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대의 우리 문화를 비판하고 반성하는 것은, 과거의 전통을 부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문화 전통을 길러 온 우리의 생활 능력과 체질을 다시 새롭게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모방한다 하더라도, 과거 문화에 대한 인식이 없이는 장래의 자기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오늘날과 같이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서 일대 전환기에 처해 있는 때일수록, 과거 문화에 대한 비판을 철저히 하여 새로운 문화를 건설하기 위한 방향을 확고히 확립해야 할 것이다.

그 길만이, 우리 전통에 담겨 있는 민족의 저력을 발견하여 높은 수준의 국민적 자각을 가지게 하며, 새로운 문화의 건설을 방해하는 조건들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역사를 회고해 볼 때, 우리 민족은 빈번한 이민족의 침입에 굳건히 대항해 왔고, 또 민족의 문화적인 역량은, 여러 가지 고난을 겪어 오면서도 우리 문화의 전통을 계속 발전시켜 올 수 있었다. 다만, 신문화에 대한 우리 민족의 자각이 좀 늦어 근대화에의 시련이 오늘날까지 계속되었으나, 이미 현대 문명에 있어서의 후진성도 극복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였다.

이제 우리가 경제, 사회, 문화 각 방면에서 확실한 과학 정신에 입각하여 활동한다면, 그것은 곧 민족의 새로운 자주성을 확립하는 길이 되는 것이다. 민족 정신의 현대적인 확립과 경제적인 자주성의 확립은, 사회의 혼란과 문화적인 후진을 극복할 수 있고, 나아가 민족의 염원인 남북 통일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