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조약

흥선 대원군이 집권한 지 10년 만에 물러나고 왕비를 중심으로 한 민씨 세력이 집권하면서 대외 정책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일본은 흥선 대원군이 물러나자 적극적으로 조선에 접근해 왔다.

마침내 일본은 운요호 사건을 일으키고, 이를 구실로 삼아 통상 조약의 체결을 강요하였다. 당시 조선측에서는 일본과의 조약 체결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박규수 등의 주장으로 결국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였다(1876).

강화도 조약은 우리 나라 최초의 근대적 조약이었으나, 치외 법권의 인정 등 조선에 불리한 내용으로 된 불평등 조약이었다. 이를 계기로 하여 부산, 원산, 인천의 세 항구를 개항하였으며, 일본은 서울에 공사관을 설치하고, 조선에 그 세력을 침투시키기 시작하였다.

강화도 조약 이후 서양 여러 나라들과도 조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특히, 러시아 세력을 막기 위해서 미국과 수교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나, 서양 여러 나라 가운데서 최초로 미국과 조약을 체결하게 되었으며(1882), 이어서 영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 등의 나라들과 차례로 조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이들 나라와의 조약도 모두 불평등 조약이었다.

개화 사상의 보급

흥선 대원군의 집권을 전후하여 조선의 일부 학자들은 중국에서 들여 온 서양 문물을 소개한 서적들을 읽고 서양에 대해 비교적 많은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들은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호를 열어 서양과 통상을 해야 하며, 서양의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이들 가운데 중국에 자주 왕래하던 오경석과 정부의 고관인 박규수 등이 대표적이었는데, 이들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김옥균, 박영효 등이었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개화 사상이라고 한다. 개화 사상은 새로운 문물을 들여 오고 제도를 고쳐서 나라를 부강하게 하기 위한 개화 정책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

개화 정책의 추진

강화도 조약이 체결된 뒤 조선 정부는 개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먼저, 김기수와 김홍집은 일본에 수신사로 가서 일본의 발전된 여러 모습을 살펴보고 돌아와 국왕에게 보고하였으며, 젊은 관리들로 구성된 신사 유람단은 일본의 재정, 군사, 교육 등 여러 제도를 살피고 왔다. 또, 영선사 김윤식이 이끈 청년 유학생들은 청의 톈진으로 가서 근대적인 무기 제조법과 군사 훈련법 등 새로운 기술을 배워 왔다.

한편, 이와 같이 근대적인 새로운 문물을 적극적으로 들여 오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였다. 그리하여 정부는 통리기무아문이라는 기구를 새로 설치하였다. 통리기무아문은 우리 나라 최초의 근대적인 행정 기구였다.

또, 다른 나라와 떳떳하게 상대하려면 군사력이 강해야 하였으므로 신식 군대를 조직하였는데, 이를 별기군이라 하였다. 별기군은 일본에서 들여 온 무기를 가지고 일본인 교관으로부터 신식 군사 훈련을 받았다.

위정 척사 운동

개화 사상이 보급되고 정부의 개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유학자를 중심으로 하여 이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를 위정 척사 운동이라고 한다.

일찍이 프랑스의 강화도 침입이 있을 당시에 기정진, 이항로 등은 서양과의 통상을 반대하는 척사론을 주장하여 흥선 대원군의 대외 정책을 지지하기도 하였다. 또, 강화도 조약이 체결될 때에는 최익현 등이 일본과의 수교와 통상을 강력하게 반대하였다.

그런데 정부의 개화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위정 척사 운동도 치열하게 전개되어, 전국적으로 유학자들이 상소를 올려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였다.

위정 척사 운동은 당시 새로운 사회로 발전하고 있는 시대적인 상황에 어긋나는 점이 없지 않았지만, 그 바탕에는 민족 의식과 함께 우리 전통 문화의 우수함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깔려 있었다.

임오군란

정부의 개화 정책에 특히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구식 군인들이었다. 이들은 새로 설치된 별기군보다 낮은 대우를 받는 것과 우리 나라 사람이 아닌 일본인 교관이 별기군을 훈련시키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였다.

그러던 중에 구식 군인들은 오랫동안 밀린 급료의 일부로 받은 쌀에 모래가 섞여 있자 쌓였던 불만을 터뜨렸다. 성난 군인들은 평소에 미워하던 정부의 고관을 죽이고, 일본 공사관을 습격하였으며, 일본인 교관을 살해하였다. 이 사건을 임오군란이라 한다(1882).

이를 계기로 흥선 대원군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흥선 대원군은 그 동안 정부가 실시한 개화 정책을 무효로 하고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 놓았다. 그러나 청의 간섭으로 홍선 대원군이 물러나고 민씨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이에 청은 서울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조선의 내정을 간섭하기 시작하였다.

한편, 일본은 군란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조선 정부에 배상을 강요하여 두 나라 사이에 제물포 조약이 체결되었다. 이 때 박영효가 일본에 사절로 가면서 처음으로 태극기를 사용하였다.

갑신정변

임오군란 후, 조선은 청의 내정 간섭을 받게 되었고, 집권한 민씨 세력은 개화 정책에 소극적이어서 근대적 개혁이 제대로 진행될 수가 없었다. 이에 적극적으로 개화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개화당이 형성되어 두 세력 사이에는 대립이 생기게 되었다.

개화당의 중심 인물은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등이었다. 이들은 일본을 왕래하면서 그들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우리 나라도 개혁을 추진하여 근대 국가를 이룩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마침 홍영식이 우정국 총판으로 임명되자, 이들은 우정국의 개국 축하연을 이용하여 정변을 일으켰다. 이를 갑신정변이라고 한다(1884).

그들은 새 정부를 구성하고 개혁 정치를 추진하였다. 그 내용은 정치, 사회, 경제 등 여러 제도를 개혁하여 근대 국가로 발전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개혁 운동은 청군이 개입함으로써 3일 만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갑신정변이 실패한 이유는, 개화당 인물들이 일을 너무 급하게 진행시켜 준비가 소홀했으며, 개화당의 개혁 정치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이해가 깊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