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왕이 영국을 정복한 뒤 앵글로색슨의 제도, 특히 지방 제도를 살리면서 노르망디의 발달된 봉건 제도를 도입하여 집권화에 힘썼으므로, 프랑스와는 달리 왕권이 원래 강하였다. 헨리 2세는 귀족들을 강력히 규제하는 한편, 보통법을 정비하고 재판 제도를 개혁함으로써 중앙 집권화에 박차를 가하였다. 그런데, 그의 아들인 존 왕(1199~1216)은 프랑스 내의 영지의 대부분을 빼앗기는가 하면, 교황 이노센트 3세와의 투쟁에서 패하여 가신으로서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데다가, 군비에 쪼들려 세금을 마구 거두어들이는 등 실정을 거듭하였으므로, 제후들이 반기를 들고 그에게 강제로 대헌장을 승인시켰다(1215).

이는 본래 국왕에 대하여 제후의 권리를 보장한, 봉건적인 성격의 문서였으나, 뒤에 모든 국민의 권익을 옹호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됨으로써 헌정의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 뒤를 이은 헨리 3세의 횡포에 반항하여 일어선 제후를 이끌었던 몽포르가 성직자, 귀족과 함께 주와 도시의 대표들을 회의에 소집함으로써 영국 의회의 시초가 되었다(1265). 에드워드 1세가 이른바 모범 의회를 소집한 뒤(1295), 14세기에 들어가서는 상하 양원으로 나뉘고, 법률의 제정과 새로운 세금의 징수에 대한 하원의 협찬권이 인정되게 되었다.

이와 같이, 프랑스와는 달리 영국에서는 제후가 단결해서 강력해지는 왕권에 대항하고, 국왕에게 그들과 협의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영국 의회라는 독특한 제도가 나타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