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隱者) 왕거인(王巨仁)을 가두었다가 얼마 후에 석방하였다. 여왕이 음탕하고 문란하였는데 본디 위홍(魏弘)과 정을 통하다가 위홍이 죽자 은밀히 나이 어린 미남자들을 끌어들여 사통하고 요직(要職)을 주었다. 이로 말미암아 여왕에게 아첨배들이 방자하게 행동하니 나라 기강이 무너지고 도적이 크게 일어났다. 당시 어떤 사람이 시정(時政)을 기롱하는 벽보를 길에 내걸었다. 여왕은 왕거인이 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왕거인을 옥에 가두고 장차 죽이려 하였다. 왕거인이 분하고 원통하여 시를 지어 감옥 벽에 쓰기를, "우공(于公)이 통곡하자 3년 동안 가물고[于公痛哭三年旱], 추연(鄒衍)이 슬픔을 머금자 5월에 서리 내렸네[鄒衍含悲五月霜]. 이제 나의 깊은 근심은 다시 예와 같은데[今我幽愁還似古], 황천은 말이 없고 푸르기만 하구나[皇天無語但蒼蒼]."라고 하였다. 이날 저녁 홀연히 천둥과 번개가 치며 비와 우박이 쏟아지자 여왕이 두려워서 그를 석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