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란

앞서 철종 때 밖으로 천주교와 더불어 서양 세력이 들어오고, 안으로는 세도 정치에 시달려 심신이 피로하여지매, 백성의 마음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무엇이 간절히 요구되었다. 이 때 최제우(崔濟愚)가, 고래의 천신 숭배의 신앙을 중심으로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 서학(西學)이라고 하던 천주교에 대하여, 동학이라 부르고, 백성을 건진다 외치어 많은 신도를 얻었으며, 그 움직임은 날로 커졌다. 정부에서는 최제우를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라 하여 목베고 동학을 탄압하니, 교도도 흩어져버렸던 것이다. 그 후 또 다시 교세가 커져서 제2대 교주 최시형(崔時亨)의 지도하에 삼남 지방에 뚜렷한 지반을 갖게 되자, 교조에 대한 신원운동(伸寃運動)을 일으켜, 고종 22년부터 29년에 걸쳐 삼례(參禮) 또는 보은(報恩)에서 신도 대회를 열고, 드디어 서울에 올라와 상소 운동을 시작하여 민심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 이 때 국내 상태는 민씨 세도하의 양반과 지방 관리의 사욕으로 백성을 괴롭히어, 각지에서 민란이 거듭 일어나고 있었다. 시달리는 백성의 불평이 동학도를 중심으로 하여 고부(古阜)의 관리 조병갑(趙秉甲)의 악정을 계기로 터지니, 곧 우리 역사상 보기 드문 민란인 동학란이다.

고종 31년(1894)에 전봉준(全琫準)이 “악질 관리를 숙청하고 민생을 구하자” 하며, 고부 고을을 습격하게 되자, 각지에서 이에 호응하여 전라도는 물론 경기, 충청도에 걸쳐 난이 퍼지고 전주(全州)를 점령하고 기세가 자못 성하였다. 이에 놀란 정부에서는 토벌군을 동원하는 한편 청의 구원을 청하게 되었다. 원래 조직과 훈련이 없었던 백성의 봉기이니, 결국 전주를 내어 놓고 격전을 거듭한 후 전봉준이 체포되어, 일년 만에 동학란은 진압되었다. 이 난은 실패하였으나, 안으로 백성의 자각을 일으키게 하였고, 밖으로 청, 일의 충돌을 자아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청, 일의 전쟁

국세가 늘어난 일본은 우리 나라에 야심을 두어, 우선 우리 나라에 대한 청의 특수한 관계를 끊고자 강화도 조약에서 조선을 자주 독립국가라 하여 청의 종주권을 무시하였고, 천진 조약에 의하여 청과 동등한 처지에 서게 되었었다.

일본을 두려워한 청은 동학란으로 구원의 청을 받자, 즉시로 군대를 파견하고, 일본도 천진 조약의 위반이라 하여 많은 군대를 보내게 되니 양국의 충돌은 피할 길이 없게 되었다. 일본이 조선의 내정에 손을 대려 하매, 청은 일본의 철병을 요구했으므로, 일본은 이 때야말로 청의 세력을 조선에서 구축할 기회라 하여 청국에 선전하고, 한 편 일본 공사는 친일파로 하여금 대원군을 받들고 사대당을 몰아 내어 새로운 친일 정부를 조직케 하였다.

전쟁은 일본에 유리하여, 아산만과 성환에서 승리한 일군은 북으로 평양을 점령하고, 멀리 여순(旅順)과 위해위(威海衛)를 점령하게 되자, 청은 화의를 청하여 마관(馬關 또는 下關) 조약으로 끝을 맺었다. 이 조약에 의하여 일본은 청에게서 조선의 독립을 승인 받음으로써 청의 세력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였고, 요동(遼東) 반도와 대만, 팽호도(膨湖島)를 얻어 대륙 침략의 기초를 닦아 놓게 되었다.

갑오경장

청일 전쟁 초 일본의 후원으로 성립된 혁신 내각은 여러 부면의 정치 개혁을 시작하였다. 우선 신 정부는 군국기무처(軍國機務處)를 새로 두고, 급진적인 개혁을 실시하여, 청과의 모든 조약을 폐기하고, 개국기원을 사용하기 시작하며, 새로운 관제를 마련하고 법률과 재판 제도를 뜯어 고치는 등의 정치적 개혁을 이룩하였다. 또한 계급의 타파, 천민의 해방, 조혼의 금지, 과거제의 철폐 등 사회적 개혁과 아울러, 화폐의 제정, 도량형의 제정, 세제(稅制)의 개혁 등의 경제적 개혁을 단행하여, 개국 이래 가장 큰 변혁 운동을 일으키니, 이를 갑오경장(甲午更張)이라 한다(고종 31년, 1894). 전쟁이 일본에 유리하게 전개되자, 대원군을 내어 쫓고, 갑신정변 이후 일본에 망명하였던 박영효, 서광범 등을 정부에 앉히어 더욱 과격한 개혁정치를 하고자, 홍범 14조(洪範十四條)를 발표하여 관제를 다시금 고치고, 지방 제도를 정리하며, 새 교육 기관을 설치하였다.

갑오경장은 유교를 중심으로 한 옛 사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근대화 운동인 것이나, 다만 그러한 운동이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야심을 품은 침략자 일본의 강요로 시작되어 너무 과격하고 또한 우리 사정에 맞지 않는 것도 있어서 잘 시행되지 못한 것이 있었음은 유감된 일이다. 그러나 이 갑오경장은 우리 나라 사회와 정치에 대한 일대 혁신 운동으로, 나라의 개화를 위하여 큰 의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