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벌휴왕 12년 ○ 고구려 고국천왕 17년 ○ 백제 초고왕 30년】

신라 왕이 훙하였다. 【왕은 풍운(風雲)을 점쳐 보고 수해와 가뭄, 풍년과 흉년에 대해 미리 알아냈다. 또 사람됨이 그른지 올바른지를 알아보니 사람들이 성인이라 하였다.】

손자 나해(내해, 奈解)가 즉위하였다. 【태자가 일찍 죽고 태손(太孫) 조분(助賁)은 나이가 어렸다. 서손(庶孫) 나해[내해]가 조금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옹립하였다.】 곧 나해왕[내해왕]이다. 【이매(伊買)의 아들이요 벌휴왕의 손자이다.】 재위는 34년이다.

○ 고구려 왕이 훙하였다. 후사가 없으므로 왕후 우씨(于氏)가 임금의 유명(遺命)이라고 속이고 왕의 아우 연우(延優)를 옹립하니 곧 산상왕(山上王)이다. 【이름은 연우이고, 고국천왕의 동생이다.】 재위는 31년이다.

○ 처음 왕이 훙하자, 왕후가 비밀에 부쳐 상(喪)을 발표하지 않았다. 밤중에 왕의 아우 발기(發岐)의 집에 찾아가서 말하기를, “왕에게는 후사가 없으니 마땅히 그대가 계승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하니, 발기가 책망하며 말하기를, “부인이 밤에 다니는 것이 예입니까?” 하므로, 왕후가 부끄러워했다. 다시 연우에게 찾아가니 연우는 맞아들이며 음식을 대접하였다. 마침내 함께 입궁하여, 다음 날 왕이 남긴 유언이라 속이고 즉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