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권의 피탈

우리 민족은 일제의 무력적 위협 속에서 외교권을 박탈당하였고, 이어서 사법권과 경찰권마저 차례로 빼앗겼다. 마침내 1910년 8월에는 국권을 강탈당하였다.

국권의 피탈로 말미암아, 근대 국가로 발전하고 있던 한민족의 노력은 헛되게 되었고,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이룩해 온 문화 창조의 전통이 일시적이나마 훼손되었다.

민족의 시련

국권을 빼앗긴 이후, 우리 민족은 일제가 그들의 식민지 지배를 위해 설치한 조선 총독부에 의해 탄압을 받게 되었다.

조선 총독은 행정, 사법, 군사의 모든 권한을 쥐고 있었으며, 무력으로써 한민족을 탄압하기 위하여 헌병 경찰제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일반 관리에게는 물론, 교원에게까지도 제복을 입게 하고 칼을 차도록 하여, 우리 민족을 위협하고 굴복시키려 하였다.

모든 정치 활동은 금지되었고, 집회, 결사의 자유도 박탈당하였다. 또, 우리 글로 된 신문의 발행도 금지되었다. 교육에 있어서도 보통 교육과 기술 교육의 기회밖에는 주어지지 않아, 우리 민족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였다. 또, 많은 애국 지사들이 일제에 의해 체포, 투옥되었으며, 목숨을 잃기도 하였다.

토지의 수탈

우리 민족은 일제에게 정치적으로만 희생이 강요된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극심한 수탈을 당하였다.

일제는 토지를 빼앗기 위해서, 토지 소유 관계를 근대적으로 정리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농민들의 토지를 등록하게 하였다. 그런데 우리 농민들은 등록 절차가 까다롭고, 일제가 하는 일에 반발하여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등록하지 않은 토지는 모두 주인이 없는 토지로 간주되어 총독부의 소유가 되었다.

또, 종래에 왕실이나 공공 기관에 속하였던 조선 총독부의 소유가 되었고, 그 밖에 문중이나 마을의 공유지도 대부분 몰수되었다. 그리하여 전국 농토의 약 40%에 해당하는 막대한 토지가 조선 총독부에 점유되었고, 조선 총독부는 이 토지를 동양 척식 주식 회사 등 일본인 토지 회사에 불하하거나, 우리 나라에 이주해 오는 일본인들에게 헐값으로 넘겨 주었다.

이렇게 하여 우리 나라 농민들은 하루 아침에 토지를 잃고, 일본인 지주의 소작인으로 전락하여 더욱 가난해져 갔으며, 고향을 떠나 간도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업의 침탈

우리 민족은 산업 활동도 제약당하고 자원마저 빼앗겼다. 더욱이 일제에 의해 조선 은행이 세워지면서, 우리 민족은 경제 활동의 주도권마저 잃게 되었다.

또, 조선 총독부에 의해 회사령이 제정되어, 회사의 설립은 반드시 조선 총독의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한국인의 회사 설립을 막으면서 일본인의 회사 설립을 쉽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조선 총독부는 인삼, 소금 등에 전매 제도를 실시하여 큰 이득을 독차지하는 한편, 이러한 경제적 약탈과 한국인에 대한 탄압을 보다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하여 철도, 도로, 통신, 항만 등의 시설을 갖추기도 하였다.

이렇게 해서 우리 나라는 일제의 상품을 팔아 주는 상품 시장이 되고, 식량과 원료를 대 주는 공급지가 되었다. 그리하여 민족 산업은 그 발전이 억압되고 침체될 수밖에 없었다.

의병 전쟁의 지속

우리 민족의 항일 독립 운동은 일제의 무단적인 탄압 속에서도 줄기차게 계속 되었다. 무장 항쟁을 계속해 온 의병 세력은 1910년 이후 일제의 정규 부대가 계속 증강되면서 그 세력이 약화되었으나, 국내 각지에서 투쟁을 계속해 나갔다.

특히, 임병찬은 의병 조직을 대한 독립 의군부로 재편성하여 독립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시키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한민족이 일제의 통치에 항거하면서 국권 회복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려 하였다 그러나 임병찬은 체포되어 순국하고, 대한 독립 의군부도 해산되고 말았다.

결사를 통한 독립 운동

우리 민족의 독립 운동은 일제의 탄압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애국 지사들은 그들의 눈을 피하여 독립 운동 단체를 만들어 민족 운동을 계속하였다.

특히, 신민회는 교육, 산업, 문화 등 각 방면에서 독립 운동을 폈다. 일제는 이와 같은 민족 독립 운동을 탄압하기 위하여, 105인 사건 등을 꾸며 민족 지도자들을 투옥하는 등의 온갖 탄압을 다하였다. 그 후에 조직된 대한 광복회는 군대식으로 조직을 갖추고, 독립 운동에 필요한 군자금을 모금하고, 친일파를 암살하는 등의 활동을 하였다.

그 밖에, 조선 국권 회복단, 조선 국민회 등 독립 운동 단체들이 활동하였다. 특히, 조선 국권 회복단은 단군을 받들면서 국내에서의 독립 운동을 추진하고, 만주와 연해주에서 전개되는 독립 운동과 대규모의 항일 운동을 벌여 나가고자 하였다.

한편, 국내 각지에 세워진 많은 사립 학교와 야학, 강습회에서도 국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실력을 쌓기에 힘썼다.

독립 운동 기지의 건설

우리 민족의 독립 운동은 1910년을 전후하여 국내보다 국외에서 보다 활발히 전개되었다. 국내에서 일제의 무력 탄압이 격심해짐에 따라 이를 피하여 해외로 이주 또는 망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하여 한민족이 살고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크고 작은 독립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만주는 오래 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살아 온 곳으로, 특히 을사조약 이후에 민족 운동가들이 건너가면서 독립 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특히, 이 곳에서는 단군을 숭배하는 대종교가 한민족 사이에 널리 퍼져, 민족 운동의 정신적인 지주로서 그 역할이 컸다.

만주에서의 독립 운동은 교육 활동과 무장 독립군 활동, 그리고 독립 운동 기지의 건설 등으로 나타났다.

교육 활동도 활발해 이상설의 서전 서숙, 윤세복의 동창 학교 등 많은 학교가 세워졌으며, 국권 회복을 위해 민족의 실력을 쌓는 데 힘썼다.

국내에서의 활동이 어려워진 의병 부대도 만주 각지로 이동해 가 각기 부대를 재편성하여 군사를 훈련하면서 국내로 진입하여 일본군과 유격전을 펴기도 하였다. 또, 국내의 민족 지도자들이 만주로 망명하여 독립 운동 기지의 건설에 힘썼는데, 이에 앞장 선 것이 신민회였다.

신민회는 독립을 달성하기 위해 민족 실력 양성 운동을 펴는 한편, 만주에 무관 학교를 세워 독립 전쟁을 추진하려 하였다. 그리하여 자금을 모아 만주에 토지를 구입하고, 민족 지도자와 애국 청년들을 이주시켰는데, 그 중심지로서 가장 대표적인 곳이 삼원보였다. 이상룡, 이회영 등은 이 곳에 한민족의 자치 조직인 경학사, 군사 훈련 학교인 신흥 무관 학교를 세워 독립 운동을 전개하였다.

시베리아의 연해주도 어느 곳 못지않은 강력한 독립 운동의 기지로서, 이 곳에서는 교육, 언론, 계몽을 통한 독립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특히, 이상설 등은 무력 항쟁을 목적으로 대한 광복군 정부를 조직하여 정통령에 취임하고, 사관 학교를 세워 군사 훈련을 실시하였다.

해외 각지에서의 독립 운동

중국이나 미국에 거주하는 동포들도 독립 운동을 전개하였다. 중국에서는 신규식 등의 활동이 활발하였고, 신한 청년당에서는 파리 강화 회의에 대표를 파견하기도 하였다.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와 하와이를 중심으로 하여 이승만, 안창호 등의 민족 지도자가 앞장 서서 대한인 국민회 등의 단체를 조직하여 독립 운동을 전개하였다.

일본에서도 민족의 독립 운동이 전개되었다. 이 곳에서는 주로 유학생을 중심으로 하여 학우회 등의 이름을 내건 학생 단체들이 조직되었다. 이들은 때때로 강연회 등을 개최하여, 유학생들의 단결과 애국 독립 사상 고취에 힘을 기울였다. 이러한 일본 유학생들의 활약은 본국에서의 독립 운동을 크게 자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