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총(薛聰)을 고위 관리로 발탁하였다. 왕이 일찍이 한가로울 때 설총을 불러 말하기를, “자네가 들은 기이한 이야기가 있으면 나에게 이야기해 달라.” 하니 설총이 “옛날 모란[花王]이 처음 오게 된 유래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름이 장미(薔薇)라고 하는 한 아름다운 여자는 붉은 얼굴에 옥 같이 하얀 치아를 갖고 있었는데, 향기로운 휘장이 쳐진 곳에서 자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또 백두옹(白頭翁)이라는 한 사내는 베옷에 가죽 띠를 두르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찾아와서 말하기를, ‘무릇 임금이 된 자는 노성(老成)한 사람을 가까이 하면 흥하고 요염한 여인을 가까이 두고 친근히 대하면 망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라고 하니, 왕이 이 이야기를 듣고 걱정스러워하며 말하기를, “청컨대 이를 기록하여 경계로 삼아야겠다.” 하였다. 마침내 설총을 발탁하여 높은 벼슬을 주었다. ‘총(聰)’은 총명하고 지혜롭다는 뜻이다. 아버지 원효(元曉)는 일찍이 승려[沙門]가 되어 불교 서적을 두루 섭렵하고 이치를 깨우쳤다. 이윽고 속세로 다시 돌아와 요석궁(瑤石宮)의 과부에게 장가들어 설총을 낳았다. 설총은 태어나면서부터 명민하고 예리하였다. 장성한 뒤에는 박학하고 문예에 능하였으며, 지방 말로 9경(九經)을 풀이하여 후생들을 가르쳤다. 또 이두[俚語]로 이예(吏禮)를 제술하여 관부(官府)에서 시행하게 하였다.
○ 왕이 훙하였다. 태자 이홍(理洪)이 즉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