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겸이 그의 당여(黨與)를 주요 관직에 심어 포진하였다. 또 군국(軍國)의 일을 도맡고자 하므로 왕이 매우 미워하였다. 내시(內侍) 김찬(金粲)과 안보린(安甫鱗)이 임금의 뜻을 헤아려 알고는 지추밀(知樞密) 지연록(智延祿)과 함께 이자겸과 척준경(拓俊京)을 죽이고자 모의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이자겸과 척준경이 군사를 이끌고 대궐을 침범하여 궁궐을 불사르고 왕을 위협하여 남궁(南宮)으로 옮기고 안보린 등을 살해하였다.

○ 이자겸이 지연록과 김찬 등을 먼 변방으로 유배보내고, 도중에 지연록을 죽였다.

○ 이자겸이 왕을 협박하여 자기 집으로 거처를 옮기게 하고 왕의 곁에는 이자겸의 당여(黨與)들로 채우고서 국사를 자기 마음대로 처리하였다. 이자겸과 척준경의 위세가 더욱 거세어 누가 감히 어떻게 할 수 없었다.

○ 누런 안개가 사방에 가득 차고 햇빛은 피처럼 붉었다.

○ 사신을 금나라에 파견하여 갔다. 【태종 오걸매(吳乞買) 때이다. ○ 이자겸이 왕에게 금나라를 섬기도록 권하여 사신을 파견하여 신하라고 칭하며 표문을 올렸다.】

○ 척준경을 판병부사(判兵部事)로 삼았다. 이 때 이자겸의 권세가 날로 커지자, 왕이 내의(內醫) 최사전(崔思全)이 모의하였다. 최사전이 말하기를, “이자겸이 발호하게 된 것은 오로지 척준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척준경을 얻는다면 병권(兵權)이 왕에게 돌아오게 되니 이자겸은 일개 필부가 될 뿐입니다.” 하였다. 그리고 척준경의 집에 가서 왕실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충성해 줄 것을 설득하자 척준경이 내심 옳게 여겼다. 마침 노비 문제로 다툼이 벌어져 마침내 이자겸과 틈이 생겼기 때문이다.

○ 왕이 연경궁(延慶宮)으로 거처를 옮겼다.

○ 이자겸이 군대를 보내 궁궐을 침범하니 왕이 척준경에게 직접 편지를 써 보내어 도모하라고 하였다. 척준경이 갑옷을 입고 궁궐로 들어가 왕을 받들고 나오는데 이자겸의 무리들이 화살을 쏘았다. 척준경이 칼을 매만지며 한번 큰 소리로 호령하니 감히 움직이는 자가 없었다. 왕이 군기감(軍器監)에 가서 군사를 시켜서 호위를 엄중히 하고 이자겸을 불러들여 가두고 연경궁으로 돌아왔다.

○ 이자겸과 그의 처자를 유배하고, 그 휘하의 당여(黨與)들을 먼 변방에 나누어 유배하였다.

○ 간관(諫官)이 아뢰기를, “두 왕비 이씨들은 임금에게 종모(從母)가 되므로 배필이 될 수 없습니다.”라고 하므로 왕이 이에 두 왕비를 내보내고 임씨(任氏)를 맞아들여 왕비로 삼았다. 【전중내급사(殿中內給事) 임원후(任元厚)의 딸이다.】

○ 이자겸이 유배지에서 죽었다.