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 대전 후 평화 수립이나 인류의 번영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 것은 원자력의 이용 문제이다. 1945년 일본의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투하된 이후 인류는 새로 개발된 원자력을 전 인류의 파멸에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이용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인간의 이성은 후자의 길을 택할 것을 명하고 있으나, 국제적 긴장이 아직도 지속되고 강대국의 이해 관계가 미묘하게 얽혀 핵무기의 금지 문제는 아직도 미해결의 과제로 남아 있다.

20세기에 이루어진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현저하다. 우리는 원자력의 개발은 물론이요, 달 로케트가 발사되고, 우주선이 지구 주위를 몰고, 모든 것이 컴퓨우터로 처리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이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이용될 것인가, 아니면 전쟁 무기로 이용되어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것인가는 인간 자체의 예지와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생산력의 무한한 발전과 경제적 번영을 약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는 ‘가진 나라’와 ‘가지지 못한 나라’가 공존하고, 한 사회 내에도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의 격차가 존재한다. 인간 고유의 자유를 유지하고, 또한 경제적 번영을 이룩하면서 이러한 국가 간의, 그리고 한 사회 내부의 빈부의 격차를 축소시키는 문제는 전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사회⋅경제적 과제라 하겠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 그리고 대중의 등장 등으로 현대 사회는 고도로 조직적이고 기계화된 산업 사회로 변하고 있는 바, 이러한 추세는 인간성의 상실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게 되었다. 이미 산업 사회를 이룩한 경우는 물론이지만, 뒤늦게 전통 사회를 벗어나 공업화를 달성하려는 사회도 멀지 않아 이 문제에 당면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서 전통적인 가치관의 동요와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이라는 어려운 과제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의 경우도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과 더불어 우리의 고유한 문화 전통을 어떻게 새로운 문화 창조와 연관지을 것인가가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위하여 우리의 고유한 문화 전통의 개발과 계승은 물론이지만, 세계 문화의 흐름에도 예의 유의하고 이를 자주적으로 섭취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개방된 사회를 지향하여야 하며, 우리의 전통 문화를 계승하여 새롭고 독자적인 문화를 창조함으로써 세계 문화 발전에 공헌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