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辛卯)
왕이 고려 왕과 더불어 서로 만나기를 청하였다. 임해전(臨海殿)에서 연회할 때 술이 취하자 왕이 말하기를, “소국이 변변치 못하여 견훤(甄萱)의 공격을 받아 망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하고는 눈물을 흘렸다. 고려 왕 또한 눈물을 흘리며 위로하였다. 고려 왕이 처음 도착한 이래 군대가 질서 있게 행동하여 추호도 도성 사람들을 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녀가 손을 들고 서로 기뻐하며 말하기를, “옛날 견훤이 왔을 때에는 승냥이나 호랑이 같더니 지금 왕공(王公)이 오니 부모를 보는 것 같다.”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