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무열왕 2년 ○ 고구려 보장왕 14년 ○ 백제 의자왕 15년】

백제 왕이 간신(諫臣) 좌평(佐平) 성충(成忠)을 죽였다. 이 일에 앞서 왕이 망해정(望海亭)을 만들어 궁녀들을 거느리고 음란한 행위를 하며 술에 취하여 즐길 것만 탐하므로 성충이 극구 만류하자 왕이 노하여 잡아 가두었다. 성충이 먹지를 않자 사약을 내리니 글을 올려 말하기를, “충신은 죽더라도 임금을 잊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원컨대 한 말씀만 올리고 죽겠습니다. 신이 형세의 변화를 살펴보니 반드시 전쟁이 일어날 것입니다. 만약 적병이 육로로 온다면 탄현(炭峴)을 넘지 못하게 하고, 수로로 온다면 백마강[白江]으로 들어올 수 없게 할 것이며, 험준한 지역을 의지하여 방어하십시오.”라고 하였으나, 왕은 반성하지 않았다. 마침내 성충은 옥중에서 죽고 말았다. 이로부터 감히 왕에게 그런 말을 하는 자가 없었다. 【좌평은 관명(官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