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태종 정관(貞觀) 16년 ○ 신라 선덕여왕 10년 ○ 고구려 영류왕 24년 ○ 백제 의자왕 원년】

고구려에서 천개소문(泉蓋蘇文)이 왕을 시해하였다. 왕의 조카 장(藏)이 즉위하니 곧 보장왕(寶藏王)이다. 【이름은 장이고, 영류왕의 조카이다.】 재위는 26년이다.

○ 천개소문은 일명 개금(蓋金)이라 하는데 성은 천(泉)이다. 스스로 물속에서 태어났다고 말하며 많은 사람을 현혹하였다. 생긴 모습이 웅대하고 뛰어나며 의기가 사나웠다. 그 아버지를 이어 동부 대인(東部大人)이 되었는데, 그 흉악하고 잔인한 것을 미워하여 왕이 비밀리에 모의하여 죽이려고 하였으나 일이 새나가고 말았다. 천개소문이 부병(部兵)을 거느리고 백여 명의 대인(大人)을 묶어두고 마침내 궁중으로 들어가 왕을 시해한 다음 장(藏)을 옹립하여 왕으로 삼고 스스로 막리지(莫離支) 【관직 이름】 가 되었다. 당나라 병부상서(兵部尙書) 중서령(中書令)과 같은 직책을 갖고 나라 일을 제멋대로 휘둘렀다.

○ 백제 왕이 친히 군사를 이끌고 신라 서쪽의 미후(獼猴) 등 40여 성을 공격하여 빼앗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