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辛亥)
신돈(辛旽)이 총애를 믿고 사나운 짓을 함부로 하여 세가 대족(世家大族)을 주살하는 것이 거의 극에 달했다. 신돈이 권세가 대단하자 왕이 꺼려할 것을 두려워하여 마침내 반역을 꾀하였으므로, 왕이 명하여 유배보냈다. 대간(臺諫)이 상소하여 쟁론(爭論)하므로 이에 처형하였다.
○ 모니노(牟尼奴)를 불러 태후전(太后殿)에 들였다. 모니노는 곧 신돈의 비첩 반야(般若)가 낳았다. 신돈이 죽자 왕이 모니노를 불러 태후전에 들이고, 시중(侍中) 이인임(李仁任)에게 말하기를, “원자(元子)가 있으니 내가 걱정할 것이 없다.”라고 하였다. 일찍이 왕이 미행하여 신돈의 집에 갔었다. 신돈이 그 아이를 가리키며 말하기를, “원컨대 전하께서 양자로 삼으시어 대를 이으소서.” 하니, 왕이 웃으며 답하지 않았으나 마음으로는 허락하였다. 이때에 이르러 불러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