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사변

청⋅일 전쟁 후 일본의 침투는 만주와 우리 나라에 대하여 큰 야심을 품고 있던 러시아에 불리한 것이었으므로, 러시아는 프랑스 및 독일과 공동으로 일본에 대하여 요동 반도를 청에 반환하도록 압력을 가하였다. 이 무렵, 프랑스는 러시아와 동맹 관계에 있었고, 독일은 러시아 세력을 아시아에 끌어들여 그 사이에 중동 지역으로 침투하려고 했으므로, 3국은 일본에 대한 간섭에 있어서는 이해를 같이하였다.

이 때, 일본은 청⋅일 전쟁을 갓 치러 국력이 달릴 때였으므로, 이러한 3국의 간섭을 물리치지 못해 요동 반도를 청에 돌려 주게 되었다.

이와 같이 일본이 굴복하자, 우리 나라에서는 러시아에 접근하여 일본 세력의 침투를 막아 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친러적인 인물이 정부에 등용되었다.

이렇게 되자, 일본은 우리 나라에서 약해져 가는 세력을 만회하려는 음모를 꾸몄다. 그리하여, 미우라 일본 공사는 일부 친일 정치가와 손을 잡고 자기 나 라의 불량배를 거느리고 왕궁에 침입하여, 명성 황후를 시해하는 야만적인 을미사변을 일으켰다(1895).

단발령과 의병

을미사변 후 새로이 조직된 내각은 일시 중단되었던 개혁을 계속하여 추진하였는데, 이를 을미개혁이라 한다.

이 때 실시된 개혁으로는, 양력의 사용, 종두법과 우편 제도의 실시, 단발령의 단행, 연호의 사용(1896년이 건양 원년) 등이었다.

특히, 단발령은 고종 황제가 먼저 단발을 하고 국민에게 이를 따르도록 하였으나,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더우기, 이러한 개혁 추진에는 일본의 세력이 간섭하고 있었으므로 국민의 반발은 더욱 컸다.

특히, 명성 황후의 시해에 이어 강행된 단발령은 민심을 크게 자극하여, 각지에서 일본의 침략에 반대하는 의병 운동이 일어났다. 나라와 민족을 지키려는 의병 운동은 경기, 강원 등 전국으로 확대되어 갔다. 의병들의 무력 투쟁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였으나, 민족의 의기를 선양하였고, 그 뒤에 일어나는 의병 운동의 선봉이 되었다.

아관 파천

일본에 대한 국민의 감정이 악화되고, 의병 운동이 각지에서 일어나 정치, 사회가 어지러워지자, 러시아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세력을 강화하려고 하였다. 고종 황제는 친러파와 러시아 공사 베베르의 후원을 받아 처소를 러시아 공사관으로 옮겼다. 이를 아관 파천이라 하는데, 이 때 러시아는 친러 내각을 조직하게 하여 일본 세력을 일시에 압도하였다.

아관 파천 후, 고종 황제가 약 1년간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르게 되니, 나라의 정치가 러시아에 의해 좌우되었으며, 우리 나라의 광산, 철도, 삼림 등에 대한 많은 잇권을 러시아,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의 여러 나라들한테 빼앗기게 되었다.

독립 협회

정치적 혼란과 함께 열강의 잇권 침탈로 우리 나라는 경제적으로 많은 것을 잃었으며, 또 자주 국가 활동에 큰 시련을 겪게 되었다. 이에, 애국 선각자들은 자주 독립을 목적으로 하는 구국 운동을 전개하여 국가와 민족을 수호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운동의 중심이 된 것은 독립 협회였다. 독립 협회는, 갑신정변 후 미국에 건너가 생활하면서 세계 대세의 흐름과 서구의 문화를 체험하고 귀국한 서재필을 중심으로 하여 조직되었다(1896).

독립 협회는 자강과 자주 독립을 이룩하기 위해 민중을 계몽하고, 이들을 정치 활동에 참여시켜, 온 겨레의 자주적 노력으로 자주 독립과 자유 민권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힘썼다.

그리하여, 국민의 성금을 모아, 옛날에 청의 사신을 맞이하던 영은문 자리에 독립문을 세우고 독립관을 지어, 그 곳에서 토론과 연설을 중심으로 하는 집회를 자주 열어, 국민의 자주 독립 의식을 고취하였다.

한편, 한글로 된 독립 신문을 계속 발행하여 민중을 계몽하였는데, 우리 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에게도 우리의 사정을 알리기 위하여 영문판도 함께 발행하였다. 또, 독립 협회는 외국이 우리의 잇권을 침탈하는 데 대한 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하였다.

서재필, 윤치호 등을 중심으로 한 독립 협회는, 종래의 개화 운동과는 달리, 개화 혁신과 더불어 자주⋅민권 운동을 전개하였는데, 이것은 일부 지식인만의 운동이 아닌 대중적 기반을 토대로 사회 각층에까지 파고들고자 한 근대적인 자주 독립 운동이었다.

만민 공동회

독립 협회는 보다 광범위한 민중들의 지지를 얻어 자주⋅민권⋅자강 운동을 전개하고자 만민 공동회를 조직하여, 서울의 종로에서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서, 외국에 의존하는 정치를 비판하고, 자주적 입장에서 근대적 정치를 펼 것을 정부에 요구하여 국왕의 승인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독립 협회의 활동에 위협을 느낀 일부 정치인들은 종래의 외세 의존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독립 협회를 비난하면서, 보부상을 중심으로 하여 조직된 황국 협회를 앞세워 독립 협회의 활동을 탄압하였다. 그리하여, 두 단체 사이에 대립과 충돌이 일어났는데, 정부에서는 이것을 핑계로 독립 협회를 모함하여 해산시켰다.

독립 협회는 해산당하였으나, 그 정신은 이후에도 우리 민족 운동에 영향을 끼쳤다.

대한 제국

독립 협회를 중심으로 민중들의 자주 독립 운동이 전개되고, 국왕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왕궁으로 돌아올 것을 요구하는 민중의 소리가 높아져, 고종 황제는 1년 만에 경운궁(덕수궁)으로 돌아왔다.

개항 이후 열강의 침략적인 세력에 쓰라린 경험을 당한 고종 황제는 민중의 자주 독립 운동에 힘입어, 자주 독립 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하여 국호를 대한 제국으로 고치고, 연호를 광무라고 정하여 황제의 즉위식을 거행하였다(1897).

각국으로부터 독립 국가로 승인을 받은 대한 제국은 근대 국가로서 필요한 개혁 운동을 추진하였다. 관제와 군제를 개혁하고, 신교육령에 의하여 각종 학교를 설립하였다.

그러나, 대한 제국은 독립 국가의 체제를 갖추었지만, 독립 협회 등의 요구를 받아들일 만한 근대적 정신이 부족하였다. 아울러, 당시에는 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러⋅일 등 외세의 간섭을 물리치고 근대 국가로의 발전을 이룩하여 자주 독립을 유지하려는 사명을 다할 수가 없었다.

러⋅일 전쟁

러시아는 3국 간섭으로 만주에 세력을 심는 데 성공하고, 나아가서는 우리 나라에까지 그 야심을 확대시켜 마산을 얻어 해군 기지로 사용하려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러시아와 일본의 대립이 격화되었는데, 이 무렵에 청에서 의화단의 난이 일어나자, 러시아는 동청 철도를 보호한다는 구실로 군대를 출동시켰다. 그리고, 압록강 하류의 용암포를 불법으로 점령하였다.

한편, 일본은 러시아의 진출을 막기 위하여 영국과 손을 잡고 영⋅일 동맹을 맺어 러시아에 대항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러⋅일 전쟁이 일어났다(1904). 이 전쟁에서, 일본은 만주를 공격하고 러시아 함대를 대한 해협에서 격파하였다. 얼마 후, 미국의 주선으로 포오츠머드에서 강화 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에 의하여 러시아는 우리 나라에서 물러나고 일본은 요동 반도와 사할린 남부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일본은 우리 나라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되는 등 동아시아의 정세는 큰 변화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