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일성왕 12년 ○ 고구려 태조왕 93년 ○ 백제 개루왕 19년】

고구려 왕이 수성(遂成)에게 선위(禪位)하니 곧 차대왕(次大王)이다. 【이름은 수성이고, 태조태왕의 아우이다.】 재위는 19년이다.

○ 처음 수성이 좌우 측근들에게 말하기를, “왕이 늙고 내 나이 또한 많으니 살 날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나를 위하여 도모해 주기 바란다.” 하자, 측근이 모두 말하기를,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하였다. 좌보(左輔) 고복장(高福章)이 왕에게 말하기를, “수성이 배반하려고 합니다. 청컨대 그를 죽이십시오.”라고 하였으나, 왕이 믿지 않았다. 이때에 이르러 왕이 수성에게 선위하려 하니 고복장이 왕에게 말하기를, “수성은 잔인하여 어질지 못합니다. 오늘 대왕의 선위를 받으면 내일 대왕의 자손들을 해칠 것입니다.”라고 하였으나, 왕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수성에게 선위하고 별궁으로 물러나 지내며 태조태왕(太祖太王)이라 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