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제국의 마지막

우리의 주권을 탈취하기 위한 일제의 침략 정책은 을사조약을 계기로 더욱 노골화하였다. 을사조약을 맺어 국제적으로 우리를 고립시키고, 우리 군대를 강제로 해산시켜 국방력을 없앤 다음, 경찰권까지 빼앗았다. 그들은 일제의 앞잡이 일진회로 하여금 합방을 내세워 여론을 날조, 선전하였다.

이렇게 하여, 우리 나라는 근대에 들어와 새로운 문물을 수입하면서,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가운데 일제의 침략을 받아 마침내 주권을 탈취당하였다(1910).

이로써 조선 왕조는 끝나게 되었고(27대 519년), 이후로 우리 민족은 1945년에 조국이 광복될 때까지 일제 식민 통치하에서 모진 탄압과 착취를 당해야 했다.

일제의 무단 통치

강제로 우리 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일제는 통감부 대신에 새로이 총독부를 설치하고, 총독이 행정, 사법, 군사의 모든 권력을 한손에 쥐고 포악한 무단 통치를 실시하였다.

총독은 헌병 경찰 제도를 실시하여 총칼로써 우리 민족을 다스렸으며, 일반 관리는 물론, 심지어 교원들에게까지도 제복을 입히고 칼을 차도록 하여, 위협으로 우리 민족을 굴복시키려 하였다.

이러한 포악한 무단 정치하에서 우리 민족의 생존권은 여지없이 짓밟혔다. 정치적 활동이 금지되었음은 물론, 집회 결사의 자유도 박탈되었고, 우리말로 된 신문의 발행도 금지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치 운동을 하거나 조금이라도 그들의 눈을 거스르는 사람은 모조리 검거하여, 많은 애국 지사들이 체포, 투옥, 희생되었다. 이렇게 포악한 무단 정치하에서도 우리 겨레의 독립 투쟁은 줄곧 비밀리에 계속되었다.

토지의 약탈

정치적으로 우리 땅을 지배하게 된 일제는, 일본 본토에서 살기 어려운 가난한 일본인을 우리 땅에 이주시켜, 경제적으로 우리 민족을 수탈할 앞잡이로 삼았다. 그리고, 계속 이주해 오는 일본인들에게 토지를 나누어 주기 위하여 우리 농민의 손에서 토지를 빼앗는 공작을 꾸몄다.

그들은 토지 소유 관계를 근대적으로 정리한다 하여 모든 토지를 등록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우리 농민들은 새로운 법에 어두웠고 그 절차가 까다로와 등록하지 못한 농토가 많았다. 이러한 토지를 그들은 주인 없는 토지라 하여 모두 총독부 소유로 돌렸다. 또한, 종래에 왕실이나 관청 같은 공공 기관에 속하였던 많은 토지가 자동적으로 총독부의 소유가 되었고, 또 동족과 마을의 공유지도 모조리 몰수하였다.

이리하여, 전국 토지의 약 40%에 해당하는 막대한 토지를 지배하게 된 총독부는, 이 토지를 동양 척식 주식 회사를 비롯한 몇 개의 일본인 토지 회사와, 이주해 온 일본인들에게 헐값으로 넘겨 주었다.

우리 농민은 토지 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토지를 잃고, 일본인들의 소작인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산업과 자원의 수탈 작업

토지를 약탈한 일제는 또 산업 활동까지 지배하기 위한 약탈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앞으로의 경제적 착취를 증가시키기 위하여 각종 시설을 마련하였다.

또한, 화폐 금융 제도를 고쳐 우리 땅에서 일본 화폐를 쓰게 하고, 조선 은행을 새로 세워 금융을 지배하였다. 한편, 일본 본토에서 이주해 오는 일본인이나 일본 기업체들은, 총독부의 도움을 받아 가며 상업 활동을 비롯하여 임업, 어업, 광업에까지 그들의 손을 뻗쳤다.

식민지 지배의 비용은 식민지에서 거둬들인다는 생각에서 각종의 터무니없는 세금을 부과할 뿐 아니라, 인삼, 소금, 아편 등의 전매 제도를 실시하여 큰 이득을 독차지하였다.

식민지 통치와 경제 수탈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철도와 도로를 건설하고, 통신, 항만 시설을 갖추어 갔다. 이리하여, 1910년대에는 전국 주요 간선 철도가 완성되고 일본과의 해저 전신망이 정비되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 나라의 산업과 자본은 무너지고, 이 땅은 일본의 상품을 사 주는 상품 시장이 되어 버렸다.

약탈을 위한 쌀 증산

3⋅1 운동을 전후하여 일본의 식량 사정이 아주 나빠지자, 일본 각지에서 쌀 소동이 일어났다. 일제는 이를 메우려고 우리 나라에서 많은 쌀을 생산하여 일본에 공급하기 위한 산미 증식 계획을 세워 토지를 개간하고 수리 시설을 넓혀 갔다. 이 계획은 일제의 수탈 정책 중에서도 가장 심한 것이었다.

이 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자, 일제는 강제로 쌀을 수탈해 갔다. 1933년에는 총 생산량 1630만 석 가운데 870만 석을 가져갔다. 이 때문에, 우리 민족은 많은 쌀을 생산하고도 굶주려야 했다. 이 때, 부족한 식량을 메우기 위해 일제는 만주에서 조, 수수, 콩 등 잡곡을 들여 왔으나, 우리 민족은 굶주림을 면할 수가 없었다.

이처럼, 일제가 계획한 쌀의 증산 계획은 바로 우리의 쌀을 수탈하기 위한 정책에서 나온 것이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경제 수탈의 강화

일제는 우리 땅을 일본의 식량 공급지로 삼기 위하여 우리 나라에 공업 시설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식민 정책은 제국주의 열강의 공통된 착취 정책이었다.

그러나, 193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이러한 정책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 제국이라는 괴뢰국을 세워 만주를 지배하게 되고, 그 야심을 다시 중국 본토로 뻗치게 되면서, 우리 국토를 그 침략을 뒷받침하는 병참 기지로 삼으려는 제국주의의 필요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지하 자원의 수탈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 땅에 금속⋅기계⋅화학 공업을 주로 하는 중공업 시설을 이루고, 이러한 공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발전 시설과 교통⋅운수 시설을 확충하였다.

경제 수탈 정책은 중⋅일 전쟁이 일어나면서 더욱 격화되어, 북한 지방에 공장이 건설되었다. 그 후, 태평양 전쟁을 벌인 일본은, 그들의 생산력만으로는 전쟁 물자를 도저히 조달하지 못하게 되자, 철, 석탄, 주석, 흑연, 마그네사이트 등 귀중한 지하 자원을 마구 파 갔고, 전쟁 물자 생산 공장을 각지에 세웠다.

이렇게 공장이 늘수록 자원 약탈은 더욱 강화되고, 우리 겨레는 값싼 임금을 받고 혹사당하게 되었다.

민족성 말살 정책과 인력의 수탈

일제는 병참 기지화의 경제 정책을 진행시키는 한편, 우리의 민족성을 말살하려는 정책을 폈다. 우리 민족을 그들의 영원한 노예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의 특성을 송두리째 없애야 하겠다고 판단하여, 우리의 민족성을 말살하기 위한 여러 가지의 수단을 다한 것이었다.

그들은 허울 좋게 ‘내선 일체’니 ‘황국 신민화’니 하는 구실을 내세워, 1938년부터는 학교 교육에서 우리말의 사용을 금지하고 일본어의 사용을 강요하였으며, 우리 역사의 교육을 폐지하였다. 한글로 된 신문은 모두 폐간하고, 국어와 국사에 대한 민족 의식을 말살시키기 위하여 조선어 학회 사건을 꾸몄고, 진단 학회를 해산시켰다. 그리고, 일본의 신사를 각지에 세워 우리 겨레에게 참배를 강요하였다.

또, 일본 정신을 강요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그들은 마침내 우리의 성을 일본식으로 바꾸도록 강요하였고, 모든 회합에서 일본 국민임을 맹세하는 구호를 외치도록 지시하였다.

그 후, 미국, 영국에 대하여 태평양 전쟁을 도발한 일본은 물자와 인력이 크게 달리게 되었다. 이에 그들은, 우리 청장년을 징용하여 강제로 일본에 끌어다 각 공장에서 강제 노동을 시켰고, 마침내는 학도 지원병제와 징병제를 실시하여 우리 학생과 청년들을 전선으로 끌어갔으며, 심지어는 젊은 여자들까지도 산업 시설과 전선으로 강제로 끌어갔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강제로 일제에 끌려가 아시아 각지에서 억울하게 죽어 갔고, 중노동에 허덕인 젊은이가 수백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