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 계몽 운동

외세의 침략이 거세어지면서, 민족의 위기를 국민들의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의식이 높아졌다. 그리하여 교육과 산업을 발전시켜 부국 강병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걸고, 개화된 지식인들이 앞장 서서 국민들을 계몽하는 애국 계몽 운동을 펴 나갔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치 활동, 교육 활동, 언론 활동, 학문 활동, 종교 활동, 경제 활동 등 각 분야에 걸쳐 나타났다. 이 가운데 특히 교육 활동은 국민의 애국심을 기르고 민족 정신을 높일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라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민족 교육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정치⋅사회 단체의 활동

독립 협회가 해산된 후, 정치 단체로서 가장 먼저 조직된 것은 보안회였다. 보안회는 러⋅일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에 일본이 대한 제국 정부에 황무지 개척권을 강요하자, 이를 반대하는 국민의 여론을 일으키는 데에 앞장 섰다. 결국 일본은 황무지 개척권을 포기하였지만, 보안회도 일본의 강압에 의하여 해산되었다.

보안회가 해산되자, 과거에 독립 협회에서 활동하던 인사들이 모여 헌정 연구회를 조직하고, 일본의 침략에 대항하면서 입헌 의회 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근대적인 정치 제도의 마련을 주장하였다.

을사조약이 강요되고 통감부에 의해 한국인의 정치 활동이 금지되자, 헌정 연구회의 중심 인물들은 새로이 대한 자강회를 조직하였다. 헤이그 특사 사건을 문제삼아 일본이 고종의 퇴위를 강요하자, 대한 자강회는 이를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통감부의 억압이 날로 심해져, 겉으로 드러나는 정치⋅사회 단체들의 활동이 어려워졌다. 이에 안창호, 이승훈, 양기탁 등은 비밀 단체로 신민회를 조직하였다(1907). 신민회는 외세의 침략에 대항하여 그 활동 목표를 민족의 자주 독립을 확립할 수 있는 국민의 역량을 기르는 데 두었다. 특히, 민족 교육의 추진, 민족 산업의 육성, 민족 문화의 계발에 활동의 중점을 두었다. 그리하여 신민회 회원들은 대성 학교와 오산 학교를 설립하였고, 자기 회사와 태극 서관을 운영하였다. 한편, 민족의 독립 역량을 기르기 위해, 일제의 감시가 아직 미치지 못하는 만주 등지에 독립 운동 기지를 건설하였다.

민족 신문의 간행

근대 사회와 문화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것 중의 하나는 신문이었다. 우리 나라 최초의 근대적 신문인 한성 순보는 관보의 성격을 띠었으며, 열흘에 한 번씩 발행되었다.

최초로 민간에서 간행한 신문은 독립 신문이었다. 서재필이 한글과 영문으로 간행한 독립 신문은 국민을 계몽하고 자주 정신을 일깨우는 데에 큰 공헌을 하였으며, 우리 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들에게 나라의 소식을 전해 주는 일도 하였다.

그 후 창간된 황성 신문은 한글과 한문을 섞어 간행되었으며, 애국적인 논설과 국민들의 애국 활동에 관한 소식을 많이 실어 민족 정신을 고취시키는 데 주력하였다. 특히, 황성 신문은 을사조약의 내용이 발표되자,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는 논설을 실어 일본의 침략을 규탄하는 데 앞장 섰다. 제국 신문은 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여 간행되었는데, 한글을 많이 사용하였으며, 국민 계몽과 민족 정신의 고취를 위한 논설과 기사를 실었다.

이들 신문보다 조금 뒤에 간행된 대한 매일 신보는 양기탁과 영국인 베델이 발행인으로 참여하였다. 이 신문은 언론에 대한 통감부의 심한 간섭 속에서도 일본의 침략에 반대하는 논설을 실었으며, 의병 활동 등 민족 운동에 관한 기사를 많이 실어 민족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

근대 학교와 민족 교육 운동

근대 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교육 제도가 도입되었다.

개화 운동이 진행되면서 정부는 영어 강습 기관인 동문학을 세우고, 함경도 덕원의 주민들은 원산 학사를 세워 자제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외국어를 가르침으로써 우리 나라 근대 교육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 후 정부에서는 육영 공원을 세우고, 주로 양반 자제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외국어를 가르쳤다. 한편, 외국인 선교사들은 배재 학당, 이화 학당 등을 세워 신학문과 서양 문물 및 영어 등을 가르쳤다.

갑오개혁 이후 정부에서는 교육 입국 조서를 발표하여 교육의 중요성을 널리 알린 후에, 사범 학교, 외국어 학교, 소학교 등을 차례로 세워 인재의 양성에 힘을 기울였다.

국민들 사이에 민족의 자주 독립과 민권의 확립을 이룩하는 데에는 교육이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확산되어 갔다. 교육을 통하여 민족 정신과 민족 의식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침략이 거세어지면서 나라를 지키는 길은 교육이라는 자각이 확산되어, 민족 지도자들은 많은 학교를 세워 구국 교육 운동을 추진해 나갔다.

1905년 이후 보성, 양정 등을 비롯한 수많은 학교가 세워져, 1910년 무렵에는 전국의 학교 수가 5000여 개나 되었다.

국어⋅국사의 연구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는 민족 의식이 높아지면서 국어와 국사의 연구가 활발해졌다. 또, 민족 교육이 전개되는 과정에서도 국어와 국사 교육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에 한글이 널리 사용되었던 것은 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자부심이 강하였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미 갑오개혁 때 공문서에 한글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독립 신문도 한글로 간행되었다. 크리스트 교의 성경과 찬송가 등도 한글로 쓰여져 한글이 보급되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한글의 보급과 더불어 한글 연구를 위한 국문 연구소가 설립되었으며, 주시경의 국어 문법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문법책이 나와 국어의 연구에 이바지하였다.

국사 연구에는 박은식, 신채호 등의 활동이 두드러졌으며, 이들은 민족의 자주와 전통을 확립하려는 민족주의 사학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한편, 이순신이나 을지문덕, 강감찬, 최영 등과 같이 외적을 물리친 민족 영웅의 전기가 많이 쓰여져, 학교에서 이를 교과서로 사용하였으며 일반인들도 널리 읽었다.

세계사에 관한 책들도 편찬되었다. 미국 독립사, 월남 망국사, 이태리 건국 삼걸전 등이 대표적인 것으로, 외국의 간섭에서 독립을 하거나 나라를 발전시킨 경우, 또는 외세의 침략으로 나라를 잃은 경우를 소개하여 스스로 교훈을 얻으려 하였다.

신문학의 등장

문학에서의 변화는 순 한글을 사용하여 언문 일치의 문장으로 쓰여진 신소설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그 내용은 옛날의 관습을 비판하고 신지식을 소개하는 등 계몽적인 성격이 강하였다. 유길준은 새로운 문체로 서유견문을 지어 서양의 문물을 소개하였다.

신소설의 작가로는 혈의 누, 귀의 성, 치악산 등의 작품을 쓴 이인직이 대표적이며, 이해조와 최찬식 등도 활동하였다. 한편, 종래의 정형시 양식에서 벗어난 신체시가 나왔는데, 최남선이 그 선구를 이루었다.

종교 활동

동학 농민 운동이 실패한 후 커다란 타격을 받았던 동학은, 일본의 침략이 심해지자 이에 대항하기 위하여 그 세력을 다시 키워 갔다. 손병희를 중심으로 조직을 가다듬은 동학은 이름을 천도교로 바꾸고 교세를 키워 가면서 민족 운동을 펴 나갔다.

나철이 일으킨 대종교는 단군 신앙을 발전시킨 것으로 민족적 성격이 강하였다. 특히, 간도와 연해주 등지의 한인 사회에서는 정신적 지주로서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

오랫동안 박해를 받아 오던 천주교는 신앙 활동이 자유로워졌으며, 개항 이후에 새로 들어온 개신교도 전국 곳곳에 교회를 짓고 교세를 키워 나갔다.

국채 보상 운동

애국 계몽 운동이 전개되면서 국민들은 일본의 간섭을 막기 위하여 일본에 진 빚을 국민의 힘으로 갚자는 운동을 일으켰다(1907). 그리하여 국채 보상 기성회가 조직되어 대구를 중심으로 전국 각 지방으로 퍼져 나갔다. 국민들은 담배와 술을 끊고 반지와 비녀 등을 내어 성금을 모았으며, 여러 단체와 언론 기관이 모금 운동을 벌였다.

이 운동은 경제적인 자주성을 찾으려는 민족 운동의 성격을 띠고 전개되었으나, 통감부의 방해로 실패하고 말았다.

근대 문물의 수용

개항 이후 서양의 근대 과학 문명이 수용되고 계속적인 개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여러 가지 근대적인 시설이 갖추어졌다.

통신 시설로는 먼저 우정국이 설치되어 근대적인 우편 업무가 실시되었다. 그러나 갑신정변으로 일시 중단되었다가, 그 후 다시 실시되어 만국 우편 연합에도 가입하였다.

전신 시설은 정치와 군사적인 필요성에서 먼저 서울과 인천, 서울과 의주 사이에 가설되었고, 곧 서울과 부산 사이에도 가설되었다. 그리고 전보 총국이 설치되어 전보를 취급하였다. 전화는 궁중에서 처음 사용되었고, 그 뒤 서울과 인천 사이에도 가설되었다.

근대적인 교통⋅운수 시설로 전차가 서울에서 운행되었고, 우리 나라 최초의 철도로 서울과 인천 사이에 경인선이 개통되었으며, 러⋅일 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일본의 침략과 관련하여 경부선과 경의선이 개통되었다.

한편, 근대적 의료 시설도 갖추어졌다.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서양 의술을 선보인 사람은 미국인 알렌이었으며, 그는 정부에서 최초로 세운 서양식 병원인 광혜원을 운영하였다. 개신교에서 세운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의료 활동과 의학 교육을 실시하였다. 정부에서는 각 도에 자혜 의원을 세웠고, 서울에는 대한 의원을 세워 의료 요원을 양성하기도 하였다. 지석영은 종두법을 연구하고 보급시켜 국민 보건에 큰 공헌을 하였다.

근대적 문화 시설로는 서울에 원각사가 세워져 신극이 공연되었으며, 독립문과 덕수궁의 석조전 등 서양식 건물들도 세워졌다.

이와 같은 근대적 문화 시설과 문물의 수용으로 국민들의 생활이 크게 변화하여 갔다.

경제 활동

경제 분야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그 새로운 모습의 하나가 민간인에 의한 근대 산업 활동이다.

개항 이후, 개항장에 외국 상인들이 드나들게 되자, 이들과 접촉하면서 개항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상업 활동을 하는 도매 상인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외국 상인, 특히 일본 상인의 침투에 대항하여 대동 상회와 같은 회사를 조직하기도 하였다.

상인 단체도 조직되어 개항장에서 일본 상인들의 불법 행위에 대항하는 한편, 우리 나라 상인들끼리 국내외의 경제 동향에 대한 정보 교환 활동도 하였다.

공업 분야에서도 근대적인 시설과 기구가 갖추어졌다. 근대 무기를 만드는 기기창, 화폐를 발행하는 전환국, 출판물을 인쇄하는 박문국, 옷감을 짜는 직조창, 광산 개발을 위한 광무국 등이 설치되었다. 이들 기구들은 정부에 의해 운영되었는데, 대한 제국이 수립된 이후로는 민간 기업인들도 근대 공업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였으며,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였다. 또, 그들은 대한 직조 공장 등을 세워 일본 상품과 경쟁하였다.

해운업에서도 근대적인 시설이 갖추어졌다. 일본 상선이 그 지배권을 넓혀 가자, 정부에서는 전운국, 이운사 등을 설치하고, 국내 기업들도 해운 회사를 설립하여 자주적인 해운업의 성장을 꾀하였다.

한편, 일본 금융 기관의 침투에 대항하여, 민족 자본에 의한 한성 은행, 천일 은행 등이 설립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민족 자본에 의한 상공업의 활동은 그 자본이나 운영면에서 일본인에 비하여 미약하였으므로, 상공인들이 일본의 경제 침략에 맞서 민족 산업을 육성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