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수호 운동에서 독립 투쟁으로

대한 제국이 무너지자, 우리 민족은 나라 잃은 망국의 한을 안고 이민족의 지배하에서 수난의 생활을 강요당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 민족은 독립을 쟁취해야 했다. 그리하여, 일제의 무단 통치의 철저한 강압 아래에서도 민족의 독립 투쟁은 줄기차게 전개되었다.

한말 의병 세력은 1913년까지 각지에서 무력 투쟁을 폈으나, 강력한 일본군의 공격을 받아 활동의 기반을 잃었다. 이에, 의병 세력은 한⋅만 국경이나 간도, 연해주로 건너가 새로이 독립 운동의 기지를 건설하고, 신흥 무관 학교를 세워 독립 투사를 길러 가며 장기적으로 항전하였다.

한편, 1910년을 전후하여 해외로 망명한 독립 협회나 애국 계몽 운동의 지도자들은, 외교적 활동을 통해 독립을 찾고자 각종의 세계적인 회합에 대표를 참석시켜, 일제의 포악한 식민지 통치를 폭로하고 독립을 되찾는 데 협조해 주도록 간청하였다. 특히, 이승만, 안창호 등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한말 애국 계몽 운동을 전개하던 세력은, 국내 각지에서 많은 사립 학교를 세우고, 야학과 강습회 등을 통하여 민족 의식을 일깨워 독립심을 북돋우었다. 또한, 비밀리에 신민회와 같은 조직을 통하여 독립 운동을 폈다.

이러한 우리 민족의 독립 운동을 탄압하기 위하여 일제는 안명근 사건이나 105인 사건 등을 꾸며 우리 민족의 지도자들을 가두는 등 갖은 악랄한 수단을 다하였다.

그러나, 유구한 역사를 통하여 항시 발휘된 국난 극복의 민족 정기는 꺾이지 않고 민족적 수난을 극복하기 위한 줄기찬 독립 운동은 전개되었다.

거족적인 3⋅1 운동

1919년, 마침내 거족적인 독립 투쟁인 3⋅1 운동의 불길은 타올랐다. 제국주의 침략 국가의 세계 정책의 대립에서 폭발된 제1차 세계 대전은 4년간의 전란 끝에 연합국의 승리로 끝났다. 이 무렵, 민족 자결의 평화 원칙이 세계에 제시되어 약소 민족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일본 토오쿄오에 유학하던 유학생들은 이러한 세계사의 새 움직임을 이용하여, 조국의 독립을 선포하는 2⋅8 독립 선언문을 내외에 발표하는 한편, 3⋅1 운동을 선도하였다.

당시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는 주된 조직은 종교 단체와 학생의 힘이었다. 민족적 종교로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천도교와, 개화 운동과 계몽 운동의 지도자를 많이 길러 낸 크리스트 교와,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불교 등이 결합하여, 거족적 독립 운동을 펴기로 하였다. 또한, 학생들은 거리에서 민중을 이끌고 과감한 독립 만세 운동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마침내 1919년 3월 1일, 독립 선언문이 낭독되고 서울 시민들은 남녀 노소를 막론하고 독립 만세를 외치며 시위를 통한 독립 투쟁을 폈다. 독립 투쟁은 즉시 전국으로 확대되었음은 물론, 하얼삔, 간도, 하와이 등 우리 겨레가 사는 곳이면 세계 어디서나 일어났다.

3⋅1 운동은 온 민족의 독립 결의를 국내외에 선언한 평화적 투쟁이요, 침략자 일본으로부터 우리의 독립을 되찾기 위하여 세계 만방에 호소하는 독립 만세 시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헌병 경찰과 군대까지 동원하여 야만적인 무력 탄압을 가하였다. 수원 제암리의 무차별 학살 사건, 어린 여학생 유관순의 순국 등, 일제의 포악한 무력 탄압으로 인한 사상자는 2만 명이 넘었으며, 3개월 동안에 감옥에 갇힌 사람이 5만 명이나 되었다.

3⋅1 운동의 의의

3⋅1 운동은 일본의 가혹한 무단 통치의 탄압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우리 민족의 역량을 내외에 보여 준 거족적 독립 투쟁이었다. 3⋅1 운동을 통해 우리는 주체성, 독립성을 침략자의 손에서 기어이 도로 찾겠다는 온 겨레의 결의와 자주 정신을 온 세계에 행동으로 보여 주었으니, 이후 세계는 우리 민족을 더욱 새로이 인식하게 되었다.

3⋅1 운동은 거족적으로 뜻을 모아 조직적으로 행동하였으며, 민중에 의하여 주도된 우리 민족의 역사적 능력을 과시한 독립 투쟁이었다. 또, 3⋅1 운동은 민족 의식과 민족 정신에 새로운 자각과 힘을 주었다.

한편, 일제도 3⋅1 운동을 통해서 한민족을 무력만으로는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그들의 식민 통치 정책을 바꾸어 나갔다. 그러나, 그들이 내세운 이른바 문화 정치라는 것은, 우리 민족을 이간시키고 분열을 꾀하며 경제적 수탈을 강화하기 위한 속임수로 실시된, 보다 교활한 식민 통치 방법이었다.

대한 민국 임시 정부의 수립과 발전

3⋅1 운동은 우리 민족의 독립 투쟁에 귀중한 교훈을 주었다. 그리하여, 일제에 대한 독립 운동을 보다 조직적이고 계속적이며 적극적으로 진행시켜야만 되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정부가 필요하였다. 이에, 독립 운동자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중국 상하이에 모여 대한 민국 임시 정부를 수립하였다(1919).

대한 민국 임시 정부는 우리 민족의 정통을 계승하여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수립된 우리의 정부였다. 비록 해외에 자리잡은 임시 정부이지만, 온 겨레의 지지를 받고, 또한 국내외의 동포에게 희망과 용기를 안겨 준, 독립 운동의 총본산으로서, 조국이 광복되는 날까지 활동하였다.

임시 정부는 연통제를 통하여 국내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며 독립 운동을 주도하였다. 독립 신문을 발간하여 국내외 동포에게 독립 소식을 알려 독립 정신을 일깨우고, 독립 운동 단체에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한편, 구미 위원부를 설치하고 유럽과 미국에서 외교적 활동을 통한 독립 운동을 펴기도 했다. 그 결과, 우리 민족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국제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었다.

잇단 민족의 의거

3⋅1 운동 이후 독립 운동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비밀 조직으로 바뀌고, 국외에서는 대한 민국 임시 정부를 수립하고 만주, 연해주를 근거지로 무장 독립 투쟁이 전개되었으며, 미주 지역에서는 세계 여론에 일제 침략을 호소하였다.

의거를 목적으로 조직된 독립 단원들이 국내에 숨어들어, 총독부와 각지의 경찰서, 그리고 식민 통치의 경제 착취 기관인 동양 척식 주식 회사 등을 폭파, 파괴하는 의거가 잇달았다. 박재혁, 최수봉, 김상옥, 나석주 의사 등이 모두 의거를 일으켜 일본인들을 놀라게 하고, 내외의 우리 민족에게 감동을 주었다. 특히, 이봉창 의사는 토오쿄오에서 일본 천황에게, 윤봉길 의사는 상하이 훙코우 공원에서 일본군에 폭탄을 던져 많은 일본인 고관들을 살상하였다. 이 같은 의거 활동은 우리 민족의 강한 애국 정신의 발로로서, 당시 중국인에게까지 큰 감명을 주었다.

만주에서의 무장 항일 투쟁

일본군의 맹렬한 공격을 받아 국내에서 지탱하기 어려운 한말 의병들은 만주, 중국, 연해주로 이동하여 새로운 무장 투쟁의 근거지를 마련하고 전력을 가다듬었다. 그리하여, 독립군 세력은 1920년경부터 무장 독립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한⋅만 국경을 넘어 국내에의 진입 작전을 펴기도 하고, 만주 각지에서 일본군과 싸워 큰 승리를 거두기도 하였다. 홍범도 부대가 거둔 봉오동 전투, 김좌진 부대가 거둔 청산리 대첩은 우리 독립 운동사상 찬란한 빛을 남겼다. 이들 전투에서 승리한 두 부대는 뒤에 대한 독립군단으로 통합, 확대되었다.

한편, 여러 전투에서 패배한 일본군은 독립군을 토벌한다는 명목 아래, 북간도를 비롯하여 우리 동포가 살고 있는 여러 곳을 습격하여 우리 동포들을 마구 학살하였다. 일본군의 이와 같은 맹렬한 공격으로 인하여 무장 독립군의 활동이 한때 주춤하는 듯하였으나, 참의부, 정의부, 신민부 등의 무장 독립군이 생겨나면서 다시 활발해졌다.

만주에서의 무장 투쟁은, 1931년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 침략을 시작하자, 중국군과 연합하여 공동 투쟁하는 방향으로 강화되었다. 그러나, 일제의 강력한 군사력이 만주를 점령하고 만주국이라는 괴뢰 정권을 세우게 되자, 만주에서 우리 민족의 무장 독립 투쟁은 어렵게 되었다. 그리하여, 일부는 국경 지대에서 계속 투쟁하였으나, 대부분의 무장 독립군은 연해주와 중국 본토로 이동해 가며 계속 무장 투쟁을 펼 기회를 찾았다.

물산 장려 운동과 신간회 운동

3⋅1 운동 이후 국내에서의 일제의 침략 정책이 민족의 이간과 경제 착취의 강화로 굳어 가자, 독립 운동도 이에 대항하여 경제적,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추진되었다.

민족의 힘을 키울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은 산업의 육성과 진흥에서 이룩된다 하여, 민족 지도자들은 물산 장려 운동을 일으켰다. 일본 상품 배척 운동에서 비롯되어 자급 자족, 소비 절약, 국산품 애용, 금주, 단연을 내세운 이 운동은 자작회, 물산 장려회, 토산 애용 부인회 등이 주도하였으며, 국민들에게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한편, 1920년대에 소작 쟁의, 노동 쟁의가 활발히 전개되었는데, 이는 경제적 독립 운동의 하나였다. 이즈음 국내 지식층 사이에서는 항일 운동의 통합 기운이 일어 신간회가 창립되었다(1927). 신간회는 일본 경찰의 심한 감시 속에서도 당시 한국이 당면한 모든 문제에 대하여 연구, 조사하고 규탄하였다.

6⋅10 만세 운동과 광주 학생 운동

국내에서 전개된 개인 또는 특수한 조직에 의한 의거 활동과는 달리, 3⋅1 운동의 정신을 이어 학생을 중심으로 한 민중의 대규모 독립 투쟁도 거듭 벌어졌다.

3⋅1 운동의 선구가 되고 주역을 맡았던 학생들은, 3⋅1 운동 후에도 독립 투사들과 손을 잡고 강연, 연극 등을 자주 열어 민중을 계몽하는 한편, 식민지 교육에 반대하여 왔다.

그러던 중, 1926년에 대한 제국의 마지막 황제이던 순종이 돌아가자, 그 장례일을 맞이하여 학생들은 다시금 독립 운동을 일으켰는데, 이것이 6⋅10 만세 운동이다.

1929년에 광주 학생 운동이 일어나 학생과 시민들은 또 다시 거족적 항일 운동을 폈다. 광주 시내 학생들의 민족 감정과 투쟁 정신이 일시에 폭발한 것이다. 시민들까지 합세한 광주의 대규모 항일 운동은 곧 전국적인 민족 운동으로 확대되어 남으로 목포, 부산에서 북으로 신의주, 함흥에 이르기까지 항일 투쟁의 시위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그리하여, 3⋅1 운동 이후의 최대의 민족 투쟁으로 확대되었다. 이 운동은, 침략자에 대항하여 민족의 생존과 조국의 독립을 기어이 이룩해야겠다는 우리 학생들의 결심을 행동으로 보여 준 독립 투쟁의 한 모습이었다.

광복군의 활약

일제의 만주 침략으로 우리 민족은 만주에서의 독립 운동이 어려운 지경에 빠졌고, 독립군 지도자들은 점차 중국 본토와 연해주로 넘어갔다. 그러나, 일제의 침략 전쟁은 한국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민족의 광복과 독립이 촉진되는 계기가 되었다.

민족의 독립 운동을 이끌어 간 임시 정부는, 중국 정부가 충칭으로 옮겨 가자, 그들과 더불어 옮겨 가면서 정부 기구를 전시 체제로 정비하였다. 여러 독립군이 한국 광복군으로 통합되어 연합군과 협동으로 대일 항전에 나섰다. 버어마, 인도 전선에 파견되어 영국군과 함께 일본군에 대항하였으며, 조국 광복을 위한 특수 훈련이 실시되었다.

이와 같이, 우리 민족은 일제의 압제로부터의 민족 해방을 맞는 마지막 순간까지 항전을 계속하였으며, 마침내 조국의 광복을 맞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