한강 하류 지역을 회복할 수 있었다.

신라의 발전

뒤늦게 발전한 신라는 지증왕 때 우산국을 복속시키고, 법흥왕 때에는 율령을 반포하는 등 국가 세력을 강화하였으며, 뒤이어 금관 가야를 아우르고, 진흥왕 때에는 백제와 연맹하여 소백 산맥을 넘어 적성을 점령하고 한강 상류 지역을 차지했는데, 얼마 후에는 백제가 점령하였던 하류 지역까지 빼앗아 한강 유역을 모두 확보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나⋅제 연맹은 깨어지고, 백제 성왕은 신라를 공격하다가 관산성에서 전사하고 말았다. 백제는 이와 같이 한반도 안에서 고구려와 신라의 협격을 받게 되자, 일본 지역에 구축하였던 세력도 약화되었으며, 중국과의 무역도 점차 쇠퇴하게 되었다.

한편, 신라는 고령의 대가야를 멸하고 북동쪽으로도 크게 팽창하여 한때는 원산만 일대에까지 이르렀다. 진흥왕 순수비들은 이 때에 세워진 것이다.

고구려와 수⋅당의 충돌

6세기 말에 남북조로 분열되었던 중국이 수(隋)에 의해서 통일되었다. 중국의 통일은 곧 우리 나라에 대한 압력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즉, 중국측으로 볼 때에는, 고구려가 요서 지방을 먼저 공격하였을 뿐만 아니라, 항상 북방의 새외 민족들을 자극하여 중국에 대한 압력을 증가시키고 있었으므로, 고구려를 쳐서 북방을 안정시켜야만 그 통일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수 양제는 먼저 북방의 돌궐족을 위압하여 복속시킨 다음, 113만의 대군을 동원하여 수륙 양면으로 고구려에 침입해 왔다. 수는 요하를 건너 요동성을 비롯한 여러 성을 포위, 공격하였으나, 고구려군의 굳센 항전으로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고구려 유격 부대의 후방 공격을 자주 받아 대군의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한편, 대동강에 상륙한 수의 해군은 평양성을 공격하다가 패하였다. 이에 초조해진 수는 약 30만의 병력으로 압록강을 건너 침입해 왔으나, 을지문덕 장군의 유도 작전에 말려 살수에서 전멸되어, 살아 돌아간 자는 불과 2천 7백이었다. 이를 살수 대첩이라 한다. 수의 대규모 침입은 이와 같이 비참한 패전으로 끝나고, 이로 말미암아 수는 내란이 일어나서 마침내 망하고 말았다.

수의 뒤를 이은 당(唐)은, 초기에는 고구려와의 충돌을 피하였으나, 당 태종이 즉위하면서 고구려에 침입하려는 야심을 보이자 고구려도 천리 장성을 쌓기 시작하였는데, 이 장성은 북의 부여성과 남의 비사성을 연결하는 방어선이었다. 연개소문이 정권을 잡은 다음부터는 고구려의 당에 대한 태도가 더욱 강경하였고, 당과 연결한 신라를 백제와 더불어 자주 공격하였다.

한편, 당은 수가 망한 뒤에 다시 일어났던 돌궐을 복속시키고 서역을 평정하더니, 고구려의 세력권 안에 있던 거란족을 꾀어 고구려를 배반하게 하는 등 만반 태세를 갖춘 다음, 당 태종이 스스로 수많은 병력을 거느리고 고구려에 침입하였다. 당나라군은 요하를 건너 50만 석의 고구려 군량이 있는 요동성을 점령하여, 이 곳을 전진 기지로 삼고 안시성을 포위하였다.

안시성의 군⋅민은 나라의 운명을 건 사투를 60여 일이나 계속하여 당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 동안에 고구려군은 전열을 수습하고 적군을 포위하여 보급선을 차단하고 전면적으로 공격할 기세를 보였으며, 또 추위까지 닥쳐왔으므로, 당 태종은 마침내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제와 고구려의 붕괴

여⋅제 양국의 공격을 받은 신라는 김유신의 분전으로 이를 막는 한편, 김춘추(뒤의 무열왕)를 당에 보내어 군사적 동맹 관계를 맺었다. 이에, 당 고종은 신라를 고구려와 백제에 대한 견제 세력으로 삼아, 백제를 먼저 쳐서 반도 남부에 기지를 얻은 다음, 고구려를 남북 양면에서 공격할 작전을 세웠다.

이리하여, 당은 소정방이 거느린 대군으로 하여금 김유신의 신라군과 연합하여 백제를 치게 하였다. 신라군은 탄현을 넘어 황산벌에 이르렀고, 당나라군은 백강에 상륙하였다. 백제에서는 계백의 결사대가 신라군을 방어하였으나 결국 전멸당하고, 수도 사비성은 나⋅당 연합군에게 함락되어 무너지고 말았다(660).

한편, 당 태종이 자주 고구려를 침범하자, 고구려 지배하의 거란족과 말갈족 부락들이 당에 복속하게 되어 요동 방위선이 점차 약화되었다. 고구려가 이와 같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 안에서는 연개소문이 죽자 지도층의 내분이 크게 일어났다. 이를 틈탄 나⋅당 연합군의 평양성 공격으로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되다가 결국 고구려는 붕괴되고 말았다(668).

나⋅당 전쟁과 삼국 통일

백제가 망한 뒤, 당은 의자왕의 아들 융을 웅진 도독으로 삼아 백제를 계속 지배하려 하는 한편, 신라의 장군들을 회유하여 신라 세력을 분열시키려는 정책으로 나오자, 나⋅당 간에는 대립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에 고구려가 망하자,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의 유민과 연합하여 당에 정면으로 대결하고 당나라군을 몰아 내기 위하여 임천 지방과 웅진 도독부를 공격하였다. 이에 놀란 당은 여⋅제 양 지역에 남은 주둔군으로 하여금 대항하게 하는 한편, 거란병과 말갈병을 동원하여 북방으로부터 신라를 공격하게 하였다.

이에, 마전, 적성 등지에서 당⋅말갈⋅거란의 연합군을 대파하고, 의정부 일대에서 말갈⋅당의 연합군 20만 병력을 섬멸하여 노획한 말만도 3만 필이 넘는 큰 승리를 거두었다. 그뿐 아니라, 설인귀가 거느린 당의 해군이 백제 지역에 침입하려다가 금강 하구에서 여러 차례 섬멸당한 다음에는, 당도 할 수 없이 물러가고 말았다(676). 이로써 신라는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