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공화국

6⋅25 전쟁을 겪은 후, 이승만 대통령이 이끄는 제1공화국은 전후 복구와 민심 수습을 위해 노력하였고, 강력한 반공 정책을 추진하면서 북진 통일을 내세웠다.

그러나 제1공화국에서의 정치는 혼란만 되풀이할 뿐, 민주주의의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였다. 집권 여당인 자유당은 이승만 대통령의 종신 집권을 가능하게 만든 사사 오입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관권을 동원한 선거를 통하여 계속 집권하였다.

이리하여 우리 나라의 민주 정치는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고, 자유당의 독재 정치가 강화되었다. 자유당 정권은 민주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려, 그 결과 국민의 지지를 상실하게 되었다.

4⋅19 의거

1960년 3월의 정⋅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이 이끄는 자유당은 대대적인 부정 선거를 감행하여 정권을 연장시키려 하였다. 이에, 학생과 시민들은 3⋅15 부정 선거와 자유당의 독재에 항거하여 궐기하였다.

부정 선거를 규탄하는 시위는 마산에서 시작되었다. 이어서 4월 19일에 서울과 주요 도시에서 학생과 시민들은 3⋅15 부정 선거, 부정 부패, 자유당 독재 등을 규탄하는 대규모의 시위를 전개하였다.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여 사태를 수습하려 하였으나, 학생과 시민들은 부정 선거로 당선된 이승만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마침내 이승만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으며, 자유당 정권도 무너지고 말았다.

4⋅19 의거는 민주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으로서, 국민의 단합된 힘에 의하여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의거였으며, 우리 민족의 민주적 역량을 보여 준 민주화 운동이기도 하였다.

제2공화국

이승만이 이끈 자유당 정권이 4⋅19 의거로 무너지자, 과도 정부가 수립되어 사태의 수습에 나섰다. 과도 정부는 내각 책임제와 양원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헌법 개정을 단행하고 총선거를 실시하였다.

이 총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새로 구성된 국회는 민주당의 장면을 국무 총리로 선출하였다. 이로써 장면의 민주당 내각이 구성되고, 제2공화국이 성립되었다(1960).

4⋅19 의거에 의해 제2공화국이 수립되었지만, 의거 직후의 혼란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였다. 또, 국민이 기대하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지도 못하였다. 그것은, 제2공화국의 집권층이 4⋅19 의거의 민주적 이념을 적극적으로 구현하지 못하였고, 집권당의 분열로 정치적 안정도 이루지 못하였으며, 계속되는 시위로 인해 사회 혼란이 지속되었기 때문이었다.

5⋅16 군사 혁명

제2공화국의 민주당 정권은 1961년 5월 16일에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군부가 군사 혁명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함에 따라 집권 9개월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군사 혁명의 중심 인물들은 국가 재건 최고 회의를 구성하고, 2년 6개월 동안 군정을 실시하였다. 군사 정부는 반공을 국시로 내걸고, 경제 재건과 정치 안정 및 사회 기풍의 쇄신 등을 강조하였다.

군사 정부는 민주 공화당을 창당하여 민정 이양 후를 대비하고, 헌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이를 국민 투표에 의해 확정하였다. 이 헌법은 대통령 중심제와 단원제 국회를 주요 골자로 하였다.

제3공화국

군사 정부는 민정 이양의 절차를 밟아, 새 헌법에 의거하여 대통령 선거와 국회 의원 선거를 실시하였다. 군사 정부를 이끌었던 박정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국회가 구성됨으로써 제3공화국이 수립되었다(1963).

제3공화국의 민주 공화당 정부는, 군사 정부의 기본 정책을 계승하였다. 조국의 근대화를 표방한 정부는, 공업화를 우선 과제로 삼는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갔다 이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쳐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이 추진되었다.

또, 제3공화국은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전개하여 민주 우방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한편, 중립국과의 외교 관계 수립에 노력하였다. 오랫동안 숙제로 끌어 오던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여, 한⋅일 협정을 조인하였다(1965). 그리고 공산 침략을 받고 있는 베트남을 지원하기 위해 국군을 파병하였다.

경제 발전

정부는 1962년부터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거듭 추진하고, 수출의 증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였다.

그리하여 외국 자본이 도입되어 많은 공장이 건립되었고, 수출은 해마다 늘어났다. 처음에는 경공업 중심의 수출 산업을 위주로 하였으나, 점차 중화학 공업을 육성하여 우리 나라의 공업화를 추진함으로써, 획기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하였다.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이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우리 나라는 선진국으로의 발돋움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국력이 크게 신장하게 되었다. 수출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건설 회사와 근로자들은 중동 지역을 비롯하여 동남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또, 원양 어선들도 5대양을 누비며 어업 활동을 활발히 펴 나갔다.

또, 정부에서는 산업의 발달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경부 고속 도로를 비롯한 여러 고속 도로들을 건설하였다. 이에, 전국이 1일 생활권 속에 들게 되었으며, 도시와 지방 간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농어촌의 근대화와 생활 향상을 목적으로 새마을 운동을 추진하였다. 근면, 자조, 협동을 기본 정신으로 한 새마을 운동은 전국의 농어촌에서 전개되었다. 그리하여 농어민들은 소득 증대 사업과 환경 개선 작업을 벌여, 경제 자립을 추진하는 일에 적극 참여하였으며, 농촌의 생활 수준이나 소득도 점차 높아졌다.

평화 통일의 노력

6⋅25 전쟁이라는 동족 상잔의 비극을 겪은 후에도 남한과 북한의 무력 대결의 상태는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1968년 1월에는 북한이 무장 공비를 남파하여 청와대를 기습하려 하였으며, 그 해 가을에는 동해안으로 무장 공비를 침투시켰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시도는 좌절되었고, 남한의 북한에 대한 경계 태세는 강화되었다. 이와 같이 남북한의 무력 대결이나 극한적 대립의 상태는 1960년대 말까지 지속되었다.

그러나 국제 정세는 크게 변화하였다. 미국은 닉슨 독트린을 선언하여, 긴장 완화 정책을 추구하면서 중공과의 관계를 개선하였다. 이러한 국제 정세의 전환 속에서, 정부는 1970년에 남북한 사이의 선의의 경쟁을 제안하였다. 이것은 정부가 분단 현실을 인정하고, 남북한의 대결 태세를 완화하려는 노력이었다.

한편, 대한 적십자사는 1971년에 북한에 대하여 이산 가족 찾기를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을 제의하였으며, 북한 적십자사는 이 제의에 동의하였다. 그리하여 남북 대화의 새 전기가 마련되었다. 이후, 남북 적십자 회담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면서 여러 차례 개최되었다.

적십자 회담으로 협상의 길을 연 남북한 당국은 1972년에 7⋅4 남북 공동 성명을 발표하였다. 7⋅4 남북 공동 성명은 자주 통일, 평화 통일, 민족적 대단합의 평화 통일의 3대 원칙을 내세웠으며, 통일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조절 위원회의 설치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남북 적십자 회담과 남북 조절 위원회 회의는 몇 차례 개최된 후, 북한측의 일방적 대화 중단으로 결렬되고 말았다.

평화 통일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은 남북 대화가 중단된 후에도 계속되었다. 1974년, 정부는 북한에 대하여 상호 불가침 협정을 제안하였다.

1980년대에 이르러 재개된 남북 간의 대화는 부분적인 실효를 거두어, 한때 이산 가족 고향 방문단 및 예술 공연단의 교환 방문이 성사되기도 하였다(1985).

민족 교육과 민족 문화

제3공화국에서는 민족 문화의 창달과 국민 정신의 함양에도 힘썼다.

민족 주체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하여 국민 교육 헌장을 제정, 발표함으로써 민족의 나아갈 바를 밝혔다.

한편, 전통 문화의 보전 및 발전에 대한 자각이 싹터, 침체되어 있던 민족의 전통 문화를 깊이 있게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문학 활동에서는 세계 문학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한편, 우리의 것을 찾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어, 우리 문제를 소재로 다룬 작품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연극⋅영화계에서는 잊혀져 가던 우리 고유의 모습이 재조명되기 시작하였으며, 미술 활동에서는 서양화 못지않게 우리 민족 전래의 기법이 강조되어 전통적인 미술 활동이 활발해졌다

음악 활동에서도 국악이 국민들 사이에 크게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민주화의 추구

남북 대화를 통해 평화 통일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는 이른바 10월 유신을 선포하고, 제4공화국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제4공화국은 통일 주체 국민 회의가 대통령을 선출하게 하여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게 되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헌법을 개정하자는 운동과 함께 정치적 불안이 조성되자,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의 강경 정책을 실시하였으며, 그러한 가운데 10⋅26 사태가 일어났다(1979).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개헌 작업이 추진되었고, 마침내 새 헌법에 따라 전두환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제5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제5공화국은 정의 사회의 구현과 복지 사회 건설을 이념으로 내세웠으나, 여러 가지의 부정과 비리로 말미암아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이에, 국민들이 비리를 규탄하고 개헌을 요구하는 6월 민주 항쟁을 전국적으로 일으키자, 마침내 6⋅29 민주화 선언이 이루어졌다. 이를 계기로 개헌 작업이 추진되어 새로운 민주 헌법이 공포되고, 이어서 새로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하여 제6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제6공화국 정부는 민주화를 추구하면서 제24회 서울 올림픽 대회를 개최하여 국위를 높이 선양하였다. 올림픽 이후 북방 정책을 활발히 추진함으로써 동유럽의 국가 및 소련, 중국과도 긴밀히 교류하게 되었고, 통일 정책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또,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은 새 정부를 구성하여(1993), 신한국 창조를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의 사명

이제까지 우리의 역사에 대하여 공부함으로써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우리 민족은 오랜 역사를 가꾸어 오면서 우리의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이제,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 중에는 자랑하고 싶은 것도 많으나, 한편으로는 부끄러워 감추고 싶은 것도 적지 않다. 또, 이민족의 침략으로 민족이 고통을 받고, 심지어는 주권을 상실한 때마저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의 양면을 살피면서, 조상들이 남겨 준 자랑스러운 유산과 부끄러운 유산을 각각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내일의 주인공이 될 우리들은, 조상들이 수호하고 발전시켜 온 자랑스러운 역사, 찬란한 문화를 더욱 발전시킬 책임이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특히, 우리의 민족 문화가 세계 문화 속에 차지하는 위치를 바로 이해하여, 세계에 떳떳이 내놓고 자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대할 때에는, 그 수난의 역사에서 눈을 돌리기보다는 의연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역경 속에서도 결코 굽히지 않고, 삶의 터전과 민족의 얼을 지켜 온 조상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슬기를 확인해야 한다. 어두운 역사 속에서 더욱 밝은 내일의 역사를 창조하기 위한 교훈을 찾는 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바람직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역사가 있음으로 해서 오늘의 우리가 있고, 미래의 역사는 오늘의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점을 깨달을 때, 우리는 역사 앞에 숙연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되 바르게 배우고, 배운 바를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겨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리가 역사를 매우는 목적은, 단순하게 옛날의 사건을 암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를 배움으로써 현재의 사회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나아가 보다 나은 미래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까지 학습한 민족사의 발전 모습을 통하여 우리의 나아갈 길을 찾고, 그를 위하여 실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새로운 역사의 창조를 위하여 할 일 중에서 가장 긴급하고 또 중요한 것은, 국토의 통일, 민족의 통일이다. 우리 민족은 본래 한 핏줄로 이어져 내려온 단일 민족으로서, 하나의 국가를 이룩하고, 하나의 문화를 발전시켜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는 국토가 분단되어 남북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국토의 분단, 민족의 분단은 우리 민족 최대의 불행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북 통일을 빠른 시일 안에 성취시켜야 하겠다.

다음, 우리는 우리의 고유 문화 전통을 창조적으로 이어가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오랜 역사 속에서 고유 문화를 가꾸고 이를 잘 발전시켜 왔다. 찬란한 민족 문화, 뛰어난 과학 기술 등은 지금도 우리에게 그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근래에 우리 주변에서는 서양 문화를 떠받들고, 우리의 고유 문화를 경시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서양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일 자체는 나무랄 이유가 없다. 문화 교류는 오히려 민족 문화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한 나라의 문화는 고유한 전통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그 위에 밖으로부터 외래 문화가 신선한 자극으로 전해져 올 때 더욱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는 이러한 깨달음에 힘입어, 우리의 현실을 바로 인식하고, 우리의 나아갈 바를 찾아야 할 것이다. 오늘의 대한 민국은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이 보여 준 뛰어난 역량과 문화 민족으로서의 긍지가 이룩해 놓은 결실이라는 점을 이해하여, 오늘의 우리 역사를 사랑하고 내일의 새 역사를 창조하는 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