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 밀사 사건

광무 11년(1907)에 일본의 무도한 침략 행위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고종은 국제 평화 회의에 이 사정을 호소하기로 하였다. 이 때 네덜란드의 서울 헤이그에서 만국 평화 회의가 열리게 되어 고종은 이상설⋅이준(李儁)⋅이위종의 세 사람에게 신임장을 주어 비밀리에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게 했다.

당시의 국제 사정은 강대국들이 자기 나라의 이권에만 눈이 어두워 서로 경쟁하던 시대이므로, 우리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 주지 않았다. 우리의 독립 문제가 의제로 채택되지 못하게 되자 이준은 분한 나머지 그 곳에서 분사하였다.

이 일을 알게 된 일본은 고종에게 협박하여 그 책임을 따지고 왕위를 나이 어린 순조에게 물리도록 강요하였다(1907).

군대 해산과 의병

이것으로도 만족치 않은 일본은 소위 정미 7조약을 맺어 한국의 모든 정치는 반드시 통감부의 결재를 얻어야 하기로 했고, 이어 한국의 군대를 해산시켜 버렸다. 해산당한 군대들은 의병이 되어 일본에 대항하였다. 이듬해(융희 2년)에 동원되었던 의병만 하여도 7만 명이나 되고, 전국 각지에서 1,500번이나 일본군과 충돌하였다.

한편 한국에 고문으로 와 있던 스티븐슨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떠들다가 전명운⋅장인환에게 사살되었고(1908), 이듬해 침략의 괴수 이토오 히로부미는 하얼삔에서 안중근의 총에 맞아서 죽었으며, 친일파 이완용도 습격을 받았다

이와 같은 줄기찬 민족 항쟁은 일본의 침략 야심을 더욱 자극하였다. 우리의 지식층⋅군인⋅농민은 제각기 있는 힘을 다하여 싸웠으나, 친일파들이 조정에 들어 앉아서 국가는 더욱 기울어져 갔다.

한일 합방

한국을 완전히 자기 영토로 만들려던 일본은 이제 그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하여 테라우치(寺內正毅)를 통감으로 보냈다. 육군 대장인 그는 헌병으로 하여금 치안을 맡아 보게 하고, 모든 신문을 폐쇄하여 국민의 귀를 막은 다음, 뒤에서 이완용과 더불어 합병안을 꾸몄다.

이러한 흉계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왕족과 친일파들의 신분 보장을 결정하는 이외의 모든 정치 권력은 이미 일본 통감부에 넘어가 있었던 것이다.

1910년 8월 29일에 이 치욕의 이른바 합방 조약이 발표되자 온 국민은 목을 놓아 울었고, 519년을 이어 온 조선은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