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의 정세

1860년을 전후한 시기에 조선 왕조는 안팎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안으로는 60여 년 간 계속되어 온 세도 정치로 인하여 왕권이 약화되고 정치의 기강이 무너졌으며, 삼정의 문란으로 농민들의 반발이 더욱 커져 각지에서 농민 봉기가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이 무렵에 창시된 동학은 현실에 불만을 품고 새로운 사회를 기대하고 있던 농민들에게 크게 환영을 받아 급속히 퍼져 나갔다. 또, 천주교도 국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널리 전파되었다.

한편, 밖으로는 서양 여러 나라의 선박이 우리 나라 연해에 자주 다가와 통상을 요구하며 위협하였다. 이 때 중국에서 서양의 침략으로 베이징이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며, 연해주를 차지한 러시아 인들이 두만강을 넘나들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백성들은 서양의 침략에 대하여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백성들은 나라의 정치가 바로잡혀 농민들이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였다.

흥선 대원군의 개혁 정치

나라 안팎이 어수선할 때 고종이 어린 나이로 즉위하였다. 이에 그의 아버지인 흥선군 이하응이 대원군이 되어 정치의 실권을 잡았다. 그는 나라의 정치를 바로잡고자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였다.

먼저 오랫동안 세도를 부리던 안동 김씨 세력을 밀어 내고, 당파와 문벌을 가리지 않고 능력에 따라 인재를 등용하였다. 또, 관제를 개혁하여 비변사의 기능을 축소시키고, 의정부의 기능을 강화하였다. 그리고 통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대전회통 등의 법전을 편찬하였다.

뿐만 아니라 삼정의 문란을 시정하기 위한 개혁 정책도 과감히 추진하였다. 먼저, 양반에게도 군포를 납부하도록 하는 호포제를 실시하고, 환곡제를 개혁하여 농민의 부담을 덜어 주었다. 또, 나라의 재정을 축낼 뿐 아니라 농민을 괴롭혀 오던 서원을 대폭 정리하였다. 그리고 규율을 엄하게 하여 관리들의 부정과 불법을 무겁게 다스리는 한편, 검소한 생활을 강조하는 등 사회 분위기를 새롭게 하려고 하였다.

흥선 대원군이 힘써 추진한 일 가운데 하나는 경복궁의 중건이었다.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불타 버린 후 그 자리만이 황폐하게 남아 있었다. 이는 왕실의 체면을 깎는 일이었으므로, 경복궁의 중건은 왕실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었다.

흥선 대원군의 개혁 정치로 그 동안 쌓여 온 많은 폐단이 줄었으며, 나라의 재정이 크게 늘어났고 백성들의 불만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개혁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잃게 된 일부 양반들은 불만을 가졌고, 백성들도 경복궁 중건을 위한 부역 동원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았다.

병인양요

조선 정부는 서양 각국의 계속되는 통상 요구를 침략의 위협으로 보고 이에 응하지 않았다.

러시아 인들은 흥선 대원군이 집권하기 전부터 빈번히 국경을 넘나들고 있었다. 이에, 서양의 침략을 걱정하던 조선에서는 이를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대원군은 당시 국내에서 비밀리에 활동하던 프랑스 선교사를 통하여 프랑스의 힘을 빌려 러시아 세력을 막아 보려 하였다.

그러나 프랑스와의 교섭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천주교에 대한 반대의 기운이 높아지자 대원군은 천주교를 탄압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9명의 프랑스 선교사들과 수많은 천주교도들이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프랑스는 이를 구실로 삼아 조선과의 교섭을 위하여 강화도에 침입하여 왔다. 조선 정부에서는 프랑스 군인들이 한강을 거슬러 서울로 침공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각지의 포수를 뽑아 경비를 강화하였다.

한때 강화성이 프랑스 군에게 점령당하였으나, 정족산성을 지키던 양헌수 부대가 이를 물리쳤다. 이를 병인양요라고 한다(1866).

프랑스 군대가 물러간 뒤에, 독일인 오페르트가 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무덤을 도굴하려다가 실패하고 달아난 사건이 일어났다. 이로 인하여, 서양인을 배척하는 기운이 더욱 높아지게 되었으며, 정부에서도 서양과의 교섭을 반대하는 주장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신미양요와 척화비

병인양요가 일어나기 직전에 미국의 상선 제너럴 셔먼 호가 통상을 요구하면서 대동강으로 거슬러 들어와 소란을 피우자, 평양 군민들이 이를 불태워 버린 사건이 있었다. 후에 이 사실을 안 미국은 그들의 아시아 함대를 동원하여 강화도에 침입하여 왔다.

조선 정부에서는 프랑스 군을 격퇴한 이후 강화도의 경비를 튼튼히 하고 있었던 때라, 어재연 등이 이끈 조선군은 광성진을 공격해 온 미군과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광성진을 일시 점령하였던 미군은, 조선 군민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물러갔다. 이를 신미양요라고 한다(1871).

조선 정부는 두 차례에 걸친 서양의 침입을 막아 내면서 천주교를 계속 탄압하였고, 각지에 척화비를 세웠다. 그것은,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였을 때 싸우지 않음은 곧 화의하는 것이요, 화의를 주장함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서양과의 교섭을 반대하는 조선 정부의 대외 정책은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새로운 국가 체제를 갖추고 그들의 세력을 넓히고자 교섭을 요청해 왔으나, 조선 정부는 이를 거절하였다. 이는 일본과 수교하면 서양의 침입이 뒤따를 것을 내다보았기 때문이었다.

서양 및 일본의 통상 요구를 거부한 조선의 대외 정책은 외세 침략의 위협을 막기 위한 자주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외 정책으로 인하여, 우리 나라가 서양의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시기가 그만큼 늦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