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국사 교과서
  • 개화기 및 대한제국기
  • 조선역사 중
  • 고려기(高麗紀)
  • 명종(明宗)
  • 기원전 196년

기원전 196년

병진(丙辰)

장군(將軍) 최충헌(崔忠獻)의 아우 최충수(崔忠粹)가 집비둘기를 일찍이 이의민(李義旼)의 아들 이지영(李至榮)에게 빼앗겼다. 최충수가 최충헌에게 말하기를, “이의민은 실로 나라의 적입니다. 죽여 버리고자 하는데 어떻습니까?”라고 하자, 최충헌이 어렵다고 하였다. 최충수가 “내 뜻은 이미 결정되었으니 그만둘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최충헌이 이에 받아들였다.

마침 왕이 보제사(普濟寺)에 행차하는데 이의민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따라가지 않고 몰래 별장에 갔다. 최충헌과 최충수, 그리고 생질 박진재(朴晉材) 등이 소매 속에 칼을 숨기고 이의민이 돌아가려고 문으로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최충헌이 바로 앞에서 목을 베어 거리에 효시하였더니 놀라 떠드는 소리가 도읍을 진동하였다. 왕이 재촉하여 궁궐에 돌아왔는데, 최충헌 등이 병사를 이끌고 대궐에 이르러 적신(賊臣)을 죽였다고 보고하자 왕이 위로하고 달래었다. 이어 대장군(大將軍) 이경유(李景儒) 등과 함께 흩어져 나머지 무리를 체포할 것을 청하니 이의민의 삼족을 처단하였다.

이 때 어떤 사람이 고하기를 “상장군(上將軍) 길인(吉仁) 등이 군사를 일으킨다.”라고 하고, 또 “이경유 등이 다른 음모가 있다.”라고 하자, 최충헌이 모인 자리에서 이경유를 베었다. 길인이 변고를 듣고는 무기고를 나가 무기를 금군(禁軍)에게 주고 무리를 이끌고 시가로 나아갔다. 최충헌이 맞이하여 싸우는데 길인의 무리가 크게 무너져 궁궐로 들어갔다. 최충헌 등이 병사를 풀어 함부로 들어와 만나는대로 모두 살해하자 왕의 측근이 모두 흩어져 도망갔다. 오직 소군(小君)과 궁희(宮姬) 몇 사람만 시중들고, 길인은 북산(北山)으로 달아나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었다. 최충헌이 참지정(參知政) 이인성(李仁成) 등 36인을 잡아 모두 살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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