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강의 침투

갑신정변 이후, 우리 나라의 주변 정세는 매우 복잡해졌다. 즉, 청과 일본이 대립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영국 세력도 한반도 문제에 끼여들었다.

러시아는 연해주에 군항 블라디보스토크를 건설하고, 적극적으로 남하 정책을 펴 우리 나라에 그 세력을 뻗쳐 왔다.

그 무렵, 조선 정부는 청의 내정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하였으므로, 러시아의 세력은 비교적 쉽게 조선에 침투할 수 있었다.

러시아의 남하는 청⋅일 등 여러 나라가 경계하는 것이었다. 특히, 세계 여러 곳에서 러시아와 충돌하고 있던 영국은, 이를 막기 위하여 우리 나라의 거문도를 불법으로 점령하였다. 영국은 러시아가 조선의 영토를 점령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은 후에 거문도에서 물러갔다. 이처럼 조선에서 열강의 대립이 심해지자, 국내외에서 조선을 중립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였다.

일본의 경제적 침략

갑신정변으로 조선에서 청의 세력에 밀려 정치적으로 후퇴하게 된 일본은, 조선에 대한 경제적 침투에 힘을 기울였다. 청나라 상인들도 정치적 세력을 배경으로 경제적 침투를 활발히 전개하여 일본 상인과 경쟁하였다. 일본 상인들은, 영국산 면제품과 일본에서 생산되는 일용품을 우리 나라에 가져와서 비싼 값으로 팔았고, 우리 나라로부터는 쌀, 콩 등의 곡식과 금을 싼 값으로 사들여 일본으로 가져갔다. 이 때, 많은 식량이 일본으로 유출되자, 우리 나라에는 그만큼 식량이 부족해져서 값이 오르게 되었고, 농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져 갔다.

1893년의 우리 나라 해외 무역량을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대일 수출이 전체 수출액의 약 90%, 수입은 약 50%를 차지하고 있어, 경제적 침투에 있어 청국은 더 이상 일본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일본 상인들에 의한 상품의 유입으로 우리 나라의 수공업은 큰 피해를 입었다. 이 때의 수입 상품은 아직 옛 방식대로 생산하고 있는 우리 나라의 상품에 비해 우수하였으므로, 우리 나라의 수공업은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일본 상인이 들여 오는 광목은, 우리 나라 농촌의 부업으로 성행하던 삼베나 무명의 생산에 큰 타격을 주어, 농민의 수입은 줄어들었다.

일본은 어업에 있어서도 침략 행위를 해 왔다. 우수한 장비를 갖춘 일본 어선들이 우리 나라의 어장에 출어함으로써 우리 나라 어민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방곡령과 농민의 움직임

우리 나라의 농어촌 사회는 일본의 경제적 침략과 거듭되는 흉년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었다. 이에, 함경도, 황해도 등의 지방관들은 우리 나라의 곡식이 일본으로 유출되는 것을 금지하는 방곡령을 내렸다.

그러나 일본 상인들은, 방곡령을 실시한 절차상의 문제를 내세워 이의를 제기하였고, 일본 정부는 이를 트집잡아 조선 정부에 대하여 손해 배상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나라 농민들은 외국의 경제적 침략에 반감을 품게 되었으며, 적절한 정책을 세워 이를 타개하지 못하는 정부와 부패한 관리들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또, 농촌 사회에서는 일본을 배척하는 기운이 거세어졌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농민들은 내정 개혁과 외세의 배격을 요구하였고, 이들의 주장은 마침내 동학 농민 운동으로 나타났다.

동학 세력의 성장

교조 최제우가 처형된 후, 동학은 커다란 타격을 받고 자유로운 포교 활동이 금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제2대 교주인 최시형이 충청도 보은 지방을 중심으로 각지에 교단을 조직하고, 교세를 넓혔다. 그리하여 동학은 삼남 지방에서 많은 농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동학의 교세가 커지자, 교도들은 최제우의 억울한 죄명을 풀어 줄 것과, 동학 교도에 대한 탄압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들은 전라도 삼례에서 집회를 가졌고, 이어서 그 대표들이 서울에 와 대궐 앞에서 국왕에게 직접 상소를 올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에, 수만 명의 교도가 충청도 보은에 모여 교조 신원, 외세의 배척, 탐관 오리의 숙청 등을 요구하였다.

이 집회는 정부의 군대 파견과 설득으로 해산되기는 하였으나, 동학의 기세를 드높여 주었을 뿐 아니라, 삼남 일대의 농촌 사회에 커다란 자극을 주었다.

동학 농민 운동

이처럼 사회가 어수선할 때, 전라도 고부 군수 조병갑이 부정한 수단으로 재물을 거둬들이는 비행을 저질러 농민들의 원성을 샀다. 이에, 전봉준을 중심으로 하여 농민들은 이를 시정해 줄 것을 여러 차례 건의하였으나, 오히려 조병갑의 비행이 더 심해지므로 동학 교도와 농민들은 분개하여 고부 관청을 습격하기에 이르렀다(1894).

정부에서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하여 관리를 파견하여 조사하면서, 그 책임을 동학 교도들에게 돌리고, 주동자들을 잡아 가두고 처벌하려 하였다. 이에, 동학 교도와 농민들이 격분하여 다시 일어나고, 다른 지역에서도 여기에 호응함으로써 농민 봉기는 전라도 전역으로 퍼져 나가게 되었다. 동학 농민군은 부패한 정치를 바로잡아 백성을 구하고, 나라를 평안히 하자는 주장을 내걸고 일어나 각지에서 관군을 무찔렀으며, 마침내 전주까지 점령하였다.

이와 같이 동학 농민군의 세력이 커져 가자, 이를 막아 내는 데 자신을 잃은 정부는 청나라에 군대의 파견을 요청하였다. 청이 군대를 보내 오자, 일본도 군대를 파견함으로써 국내 문제에 외국이 간섭하게 되었다. 이에 동학 농민군은, 개혁을 실시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에 따라 정부측과 타협하고, 전주성에서 물러나 일단 해산하였다.

동학 농민군은 전라도 각지에 집강소라는 자치적 개혁 기구를 설치하고, 신분제의 폐지와 토지의 균등한 분배 등을 목표로 한 개혁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약속이 속히 이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일본군의 침략적 행동이 강화되자, 동학 농민군은 일본의 침략에 대항하여 다시 궐기하였다. 그러나 우세한 무기를 가진 관군과 일본군에게 공주 우금치에서 패하고, 전봉준 등의 지도자들이 사로잡힘으로써 동학 농민군의 제2차 봉기는 실패하고 말았다.

동학 농민 운동은 비록 실패로 끝났으나, 농민이 주축이 되어 외세에 대항하고, 근대 사회로 전진하는 계기를 만든 대규모의 근대 민족 운동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지니고 있다.

갑오개혁

동학 농민 운동을 계기로 정부에서도 내정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때, 일본은 청의 세력을 우리 나라에서 몰아 내고, 침략의 발판을 굳히기 위해, 청과 전쟁을 일으키는 한편, 무력으로 위협하여 우리 정부에 내정 개혁을 요구하였다.

정부에서는 김홍집을 총리 대신으로 삼고, 개혁을 실시하는 기구로 군국기무처를 설치하여 정치, 경제, 사회의 각 분야에 걸쳐 개혁을 추진하였는데, 이를 갑오개혁이라고 한다(1894). 갑오개혁에서는 정부의 조직을 의정부와 궁내부로 나누고, 의정부 아래에 8아문을 두었으며, 과거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관리 임용법을 제정하였다. 또, 조세 제도를 고쳤으며, 도량형을 통일하였고, 신분 제도를 철폐하였다. 이러한 갑오개혁의 정신은 홍범 14조에 잘 나타나 있다.

갑오개혁은 우리 나라 근대화의 계기가 되었으나, 이와 같은 갑오개혁의 추진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의 근대화가 늦어진 것은, 그 개혁이 성급하게 추진되었고, 침략의 발판을 굳히려는 일본의 간섭과 방해로 인하여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을미사변

동학 농민 운동을 계기로 청⋅일 양국의 군대가 개입하였고, 이 때 우리 나라에 대한 침략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일본은 청⋅일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은 일본측의 승리로 돌아가고, 청⋅일 양국 사이에 화의가 성립되어 시모노세키 조약이 맺어졌다. 이 조약을 맺음으로써, 일본은 우리 나라에서 침략의 기세를 더욱 높이게 되었고, 청의 요동 반도와 타이완을 할양받아, 그 세력이 커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일본의 세력 증대는, 특히 우리 나라와 만주에 대하여 야심을 품고 있던 러시아를 자극하였다. 러시아는 프랑스 및 독일과 공동으로 요동 반도를 청에 반환하도록 일본에 압력을 가하였다. 이에 일본은, 3국 간섭에 굴복하여 요동 반도를 청에 돌려 주게 되었다.

일본이 3국의 압력에 굴복하자, 우리 나라의 정계에서는 일본의 세력을 막기 위하여 러시아에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에 일본은, 그들의 세력을 만회하기 위하여, 군대를 앞세워 왕궁에 침입하여 정계의 배후에서 실력을 행사하고 있던 명성 황후를 시해하는 야만적인 을미사변을 일으켰다(1895).

을미개혁과 의병의 봉기

을미사변 후 새로이 내각이 조직되고, 그 동안 중단되었던 개혁이 계속 추진되었는데, 이를 을미개혁이라 한다. 이 때 실시된 개혁으로는, 양력의 사용, 종두법과 우편 제도의 실시, 단발령의 시행, 연호의 사용 등이 대표적인 것이었다.

을미개혁은 갑오개혁의 연장으로 추진된 개혁이었으나, 일본의 침략적 간섭이 심했으므로 국민들의 반발이 컸다.

특히, 명성 황후가 시해된 데 대해 크게 분개하고 있던 국민들은, 단발령이 공포되자 이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러한 국민들의 움직임은 일본의 침략 세력을 막아, 나라와 민족을 지키려는 항일 의병 운동으로 나타났다. 당시의 의병은 유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각지에서 일어났으며, 대표적인 의병장으로는 이소응, 유인석 등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