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도 정치

18세기 영⋅정조 때에는 중흥 정치로 민생이 안정되고 문화 활동도 활발하였으나, 19세기에 들어서 순조, 헌종, 철종 3대 60여 년 간은 외척 세력에 의한 세도 정치가 이루어져, 조선 사회는 큰 혼란을 겪었다.

세도 정치란, 특정한 인물이 국왕의 신임을 얻어 국정을 맡아 왕권을 대행하는 비정상적인 정치를 말한다. 순조 때에는 김조순을 중심으로 한 안동 김씨의 세도가 활개를 쳤고, 헌종 때에는 한때 풍양 조씨가 안동 김씨의 세도를 꺾고 세도권을 잡았으나, 철종 때에 다시 안동 김씨가 세도권을 잡았다.

세도 정치 아래에서의 세도가는, 국민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세도권의 유지를 위한 정치를 하였으므로, 인사 행정이 바르지 못하고 관기가 문란해져, 관료들은 사리 사욕을 채우기에 바빴다. 이로 인하여 삼정이 점차 문란해져 갔다.

삼정이란, 국가 재정의 근본으로 운영되던 전정, 군정, 환곡을 말한다. 전정은 토지에서 받아들이는 전세, 삼수미, 대동미 및 각종 부과세를 뜻하며, 군정은 양인 정남이 바치는 군포를, 그리고 환곡은 관곡을 봄에 농가에 꾸어 주었다가 가을에 수납할 때에 약간의 이자를 붙여 받는 것을 말한다.

지방 관리들이 이와 같은 삼정을 운영하는 데에 온갖 부당한 수단으로 사리만을 추구하니, 백성들의 고통은 말이 아니었고, 국고 수입도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따라서, 조정에서는 이러한 부정을 바로잡기 위하여 암행 어사를 지방에 파견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으나, 세도 정치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바로잡기가 어려웠다.

농촌 사회

삼정의 문란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농민을 더욱 어렵게 한 것은, 세납의 의무를 지니는 농토와 호구의 감소였다. 농민들 중에는 세납의 의무를 벗어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하여 토지 대장이나 호적에서 그 적을 지워 버리거나 농촌을 떠나 버림으로써 그들이 부담해야 할 세납을 다른 농토나 호구에 대신 부과하게 되어, 날이 갈수록 고난은 더욱 심해졌다. 즉, 세납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도피하게 되면, 그 부담이 그의 친척이나 동리 사람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그 위에, 헌종, 철종 때에는 흉년과 전염병이 거듭되어 농촌 사회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와 같이 사정이 어려워지자, 유민이 많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었고, 때로는 민란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홍경래의 난

농촌 사회가 어려운 상태에서 흉년이 자주 들고 몹쓸 질병마저 유행하자, 민심이 더욱 악화되어, 마침내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고, 이어 각지에서 민란이 일어났다. 민란에는 농민만이 아니라, 세도 정치에 불만을 품은 지방 양반들도 가담하였다.

홍경래의 난은, 그릇된 세도 정치에 시달리던 농민들과 국초부터 부당한 차별 대우에 불평을 품어 오던 서북 지방민을 배경으로 하여, 몰락한 양반인 홍경래가 평안도에서 일으킨 난이다. 난군은 한때 청천강 이북의 여러 고을을 지배하였으나, 정주성 싸움에서 패하여 마침내 진압되었다(1811).

홍경래의 난은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것이 농촌 사회에 끼친 영향은 컸다. 즉, 세도 정치의 악정 아래에서 시달리던 농민과 몰락한 양반들을 크게 깨우쳐 주었다.

농민의 동요는 철종 때에 가장 심하였다. 철종 13년에 일어난 진주 민란을 시초로, 3남 지방에서는 물론, 북으로는 함흥, 남으로는 제주도에까지 파급되어, 조선 사회는 몹시 혼란하였다.

이러한 민란은, 민중의 폭동이었다기보다는 당시의 정치적 문란과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민중의 자각 운동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 때마다 관군에 의해 진압되기는 하였으나, 횟수가 거듭될수록 서민층은 세도 정치가들에게 일대 각성을 촉구하게 하였다.

천주교 박해

우리 나라의 천주교 신앙은 밖으로부터 선교사들에 의한 전교로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라, 오랜 동안에 걸친 학문적 연구를 통해 얻어진 자발적인 것이었다.

그러므로, 초기의 신자들은 학식을 가진 양반이나 중인들이 중심이었고, 교회 활동도 서울, 내포(충남), 전주 등을 중심으로 하여 전개되었다. 그 후, 교인들의 전교 노력에 의하여 교세는 점차 농촌 사회와 서민층으로 뻗어 나갔다.

그런데, 유교적 입장에서 보면, 천주교의 인간 평등과 내세 사상은 유교에 터전한 사회 질서와 예속 생활을 근본적으로 그르칠 수 있는 위험스러운 것으로 이해되어, 천주교는 박해를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19세기에 들어와서 몇 차례에 걸친 박해로 많은 신자와 최초의 한국인 신부인 김대건 등이 순교를 하였다. 그 후, 1866년부터 대규모의 박해가 수 년 간에 걸쳐 계속되는 등 많은 순교자를 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계속적인 박해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부패와 사회의 불안정으로 인해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을 새로운 종교에서 찾아보려는 민중들 사이에 계속 전파되어, 천주교의 교세는 늘어났다.

동학

사회가 혼란하고 민심이 불안한 세상에서는 인간은 종교를 찾게 된다. 당시, 불교는 산 중에 머물러 사회와 유리되어 있었고, 유교도 농민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 새로이 농촌에 파고드는 천주교는 서양에서 들어 온 종교이기 때문에 생소하기도 하였거니와, 한편 서양 세력의 동양 침략에 휘말려들 염려가 있다고 하여 경계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이러한 때, 최제우는 고래의 민간 신앙과 유⋅불⋅선 3교에 토대를 두고 인내천의 가르침을 내세워 인간의 평등을 주장하고, 서학에 반대 되는 새로운 종교로서 동학을 내세웠다.

최제우는, 외세의 침략적 접근과 천주교의 유포가 우리의 것을 그르치고 우리 사회를 위험하게 한다는 믿음에서, 우리의 것을 지키고 인간에게 구원을 주고자 동학을 창도하였다. 따라서, 동학은 단순한 신앙 운동이 아닌, 어지러운 정치와 어두운 사회를 바로잡고, 어려운 민생을 구하려는 사회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동학이 경주 지방에서 발생하여 농촌 사회로 급속히 퍼져, 그 가르침을 따르는 세력이 차차 늘어나게 되자, 당시 집권 세력은 동학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들을 속이는 무리라고 하여 박해하였으며, 마침내 최제우를 처형하였다.

동학의 교세는 교조의 순교로 한때 흩어졌으나, 제2대 교주 최시형의 노력으로 조용한 가운데 농촌 사회에서 착실하게 뿌리를 내렸으며, 각지에 접소를 설치하여 신도 조직을 갖추어 갔다.

이양선

17세기 이후 꾸준히 동양으로 접근해 오던 서양 세력은, 19세기에 접어들자 중국에 침략의 손길을 펴, 아편 전쟁과 애로우 호 사건 등을 일으켰다.

이러한 침략 세력은 우리 나라에도 밀려들었다. 최초로 우리 나라에 통상을 요구해 온 것은 영국의 상선이었다. 이어서 프랑스가 동양 함대를 파견하여 통 상을 요구해 왔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이를 모두 거절하고 쇄국을 지켰다.

또, 태평양을 건너와 동양 항로를 개척한 미국은, 무력으로 쇄국 일본의 문호를 열어 놓은 후, 우리 나라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 왔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들 서양의 함선을 색다르다는 뜻에서 이양선이라고 불렀는데, 이러한 이양선은 철종 때에 자주 우리 해안에 나타나 긴장을 자아냈다.

바다로만이 아니라 육지를 통해서도 서양 세력이 다가 왔다. 시베리아로 침략한 러시아가 연해주를 청으로부터 얻게 되자(1860), 우리 나라는 러시아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접경하게 되었다.

이제 조선은 세계사의 새로운 흐름 속에 말려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