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辛丑)
신라의 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김후직(金后稷)의 묘에서 곧 돌아왔다. 김후직이 일찍이 왕이 사냥을 좋아하지 말라고 간하였는데, 왕이 듣지 않자, 죽음에 임박하여 아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임금의 과오를 바로잡지 못하였으니 내가 죽으면 임금께서 사냥하러 다니는 길 옆에 묻어라.”고 하니 그 아들이 그렇게 하였다. 다른 날 왕이 사냥을 나가는데 홀연히 길에서 소리가 들려오는데 “왕은 가지 마소서.” 하였다. 왕이 좌우를 돌아보며 물으니 종자(從者)가 말하기를, “소리가 후직의 무덤에서 나왔습니다.” 하고는 후직의 유언으로 간하였다. 왕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기를, “살아서 간하더니 죽어서도 잊지 않는구나. 나를 사랑함이 깊도다.” 하고는 마침내 다시는 사냥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