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발달

삶의 바탕을 농토에 둔 농민들은 여러 가지로 살 길을 강구하였다. 그들은 수리 시설을 늘리고, 황무지를 개간하여 농토를 넓히는 한편, 농사 기술을 개량해 나갔다. 모내기법, 2모작, 시비법 등의 농사 기술이 널리 보급되어 농업 생산이 크게 늘어나, 농촌 경제의 발전을 도왔다. 일부 농민들이 인삼, 담배 등의 상품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도 조선 후기부터의 일이었다. 한편, 감자나 고구마 등도 전해져서 재배되었다.

농업 생산이 늘어남에 따라 농민들 중에는 넓은 농토를 경작하는 부농이 생겨나게 되고, 이에 따라 농토를 잃은 농민이 생기게 되었다. 농토를 잃은 농민들은 대부분 머슴살이를 하거나, 농촌을 떠나 상인 또는 광산의 노동자가 되었다.

수공업의 발달

조선 전기에는 수공업 기술자들이 관청에 소속되어 국가의 통제를 받으면서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수공업품을 제조하였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이르러 수공업품에 대한 민간의 수요가 늘자, 수공업 기술자들이 점차 판매를 위한 생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나라에 강제로 징발되는 것을 기피하였기 때문에, 관영 수공업은 쇠퇴하고 민영 수공업이 발달하였다. 그리하여 도시의 수공업자들은 마침내 자유로운 생산 활동을 하게 되었고, 전문적으로 상품을 생산하기도 하였다.

정치, 사회가 안정되고 농업 생산이 늘어나면서, 수공업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특히, 대동법 실시 이후, 공인들의 상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수공업의 생산도 활기를 띠었다. 수공업자들은 공인 자본의 뒷받침을 받아, 큰 규모의 주문 생산이나 시장 판매를 위한 상품을 생산할 정도로 생산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였다. 주요 생산품으로는 유기, 나전 칠기, 자기, 종이, 모시, 죽세공품과 농기구 등이 있었다.

상업의 발달

조선 전기에는 시전 상인이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을 납품하면서 정부의 보호 아래 번영을 누렸으나, 그 밖의 상인들의 활동은 부진하였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는 농업과 수공업이 발달하면서 상업 활동도 활발히 전개되었다. 특히, 대동법이 시행됨에 따라 국가가 공인을 통해 필요한 물자를 사들이게 되자, 상업 활동은 보다 활발해졌다. 그리하여 자유 상인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시전 상인과 경쟁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시전 상인들의 불만이 컸다. 시전 상인들은 정부로부터 그들과 같은 상품을 취급하는 자유 상인들을 단속할 수 있는 금난전권을 얻어 냈다. 그런데 이것은 자유로운 상업 활동을 저해하는 것이어서 자주 말썽이 일어났다. 그리하여 정조 때에는 육의전을 제외한 모든 시전 상인들의 금난전권을 폐지하였고, 이로써 자유 상인들은 보다 활발한 활동을 통해 상권을 넓히고 자본을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15세기 후반부터 발생한 지방의 장시가 조선 후기에는 농촌 각지에서 생겨났다. 그리하여 18세기 중엽에는 정기적으로 장이 열리는 장시가 전국에 1천여 개나 되었다. 그리고 소규모로 일용 잡화를 가지고 각지로 행상하는 보부상들도 지방 장시를 돌면서 활발한 산업 활동을 폈다.

화폐와 금융

상업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물물 교환이나 쌀과 포목 등 물품 화폐를 교환 매개로 사용하는 불편한 교역 방법이 바뀌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조선 초기부터 여러 차례 유통을 시도해 왔던 동전이 조선 후기에 이르러 널리 유통, 보급되었다. 즉, 이미 인조 때에 동전을 주조하여 유통, 보급시킨 결과, 개성을 중심으로 한 인근 지방에서는 동전이 원활히 통용되었고, 17세기 말 이후로는 상평통보가 전국 각 지방에서 유통, 보급되었다. 이와 같이 동전이 널리 사용되자, 동전 주조에 필요한 원료를 공급하기 위하여 동광의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상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수공업품의 생산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 활동을 보다 편리하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업종과 금융 조직이 생겨났다. 시장에서는 중개 상인인 거간과 미곡의 되질을 해 주고 구전을 받는 감고들이 거래를 편리하게 하였다. 그리고 상업 도시에서는 도매업을 비롯하여 숙박업, 창고업, 위탁 판매업, 금융업 등을 겸하는 여각과 객주가 발달하였다.

또, 상인들의 활동 영역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자, 어음 제도도 생겨났다. 그리하여 조선 후기에는 상인의 상업 활동이 더욱 원활해졌고, 상업 자본도 발달하게 되었다.

국제 무역의 발달

국내의 상업이 발달하고, 청⋅일본과의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자연히 무역 활동도 활발해졌다. 청과는 개시 무역이라는 공무역 활동이 시작되었고, 사신이 왕래하는 기회에 상인들에 의해 후시 무역이라는 사무역 활동이 이루어졌다.

또, 우리 나라 상인들은 청의 상품을 수입하여 일본에 파는 중계 무역 활동도 하였다. 일본과의 무역 활동은 부산 초량에 설치된 왜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청과의 무역에는 개성, 평양, 의주의 상인들이 종사하였고, 일본과의 무역에는 동래의 상인이 종사하였다. 특히, 국내 상업과 국제 무역에서 송상이라고 불리는 개성 상인들의 활동이 컸다.

농촌 사회

조선 후기의 농촌 사회에는 서로 도우며 살아가기 위한 자조 조직이 발달하였는데, 향약과 두레가 그러한 조직이었다.

향약은 농촌 사회에서 자치적으로 실시되던 것이지만, 양반을 중심으로 조직된 것이어서, 자연히 농민의 이익보다는 양반 계층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비하여, 두레는 농민 중심의 농촌 자조 조직이었다. 농민들은 두레를 통하여 농사철에 서로 협조하여 농사에 힘썼고, 즐거운 때에는 여러 가지의 놀이로 함께 즐겼다.

도시의 성장

조선 후기에는 도시 사회도 변화하여 갔다. 조선 전기에는 한양을 비롯하여 행정의 중심지가 중요 도시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전주나 평양 등 감영 소재지가 지방 행정의 중심 도시로 자라났다. 또, 의주, 동래 등 국경 도시나 군사 요지가 국방상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는 이들 도시와 더불어 새로운 상업 도시가 발달하였다. 생산 활동이 활발해지고 상품 화폐 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농촌 인구가 증가하는 한편, 일부 농촌 인구가 지방의 상업 도시나 교통 요지로 모여들었다. 그리하여 강경, 원산, 대구 등이 상업 도시로 발전하였다.

조선 후기에는 농촌의 인구와 도시의 인구가 다 같이 뚜렷한 증가를 보였다. 당시의 인구 조사는 오늘날과 같이 철저하지 못하여 정확한 것은 아니었으나, 기록에 의하면 순조 초의 전국 인구는 750여만 명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