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창제

우리 나라는 일찍부터 한자를 써 오면서, 말과 글자의 다름에서 오는 불편을 덜기 위하여 이두 문자를 사용해 왔으나, 이것으로는 우리말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농민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고 사회 의식이 성장함에 따라 지배층과 피지배층 사이에 직접적이고 공식적인 의사 소통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문자가 요구되었다.

이에 세종은 집현전 학자들을 중심으로 정음청을 설치하고, 음운을 연구하여 한글을 창제하였다. 한글은 배우기 쉽고 조직적이며,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글자 제작의 원리가 매우 과학적이다.

한글을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용비어천가를 지어 실제 사용의 모범을 보이고, 훈민정음이라 이름하여 정식으로 반포하였다(1446). 이어서 불경, 농서, 윤리서, 병서 등을 한글로 번역하거나 편찬하였다. 한글의 창제와 보급은 유교주의 교육과 지식 보급에 크게 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문학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하였다.

한편, 서리들로 하여금 훈민정음을 배워 행정 실무에 이용하게 하고, 이들의 채용에 훈민정음의 시험을 치르게 하기도 하였다. 이로써, 한문을 알지 못하는 일반 백성들도 문자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길이 트였을 뿐만 아니라, 고유한 언어와 함께 고유의 문자까지 가지게 됨으로써 민족 문화의 기반이 더 넓고 확고해졌다.

사서의 편찬

조선은 왕조의 정통성에 대한 명분을 내세우고 성리학적 통치 규범을 정착시키기 위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사서의 편찬에 힘썼다. 건국 초기에 편찬된 정도전의 고려국사, 권근의 동국사략 등은 그러한 의도가 반영된 사서였다.

한편, 한 왕대의 역사를 후세에 남기기 위한 실록의 편찬은 국가의 큰 관심사였다. 그리하여 국왕의 사후 곧 춘추관을 중심으로 실록청을 설치하고 관련 자료를 종합, 정리하여 실록을 편찬하였다.¹⁾ 실록 편찬의 자료인 사초는 국왕도 보지 못하게 하여 기록의 신뢰도를 높였다. 실록은 태조 실록 이후 조선 말기까지 계속 편찬되어 역사 연구의 기본 자료가 되고 있다.

15세기 중엽에는 고려 왕조의 역사를 자주적인 입장에서 재정리하고자 하여 기전체의 고려사와 편년체의 고려사절요가 편찬되었다. 성종 때에는 고조선부터 고려 말까지의 통사로서 동국통감이 간행되었다.

16세기에 이르러 사림의 정치 의식과 문화 의식을 반영하는 새로운 사서가 편찬되었다. 이 시기의 역사 인식 태도는 존화 사상을 바탕으로 우리 나라 역사를 소중화(小中華)의 역사로 파악하였다. 따라서, 기자 조선이 주목되었으며, 유교 문화와 대립되는 고유 문화는 이단시되었다. 그리하여 박상의 동국사략, 이이의 기자실기 등이 편찬되었다.

지리서와 윤리서

중앙 집권과 국방의 강화를 위하여 국토의 자연 환경과 인문 지리에 관한 정보를 정리하기 위한 작업이 요청되었다. 그리하여 각종의 지도와 지리서가 제작, 편찬되었다.

15세기 초에는 세계 지도인 역대제왕혼일강리도와 전국 지도로서 팔도도가 만들어졌다. 팔도도는 몇 차례에 걸쳐 제작되었는데, 그 중에서 양성지의 팔도도는 과학 기구를 이용하여 정밀하게 제작되었다. 이 지도는 압록강 이북까지도 상세히 기록하여, 당시 북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음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16세기 중엽에도 많은 지도가 만들어졌는데, 그 중에서 조선방역지도가 현존하고 있다.

세종 때에는 지리지의 편찬도 추진되어 팔도지리지가 완성되었다. 여기에는 전국 8도의 지리, 역사, 정치, 사회, 경제, 산업, 군사, 교통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성종 때에는 이를 보완하여 동국여지승람을 편찬하였다. 여기에는 군⋅현의 연혁, 지세, 인물, 풍속, 성씨, 고적, 산물, 교통 등이 자세히 수록되어 당시 국토에 대한 인문 지리적 지식 수준을 크게 높여 주었다. 그 후 이를 증보한 신증동국여지승람이 편찬되었다.

그리고 일부 군⋅현에서는 읍지가 만들어졌다. 읍지에는 향토의 문화적 유산에 대한 사림의 관심이 반영되어 있다.

한편, 유교적인 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윤리와 의례에 관한 책들도 편찬되었다. 즉, 삼강행실도, 효행록 등을 편찬하고, 때로는 이에 언해를 붙여 백성들이 쉽게 읽고 실천하도록 하였다. 또, 국가의 각종 행사에 필요한 의례를 제정, 정비하여 국조오례의 등을 편찬하였다.

경국대전의 완성

유교 정치 이념을 기반으로 하는 조선 왕조는 통치 규범을 성문화하기 위해 법제의 정비 작업을 추진하였다.

즉, 태조 이래로 법제 운영을 위해서 법전을 편찬하였는데, 정도전은 조선경국전, 경제문감 등을 편찬하였고, 뒤에 조준은 조례를 모아 경제육전을 만들었다.

법전의 개편 작업은 세종, 세조대를 거쳐 성종대에 이르러 경국대전으로 완성되었다. 경국대전은 이전, 호전, 예전, 병전, 형전, 공전의 6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국대전은 조선 왕조의 기본 법전으로 그 후 필요한 부분이 보완되어 조선 말기까지 이 법전의 기본 정신이 유지되었다. 이와 같은 경국대전의 편찬은 바로 조선 왕조의 법제적 통치 질서를 존중하는 유교 문화를 상징하는 것이다.

과학 기술

15세기에는 과학 기술도 발달하였다. 이는 부국 강병과 민생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과학 기술은 조선 왕조의 국가적 지원으로 발전되었다. 조선 초기에는 유학자들도 기술학을 중시하여 전통적 기술 문화를 계승하고, 서역 및 중국의 과학 기술을 수용하여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국가적인 편찬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활자와 인쇄 기술 문화가 발달하였다. 고려 시대의 금속 활자 인쇄술은 이 시기에 더욱 발전되어, 이른바 계미자, 갑인자 등의 정교한 활자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조선 초기의 편찬 사업은 제지술을 향상시켰으며, 출판 문화의 발달은 교육을 포함한 문화 수준을 한층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하였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이 시기의 산업 구조는 농학을 중심으로 한 천문, 기상, 역법, 측량, 수학의 발달을 가져왔으며, 천체, 시간, 기상, 토지의 정확한 측정을 위한 각종 기구가 발명, 제작되었다. 혼의, 간의 등 천체 관측 기구와 해시계, 물시계 등 시간 측정 기구를 제작하였으며,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만들어 전국 각지의 강우량을 과학적으로 측정하였다(1441). 또, 토지 측량 기구인 인지의와 규형을 제작하여, 양전 사업과 지도 제작에 활용하였다.

한편, 천문 역법에 대한 깊은 관심과 토지 조사, 조세 수입의 계산 등의 필요에 따라 수학이 발달하였다. 당시, 수학 교재로는 상명산법, 산학계몽 등이 있었다.

세종 때에는 칠정산이라는 새로운 역법이 마련되었다. 이것은 중국과 아라비아의 역법을 참고로 하여 만든 것으로, 우리 역사상 최초로 한양 기준의 역법이 만들어졌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국방 강화 정책과 관련하여 무기 제조 기술도 발달하였다. 고려 말기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화약 무기 제조 기술이 더욱 개량되어 성능이 뛰어난 화포가 만들어지고, 화차가 제조되었으며, 병선 제조 기술이 개량되어 전투선인 거북선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15세기의 과학 기술은 16세기 이후 기술을 경시하는 경향으로 인해 점차 침체에 빠지게 되었다.

과학 서적

과학 기술의 발달과 관련하여 각종 과학 서적이 편찬, 간행되었다.

농서로는 농사직설과 금양잡록이 편찬되었다. 특히, 농사직설은 우리 나라의 풍토에 맞는 농사 기술과 품종 등의 개발을 위하여 씨앗의 저장법, 토질의 개량법, 모내기법 등 농민들의 실제 경험을 종합하여 편찬된 농서였다.

조선 초기에는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국방을 강화하려는 노력으로 많은 병서가 간행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 나라의 지형, 지세에 맞는 전술을 개발하게 되었고, 역대의 전쟁사도 정리하게 되었다. 즉, 진도를 비롯한 각종 병서가 편찬되어, 독특한 전술과 부대 편성 방법이 창안되었다. 이어서, 병장도설이 편찬되어 군사 훈련의 지침서로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화포를 제작, 사용하는 방법도 개발되었다. 또, 동국병감이 편찬되어 전쟁사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었다.

의약에서도 경험을 토대로 하여 우리 풍토에 알맞은 약재와 치료 방법을 개발, 정리하여 향약집성방이라는 의약서를 편찬하였다. 또, 의방유취라는 의학 백과 사전도 편찬되어, 우리 나라 한방 의학의 기반을 확고하게 다져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